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하 맞불! MS와 소니의 경쟁 아닌 공생관계

2006년 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이 북미 시장에 모습 드러냈을 때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닌텐도와 함께 소니 죽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Xbox360과 Wii를 합친 가격보다 비싼 PS3이 막상 성능에서는 Xbox360보다 그리 뛰어난 점이 없다는 것과 블루레이라는 차세대 미디어 때문에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소니의 아픈 곳을 사정없이 공격했다.

그리고 2009년 9월 소니가 새로운 형태의 PS3을 북미 시장에 출시했다. 외형과 무게에 변화를 주고 HDD 용량을 120GB로 업그레이드 시킨 신형 PS3 슬림이 그 주인공. 하지만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MS가 조용하다는 점이다. 슬그머니 Xbox360 엘리트 및 프로 버전의 가격을 인하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 어제의 적이 매번 적일 수는 없나? 시장이 만들어준 동맹>

2008년 초까지만 해도 MS는 소니를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PS3의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기능이 Xbox Live에 비해 부족하고, Xbox Live의 시스템을 베낀 형태에 불가하다고 비꼬았으며, '파이널 판타지13'을 비롯해 '철권6' 등 굵직한 독점 타이틀을 멋지게 뺏기도 했다. 심지어 트로피 시스템과 진동 때에는 소니의 자존심을 마구 건드렸다.

근데 갑자기 MS가 착해졌다. 평소 같았으면 PS3 슬림이 단순한 외형 변경 밖에 되지 않는다고 툭툭 심기를 건드렸을 텐데, 아무런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Xbox360 엘리트 버전의 가격 인하를 진행하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타이틀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뜬금없고, 전혀 MS 다운 모습이 아니다.

이 같은 MS의 행동에 대해 북미 애널리스트들은 '2010년 상반기까지 암묵적으로 형성된 동맹'이라는 비유를 썼다. 시장 상황에 맞춰 자칭 '차세대 게임기'라는 시장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 바로 그동안 비디오 게임 시장 내에서 5천만대가 넘는 판매량으로 주도해온 닌텐도 Wii를 꺾기 위함이다. MS 가격 인하의 시작이 바로 여기서 부터 시작됐다.

소니의 PS3 판매량은 PS3 슬림의 등장과 함께 약 30퍼센트가 넘는 증가를 가져왔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매우 곤란한 건 Wii가 아닌 Xbox360이 된다. 당연히 가장 비슷한 기종이 가격을 낮춘 버전을 꺼내면 판매량에서 밀릴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 하지만 MS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그동안 착실히 준비한 Xbox360 가격 인하를 진행했다.

북미 측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행동에 대해 '어차피 판매량 유지는 가능하겠지만 판매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곁으로만 본다면 MS의 이런 선택은 소니의 행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행동은 향후 닌텐도가 시장 내에서 입지가 줄어든 후에 Xbox360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줄 필요한 행동이다.


< 2010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동맹, MS의 향후 행보는?>

Xbox360 엘리트 및 기타 버전의 가격 인하가 중요한 이유는 2010년에 출시될 '프로젝트 나탈'에 달려 있다.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읽고 이를 게임 및 여러 인터페이스에 접목 시킨 이 기능은 지난 E3 2009에서 공개된 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신 콘텐츠다.

북미 게임 관계자들은 이번 가격 인하가 향후 '프로젝트 나탈' 출시를 위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프로젝트 나탈' 동봉판이 나올 것이고 이때 Xbox360 본체 가격은 현재 299달러에서 249달러까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9년까지는 굳이 신형을 꺼낸 소니를 넘어설 필요 없이 경쟁사인 닌텐도를 같이 압박하면 되고, 2010년에는 준비된 '프로젝트 나탈'과 함께 가격 인하를 대대적으로 진행한다는 것.

