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성 게임들, 성공을 향한 무한도전
미국 내 한 연구 조사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 게임의 85퍼센트는 싸우거나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종의 폭력성이 들어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그만큼 폭력, 또는 액션은 게임의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요소다.
누구나 게임을 통해 손쉽게 액션을 느끼고 싶어 하고, 자극적인 재미로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어 하기 때문에, 폭력성은 오랜 게임 역사 속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런 폭력성은 여러 가지 부작용과 함께 게임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사냥이라는 요소와 PvP 요소로 잘 알려진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는 폭력성이 짙은 게임에 대한 우려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국내 게임 산업 내에서도 비폭력성 게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 비폭력성, 액션 없는 게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넥슨에서는 썰매 견을 소재로 한 '허스키 익스프레스'라는 게임을 선보였다. 공개 서비스에 돌입한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교역과 썰매 견을 활용한 여러 활동, 그리고 설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인 게임이다.
게임 속에서 게이머들은 썰매견과 함께 다양한 교역 활동을 펼치기도 하고, 설원 캠프에 있는 NPC들의 임무를 대신 수행해주기도 한다. 자신의 활동에 따라 무럭무럭 성장하는 귀여운 허스키와 말라뮤트의 모습과 동화풍의 배경 및 캐릭터도 눈길을 끈다.
이 게임은 그동안 사냥과 전투라는 폭력적인 요소에서 벗어나 실제 생활과 같은 활동과 물품 거래 등의 활동으로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사냥을 하고 아이템을 모아 성장하는 방식이 아닌, 생활하고 체험하고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윈디소프트에서 개발 중인 '괴혼 온라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게임은 모든 사물을 공에 붙인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비디오 게임기로 출시된 후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을 받은 원작을 온라인화 시킨 게임이다.
'괴혼 온라인'은 다소 엽기적이긴 하지만 폭력적인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다른 게이머들과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게임을 진행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이 게임은 여성 게이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윈디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괴혼 온라인'의 가장 특징은 폭력적이지 않으면서도 게임의 재미와 본질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원작의 특징을 살려 이 게임도 폭력이나 경쟁보다는 무언가 짜임새 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이라고 말했다.
< 비폭력적인 게임은 재미가 부족하다?>
하지만, 이런 비폭력적인 게임들에 대한 게이머들의 시선은 다소 까탈스럽다. 대부분 이 게임들이 어렵거나, 단순해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렇지만 해외 게임이나 타 플랫폼의 게임들을 살펴보면 비폭력적이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빛나는 게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타이틀로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어디라도 함께'(도꼬데모 이쇼) 시리즈가 있다. '어디라도 함께' 게임은 게이머가 '토로'라는 언어를 배우고 싶은 고양이에게 말을 알려주고,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게임이다.
간단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게임성, 그리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재미가 더해진 이 게임은 일본 내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이 시리즈의 10주년을 기념한 신작 '토로랑 여기여기 붙어라'가 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외에도 아프리카를 탐험하며 야생 동물 사진을 촬영하는 '하쿠나마타타' 게임을 비롯해 귀여운 동물들을 키우고 성장 시킬 수 있는 '비바피냐타' 등 단순한 퍼즐이 아닌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비디오 게임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비폭력적인 소재를 사용한 모바일 게임도 많이 만날 수 있다. 25만에 가까운 다운로드를 기록한 게임데이의 '방탈출' 게임은 두뇌를 자극하는 퍼즐 요소로 많은 인기를 누렸으며, 컴투스의 '미니게임천국' 시리즈는 재미있는 미니 게임으로 천만 다운로드에 근접하기도 했다. 게임빌의 '문질러'는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재미있는 게임성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렇듯 비폭력적인 게임 역시 아이디어와 확실한 기획력이 뒷받침이 된다면 충분히 게임 산업 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물론 플랫폼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 게임들의 성공 사례와 비교하긴 다소 무리가 있지만, 온라인 게임 시장 내 비폭력성 게임들의 증가는 국내 게임 산업의 질을 높이고, 게임의 다양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게임 전문가는 "비폭력적인 게임이 재미없다는 편견은 국내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액션이나 폭력적인 게임에 익숙해진 것도 있겠지만,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는, 성공 장르만 고집하는 개발사의 모습도 이런 편견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