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0대의 악마들, 정말 게임중독만 문제인가?
대구 중학생의 자살을 부른 악마같은 10대들의 행동의 배후에는 게임중독과 학교의 무관심이 있었다는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게임중독의 심각성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도하는 언론들이 내세운 주요 근거는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들과 인터넷 게임을 함께 하다가 게임 아이템을 잃어버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괴롭힘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 학생이 자살 직전까지도 강요에 의해 새벽까지 게임을 했다는 경찰의 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학생들을 중독시키는 게임을 개발한 게임업계와 이들이 중독되도록 방치한 교육당국을 비판하고 있으며, 또 다른 가출 청소년들의 금품 갈취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행동 역시 게임비를 벌기 위함이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그들의 주장에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10대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반 청소년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었으며, 한국정보화진흥원이 3월 실시한 인터넷 중독 실태 조사에서 청소년이 성인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최근들어 더 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긴 했지만, 사실 청소년의 일탈과 그로 인한 학교 폭력은 끊이지 않고 발생했던 일이다. 시대 상황에 따라 직접적인 원인이 달라지긴 했지만, 이른바 노는 학생들의 행동으로 인해 정상적인 청소년들의 피해를 입는 것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10대들의 부모님들도 똑같이 겪어왔다.
게임 이전에는 담배, 당구장, 노래방, 그 이전에는 만화, 또 그 이전에는 영화가 노는 청소년들의 주된 일탈 행동이었고, 그것을 위한 금품 갈취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놀이가 아닌 것으로 확대한다면 학교 숙제를 대신 시키거나, 운동화나 옷을 사기 위해 금품을 갈취하는 행동도 분명 존재했던 일이다. 물론 그때도 교육당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학생 개인만의 문제로 몰아갔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의 언론 보도는 청소년 일탈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일이었으며, 시대에 따라 직접적인 원인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외면한 채 게임중독의 심각성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사회 전체가 노력해서 고쳐나가야 할 문제이고, 특히 게임업계가 발벗고 나서야 할 일이다.
하지만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채 모든 문제가 게임에만 있다는 식의 언론의 마녀 사냥은 독자들의 시선 끌기 이상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그들이 바른 소리를 하고 싶었으면, 시대에 따라 원인이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변함없이 주요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는 교육당국의 무관심을 더 크게 비판했어야 했다.
게임업계가 해결을 못하고 있으니 자신들이 나선다며 여성가족부가 적극 시행한 셧다운제가 시행한지 한달밖에 안된 지금부터 벌써 삐거덕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아무런 효과도 없는 정책을 왜 시행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게임업계에서는 부모님 주민등록번호 도용 때문에 게임 이용자들의 평균연령만 높아졌다는 얘기도 솔솔 들려오고 있다.
바른 소리를 하겠다며, 게임중독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는 이들 언론이, 셧다운제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는 어떤 바른 목소리를 낼지 정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