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갈구하는 또 다른 4인 이야기, ‘레프트4데드2’
파격적인 구성이었던 것 같다. '레프트4데드'를 처음 즐겼을 때의 느낌은 신선 그 자체였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감염자들의 습격과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날아오는 헌터, 혓바닥으로 생존자를 조르는 스모크, 등장 자체가 공포인 탱크까지 압권에 또 압권이었다.
하지만 예정대로 나오기로 했던 캠페인 추가가 흐지부지해지고, 눈감고도 건널 수 있을 정도로 미션을 플레이했을 때 갑작스러운 후속작 소식이 나왔다. 당연히 팬들에게는 분통 터질 소식이 아니었을까. 물론 필자에게도 이 소식은 한밤중에 눌린 가위 마냥 짜증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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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9년 11월17일 '레프트4데드2'가 출시됐다. 스팀 버전을 구매해서 당일날 락이 풀려 바로 즐길 수 있었는데,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해볼 만하니 괜찮다면 즐겨보자' 정도 수준. 확실한 건 이 게임이 확장팩 수준을 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아이디어의 향상 정도로만 느껴졌다.
< 아이디어에 아이디어를 더해서 나온 확장팩?>
일단 게임 전체적인 구성부터 살펴보자. 이번 '레프트4데드2'는 전작에서 활약한 4명의 생존자들이 도시를 탈출한 후 일주일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번에는 전작은 개성 넘치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물론 전작의 히로인 조이보다 못난 '로셀'의 등장으로 구매 전부터 실망하신 분들이 꽤 있었지만 말이다. (필자 역시 포함)
게임 속에는 본명이 알려지지 않은 고등학교 미식축구 감독 '코치'와 21세의 젊은 정비사 '로셀' 그리고 도박을 좋아하는 '닉'과 취재차 왔다가 생존을 갈구하게 된 열혈 리포터 '엘리스' 등 총 4명이 생존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다. 전체적인 인물들의 개성이 적어졌고, 현실성이 강해졌다보니 전작의 멋진 4인의 주인공들보다 드라마틱이나 몰입성이 떨어진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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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 대항하기 위해 나온 3명의 신규 보스 감염자가 오히려 주인공들보다 더 인상적이다. 커다란 팔로 총알을 막아내는 '차저'부터 오프닝 무비에서 한건 제대로 보여주시는 산성 할머니 '스피터' 그리고 감염자 사이에서 쏘옥 뛰어나와 생존자를 괴롭히는 '자키' 등은 전작이 가진 보스 감염자들은 전작에서 활약한 헌터, 스모크, 부머, 탱크 등과 함께 환상의 조합을 보여준다. 특정 공간에서 감염자들의 공격을 막고 있으면 어김없이 '스피터'가 등장해 산성 공격을 써주고, 단체로 몰려 있으면 '차저'가 뛰어와 그룹 전체를 날려 버린다. 갑작스럽게 나오는 '자키'는 짜증 그 자체.
덕분에 '레프트4데드2'에서는 몇 가지 패턴만 파악하면 이길 수 있었던 대전 모드가 매우 재미있어졌다. 그나마 '레프트4데드2'에서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보스 감염자와 함께 특정 캠페인에서만 등장하는 '희귀 감염자'가 존재해 독특한 재미를 안겨준다. 희귀 감염자는 일반 감염자들과 약간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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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축제'(다크 카니발) 캠페인에서는 발에 방울을 달고 와 감염자를 모이게 만드는 '광대 감염자'가 등장하고, '교구'(더 파리쉬) 캠페인에서는 방탄복을 입고 있어 정면에서는 대미지를 입지 않는 '특수부대 감염자'가 나온다. 죽음의 건물'(데드 센터)는 불에 대미지를 입지 않는 '방호복 감염자' 마지막으로 '말라리아'(스윕 피버)는 진흙에서 나오는 '머드맨' 등이다.
