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일본 성인 게임 시장, 돌파구는 없나
불황도 이런 불황이 없다. 한때는 게임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급격한 성장을 거뒀던 일본 성인 게임 시장이 끝없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8년도 341억엔 규모를 기록했던 일본 성인 게임 시장은 2009년 280억엔 규모까지 떨어졌다. 한때 700억엔 규모를 꿈꿨던 모습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모습이다.
일본 내 흔히 오타쿠로 불리는 마니아 시장은 매년 큰 성장을 거두고 있다. 특히 2008년에는 전자코믹 시장이 147퍼센트나 성장하며 250억엔 규모로 성장했고, 동인지, 프라모델, 피규어 등도 꾸준히 큰 성장을 거두고 있다. 한마디로 성장이 멈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성인 게임 시장의 하락세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 급 성장 시장, 브레이크 요인 무엇일까>
일본 내 언론에서도 일본 성인 게임 시장의 하락세에 대해서는 정확한 요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타쿠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고 비디오 게임이 중심이던 일본 내 게임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부터 다양한 플랫폼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일본 내 게임 시장이 전체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일본 성인 게임 시장의 하락세를 논하기엔 역부족이다. 실제로 비디오 게임 시장이 하락하긴 했지만 일본 내 게임 시장의 규모는 계속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게임 시장은 8,344억엔 규모다. 이는 매년 10~20퍼센트의 성장을 거둬 나온 수치다. 비디오 게임과 휴대용 게임 시장이 힘들다고 하지만 눈에 띄는 하락세를 기록한 적이 없다.
그럼 일본 성인 게임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토모다(35)씨는 아키하바라에 성인 게임샵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성인 게임 시장의 하락세에 대해 "성인 게임은 아타리쇼크와 흡사한 것 같다. 하루에도 몇 개의 성인 게임이 나오지만 사는 사람이 없고, 그나마 기대작도 진부한 이야기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 성인 게임샵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비슷하게 생각하는 문제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너무 적고, 3~4명 정도만 모이면 성인 게임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스토리나 게임성 등이 매우 비약해졌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일본 성인 게임들은 일러스트만 차이가 있고, 예전처럼 명작이라는 불릴 만한 타이틀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지적된 문제가 게임의 사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일본 성인 게임 시장에 3D가 도입되면서 식상한 게임성을 벗어나기 위한 대형 개발사들의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고, 지금도 일루젼社를 비롯한 20~25개 업체가 3D 성인 게임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3D로 변해서 좋아진 건 별로 없다는 것이 일본 성인 게이머들의 입장이다. 막상 즐길 수 없을 정도로 사양만 높고, 스토리나 게임성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 일본 내 성인 게임들은 약 70퍼센트가 펜티엄3, 4를 지원하고 있다. 심지어 윈도우95를 지원하는 게임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을 정도.
3D 게임들은 큰 용량과 높은 사양을 요구했다. 이에 비해 게임성은 크게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게임의 수준은 변화 없고, 2D처럼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지 못한 3D 성인 게임에 실망하는 게이머들이 늘어났다. 곁 모습은 화려해졌지만 수준은 제자리라는 것이다.

< 일본 성인 게임 시장, 이대로 무너지게 해도 될까>
밖에서 보는 입장에서 일본 성인 게임 시장의 하락세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국내 시장에 큰 영향도 주지 않고, 심지어 자국 내에서도 게임 시장 내 하나로만 가볍게 보고 있다.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성인 게임 시장은 감춰야 할 시장이라고 평가하기 까지도 한다.
그럼 일본 성인 게임 시장은 이대로 무너지게 둬야 할까. 답변은 '아니다' 이다. 일본 성인 게임 시장은 작은 일본 게임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급과 수요층도 확실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이 시장의 불황은 언젠가 일본 게임 시장 전체에 비슷한 모습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일본 비디오 게임 시장의 수준이 북미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기 전에 일본 성인 게임 시장 내에서는 수준을 높이고, 대작이라고 평가 받을만한 게임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컸다. 그리고 몇 년 후에 그 문제는 고스란히 일본 비디오 게임 시장 전체의 문제로 변했다. 식상한 JRPG부터 높아진 게이머들의 수준에 맞추지 못한 게임들이 출시됐다. 평가는 매번 바닥을 쳤다.

또한 플랫폼의 다양화 역시 일본 성인 게임 시장에서 먼저 시도된 부분이다. 모바일이나 휴대용 게임기, 그리고 비디오 게임기까지 진출, 좀 더 다양한 수요층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2007년부터 일본 내에는 온라인을 비롯해 색다른 플랫폼에 대한 도전을 높여 글로벌 수준으로 시장을 성장 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렇듯 작지만 일본 성인 게임 시장은 일본 게임 시장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해볼 수 있는 척도로 볼 수 있다. 그럼 일본 내 게임 전문가들은 이 시장을 살리기 위해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을까.
가장 눈길을 끄는 요소는 주문형 다운로드 시스템이다. 일본 내에서도 보편화된 온라인을 통해 성인 게임을 주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불필요하게 갈 필요도 없고 데모나 패치 등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 소비자가 최소한의 불편도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을 도입한 2D 미소년 연예 시뮬레이션 게임 개발과 3D 성인 게임들의 퀄리티 향상도 필요한 부분이다. 실제로 60프레임으로 재생되는 3D 성인 게임은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플래시와 고급 일러스트가 더해진 대작 2D 게임들도 올해 상반기에만 2~3개가 출시를 준비 중이다.

공급을 줄이자는 의견도 많다. 한동안 북미 시장에서 닌텐도DS 게임이 우후죽순 나온 것처럼 2007년과 2008년에는 성인 게임이 쏟아졌다. 3~4명이면 만들 수 있다 보니 전체적인 질을 떨어뜨리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중소 규모 이상을 만들고 스토리와 게임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인 게임 개발에 참여했던 한 개발자는 "일본 성인 게임 시장이 중요한 건 사실이다. 이 시장은 변화와 진화를 해야 하고, 수준 높은 게이머들의 눈높이에 맞춘 대작 타이틀도 필요하다. 단순히 벗기고 야하다고 팔릴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