올 겨울, 때 아닌 좀비 열풍에 '살' 떨린다

공포 영화를 보기에는 여름이 좋고, 공포 게임을 즐기기엔 겨울이 좋다? 최근 해외 및 국내에 정식 발매되는 게임들에 때 아닌 좀비 열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나 여러 공포 게임에서 약한 적으로 나오던, 좀비가 최근 출시된 '세인츠 로우2'와 '데드스페이스', 출시를 앞둔 '레프트4데드'와 '콜 오브 듀티 : 월드 앳 워'에서 출현,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다.

좀비는 서양의 대표적인 괴물 중 하나로, 시체가 주술이나, 특별한 이유에 의해 살아 움직이는 존재를 뜻한다. 서양에서는 60년대부터 상영된 여러 공포 영화에서 단골 공포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2004년 상영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원제 : Dawn Of The Dead)에서 포악스럽고 잔인하게 표현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게임 속에서는 좀비들의 존재는 그야말로 '별거 아닌' 존재. 캡콤에서 출시한 횡스크롤 슈팅 게임 '마계촌'에서는 초반에만 만날 수 있는 쉬운 적, 공포 게임 '어둠 속에 나 홀로'에서는 느리고 느린 적,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서는 주인공조차 잡지 못하는 귀찮은 존재, RPG '오블리비언 : 엘더스크롤4'에서는 칼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한심한 존재, 액션 게임 '데드라이징'에서는 플레이어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최근에 출시된 '세인츠 로우2'와 '데드스페이스'에서는 그동안 보여준 좀비의 모습과 사뭇 다른 강력한 모습으로 등장해 플레이어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갱스터 판타지 게임 '세인츠 로우2'에서는 미니 게임 모드에서 좀비를 상대로 얼마나 생존할 수 있는지를 겨룰 수 있다. 초반에 등장하는 좀비들은 플레이어가 맨손으로 격파가 가능할 정도로 쉽지만,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엄청난 30~40마리로 수가 늘고, 강력한 방어력을 가진 존재들로 돌변해 플레이어를 괴롭힌다.

'데드스페이스'의 좀비들은 사람의 몸에서 기형적으로 자란 독특한 외형을 선보이고 있다. 그들은 주인공의 공격에 손이나 목이 잘려도 꿋꿋이 주인공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온다. 특히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촉수와 잘린 부위에서 나오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은 혐오스러움을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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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콜 오브 듀티 : 월드 앳 워'에서는 최종 모든 미션을 클리어하면 특정 공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좀비 모드가 등장한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독일군과 일본군 복장을 한 이 좀비들은 여러 군데 존재하는 창문과 문을 통해 꾸역꾸역 밀려들어온다. 이 좀비들도 여타 다른 좀비처럼 손이나 발정도 잘리는 것으로는 잘 죽지 않는다.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좀비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속도 역시 증가해 플레이어를 기겁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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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x360용으로 국내 정식 발매되는 '레프트4데드'에서는 영화 '새벽의 저주'에서 보인 포악스럽고 잔인한 좀비들이 등장한다. 최대 4인이 동시에 협력해 좀비들이 없는 곳까지 빠져나가야 하는 이 게임에는 비실비실 걸어 다니는 좀비 대신 육상 선수의 전력질주를 연상케 하는 대단한 좀비들이 등장한다. 플레이어는 실수로 차량을 건들면 울리는 경보음 한번에, 영화 못지않은 대단한 광경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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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좀비들이 게임 속 주요 소재로 각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 게임 전문가들은 하드웨어의 발전과 반복적이면서도 질리지 않는 좀비 특유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PC 및 비디오 게임기의 성능이 낮아 한 번에 많은 수의 좀비를 화면에 노출 시키는 것이 불가능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좀비들은 모습은 화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이 나오지만, 사실, 하드웨어의 제약상 게임 속에서는 소수의 모습 밖에 보일 수 없었다는 것.

그러나 최근에 나온 비디오 게임기나 고성능을 자랑하는 CPU, 그래픽 카드가 보편화 되면서 화면에 최소 수십 개에서 만개는 수백 마리까지의 좀비를 화면에 노출할 수 있게 됐다. '데드라이징'의 경우 화면에 최대 400마리의 좀비를 보이도록 할 수 있었으며, '레프트4데드'는 비공식적으로 최대 200마리의 좀비가 플레이어를 공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특히 슈팅 게임에서는 다수의 적을 없애는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각광 받고 있다.

또한 좀비가 가진 특유의 다양성도 좀비를 선택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체가 움직인다는 설정뿐이지만, 좀비들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고,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도 쉽게 등장 시킬 수 있다. 괴기스러운 사운드와 삐걱 거리는 듯한 움직임,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빛이 특징인 좀비가 영화 산업이 시작된 이래 아직까지 공포 소재로 사용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해외의 한 웹진의 기자는 "좀비라는 소재는 아라비안나이트처럼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 주인공이 좀비가 되거나, 아님 좀비 무리 속에 있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좀비는 색다른 이야기 꺼리를 제공한다. 게임 개발자에게는 이 같은 소재는 가뭄에 단비를 만나는 것처럼 즐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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