이들에 대항하기 위해 4명의 일행에게는 새로운 무기가 제공된다. 시리즈 처음으로 근접 무기가 등장했으며, 강력한 장거리 무기와 공격하면 터지는 가스통 등의 주변 사물도 추가됐다. 근접 무기는 기타, 도끼, 후라이팬, 야구방망이, 전기톱, 진압봉, 검 등이다. 각각 타격 느낌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기톱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장거리 무기는 전작 무기보다 강화된 무기들이 존재한다. 수류탄 투척기를 비롯해 택티컬 샷건, 스나이퍼 라이플, 매그넘 권총 등과 함께 전작에서 등장했던 무기들이 그대로 나온다. 각각 연출이나 타격감에서는 전작보다 시원해졌기 때문에 쓰는 맛은 좋지만 막상 형태만 약간 다르고 대부분 비슷한 느낌이기 때문에 많은 변화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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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전작의 확장팩 수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막상 거창한 변화를 기대한 팬들에게는 꽤나 실망적인 부분. 여전히 '레프트4데드'의 플롯과 그 형태를 벗어나지 않는 노선. 효과나 연출은 좋아졌지만 전체적으로는 약간 발전된 수준정도다. 한마디로 전작에서 못했던 몇 가지 아이디어가 더해졌다는 것. 그뿐이다.
< 왜 그렇게 나쁘게만 보는가?>
물론 이정도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그렇게 까지 나쁘게 볼 필요 없지 않는가"라는 말을 할 것이다. 막상 1편을 즐기지 않은 게이머에게 '레프트4데드2'는 굉장히 혁신적이고 다양한 재미를 가지고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감염자들의 모습부터, 현실감을 살린 다양한 연출이 더해져 그 어떤 게임보다 아드레날린을 팍팍 분비 시켜주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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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을 조금만 고려해보면 '레프트4데드2'가 과연 '모던 워페어2'나 같이 발매된 '드래곤 에이지 : 오리진' 등 여러 출시작과 비교해서 괜찮은 게임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쁘지는 않지만 엄청 '대단하다'라는 평가하긴 무리가 있다. 간단한 몇 가지 이유로도 이 부분에 답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이 게임의 전체적인 볼륨은 전작보다 크게 늘지 않았다. 총 5개의 캠페인은 각각 1시간 정도 노력하면 엔딩을 볼 수 있다. 보통 난이도로 조심조심 플레이해서 그정도다. 막상 몇 번 플레이하면 새로운 캠페인이 기다려진다. 게임 플레이의 자유도가 있다고 해도 항상 게이머들이 들어가야 할 세이프 하우스는 정해져 있고, 크게 루트도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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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대비' 캠페인은 기름통을 가지고 돌아오는 여정으로 기존 맵과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남은 4개의 캠페인은 모두 구성이 전작과 비슷하다. 마지막 탈출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게임이 전반적으로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또한 서바이벌, 스케빈저 모드도 전작에 있던 내용들이다. 보스 감염자들이 늘어나 대전 시 전술이 다양해졌지만 전작보다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실망적이다. 최소 스케빈저 모드 내 선택 옵션이나 좀 더 특이한 모드, 라운드 방식들이 더해졌다면 이런 평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보스 감염자 측이 너무 세다.
서바이벌 모드는 등대 모드로 알려진 전작의 생존 모드를 그대로 옮긴 모드다. 일정 시간 이상 버티면 시간에 따라 금, 은, 동 메달을 받을 수 있는 모드인데, 난이도는 전작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심하다. 난이도도 부쩍 올라갔을 뿐만 아니라 선택 옵션이 너무 없어 즐기는 내내 힘이 다 빠질 지경이다. 뭔가 많은 변화나 재미를 기대했던 기존 팬들에게 이번 모드들은 기운이 다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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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신규 모드가 존재한다. 리얼리즘 모드가 그것. 게임성을 강조한 '레프트4데드2'를 현실적인 게임으로 바꿔 전체적으로 난이도를 올려주는 모드다. 4명의 구성원은 서로 어디에 있는지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이템들에 보였던 파란색 띠가 사라져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다. 위치에게 공격 당하면 한 번에 즉사하는 설정도 무시무시하다.
그렇지만 이게 뭔가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했거나 대단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말이 리얼리즘이지 전체적으로 편의성을 줄인 게임 모드로 밖에 안보인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그럭저럭 기존 플레이 수준만큼 해낼 수 있다. 꽤 신선할 것으로 보이지만 게임 차이는 거의 없으니 막상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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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말하면 게임 자체가 재미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뭔가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했을 것으로 기대된 것에 반해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기존 팬들에게 실망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처음 이 게임을 접해보는 사람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기존 팬들에게는 확장팩 수준이라는 느낌을 벗어나기엔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