그러다보니 굳이 소니의 압박하거나 무리한 Xbox360 가격 인하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Xbox360 슬림이나 외형이 변경된 버전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루머는 크게 신빙성이 없는 상태다. 지금 현재의 형태에서 굳이 무리하게 신 버전을 출시한다는 건 MS 입장에서는 시간과 돈 낭비라고 애널리스트는 보고 있다. 실제로 MS에서는 다른 버전에 대해서는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그럼 소니는 MS에게 이용당한 건가?>

물론 이 상황이 소니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행보는 아니다. 6개월 넘게 준비했던 PS3 슬림이 3개월쯤 루머 아닌 루머가 돼 버린 점부터, 신형 PSP Go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준비했던 것들이 말처럼 쉽게 흘러가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니의 이번 행보가 Xbox360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으면서도 닌텐도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했다고 보고 있다. 닌텐도의 붕괴는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됐다. 현저하게 부족한 타이틀과 하드웨어 및 퍼스트 파티 라인업 판매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 점이 시장 내 하락세를 주도하기 시작했으며, 수준 낮은 타이틀들의 봇물은 PS3나 Xbox360, PC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 'Wii는 별로야'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실제로 닌텐도는 최근 4년 만에 수입과 이익이 60퍼센트가 넘게 감소했다. 이는 7월 중순에 발표된 닌텐도 연결 결산 자료에서 공개된 내용이다. 이와타 사토시 닌텐도 사장은 "대작 타이틀이 부족했다는 점과 여러 가지 경쟁사들의 공세에 대처하지 못한 점"이 이번 하락세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장 상황에 맞춰 소니의 신형 PS3 출시와 PSP Go 출시는 매우 적절한 타이밍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소니의 2010년은 어떻게 될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소니가 준비 중인 '아이토이3'과 모션 컨트롤러를 2010년 내 출시하고, 준비 중인 독점 타이틀 중 일부가 2009년에서 2010년 상반기로 변경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매시브 액션 게임'이나 '헤비레인' 등의 여러 타이틀의 출시일이 2009년 연말에서 2010년으로 연기된 이유도 Xbox360의 2010년 상반기 공세를 막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 앞서 나가기 위한 변수는 없을까?>

이렇게만 본다면 소니와 MS가 닌텐도에게 충분히 대항하면서도 각자의 입지를 잡는데 어렵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분명 변수는 존재한다. 이 변수는 재미있게도 MS와 소니 모두가 가지고 있는 점이다.

소니의 모션 컨트롤러와 MS의 '프로젝트 나탈'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 같으면서도 다른 두 가지 신형 컨트롤러는 닌텐도의 입지를 확실하게 줄이면서 양사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 특히 소니는 '프로젝트 나탈'과 Wii의 특징을 모두 혼합한 형태로 주목 받고 있다.

가장 첫 번째 생길 수 있는 건 '프로젝트 나탈'의 성공 또는 실패다. 닌텐도에서는 소니의 모션 컨트롤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바라봤지만, 반대로 '프로젝트 나탈'에 대해서는 "우리가 3년 전에 만들어봤지만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해 포기한 부분"이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그만큼 가능성도 높다는 것. '프로젝트 나탈'은 단순히 게임을 체감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Wii나 소니의 모션 컨트롤러보다 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몸 전체를 인식하고, 추가적인 컨트롤러가 없이도 요가나 헬스 등의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프로젝트 나탈'의 성공은 Wii에게는 최악의 결과를 소니에게는 힘든 경쟁 상대의 탄생이라는 고난을 안겨줄 확률이 높다. 그만큼 '프로젝트 나탈'의 성공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반대로 소니의 모션 컨트롤러가 성공을 하거나 실패할 경우가 있다. 닌텐도와 어느 정도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MS의 '프로젝트 나탈'과 흡사한 카메라 기능을 가진 이 제품은 3개의 제품 중 가장 정교한 움직임과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두 게임이 보여주지 못한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이 제품은 어중간하게 끝날 수도 있다. 두 개의 특징을 섞어 새로운 하나를 만들어내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이용한 게임들이 그 두 가지 형태의 게임보다 딱히 좋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퍼스트 파티에서 얼마나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는 성공 가능성이 좀 더 높다.

마지막 변수는 닌텐도다. 사실, 비디오 게임 시장은 Wii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내년 초에 Wii의 가격 인하와 새로운 퍼스트 파티 라인업, 그리고 Wii의 특징을 좀 더 강화할 주변기기의 출현은 MS와 소니에게 가장 큰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닌텐도 이와타 사장을 비롯해 많은 임원들이 '가격 인하는 절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점이 한방 터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 애널리스트들도 조금씩 늘고 있으며, 가격 인하가 아니더라도 닌텐도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모를 리가 없기 때문에 분명히 어떤 한방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 모든 변수가 움직이는 경우도, 반대의 상황도 쉽게 생겨나지 않겠지만, MS-소니-닌텐도의 삼각관계의 종지부는 올해 연말과 2010년 내 끝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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