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어렵다던 캐릭터 게임, 이제는 주목 좀 받나?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펼쳐진 연말 게임 판매 전쟁에서 바이오웨어 미씩의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스타워즈: 구 공화국'이 다수의 인기 게임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놀라워하면서도 대체로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게임의 완성도도 완성도였지만, 이 게임이 세계에서 가장 충성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스타워즈'를 주제로 한 최신 온라인게임이었다는 점 역시 큰 이유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게임이 첫 주에 보여준 판매고인 168만장은, 여타 온라인게임들이 10주에 걸쳐서야 기록한 판매량을 간단히 뛰어넘은 수치로, 지금과 같은 기세가 이어진다면 누적 수치에서 이 게임보다 앞서고 있는 '디아블로'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대격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리지널' 등의 게임들의 기록 역시 10주를 채우기 전에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와 같이 최근들어 만화나 영화, 드라마 등을 주제로 한 캐릭터 게임들이 급격하게 그 수가 늘어나면서 게이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게임 업계에 있어 그 동안 게임업계에 정설로 여겨지던 '캐릭터 게임으로는 대박은 어렵다'라는 철칙 역시 조금씩 깨어져 가고 있다.
캐릭터 게임은 콘솔기기와 PC용 게임이 등장한 이래로 꾸준히 등장했던 "인기 콘텐츠"였다. 내용이나 캐릭터 등에 있어 인지의 과정을 따로 거칠필요 없이 해당 제품의 팬들을 그대로 소비자로 손 쉽게 끌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면이나 지면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게임에 격차가 크고, 내용이나 등장 캐릭터들, 진행 방식에 있어서도 원작의 재미를 살렸다고는 보기 어려운 경우가 너무도 많았기에 지금까지 출시됐던 게임들 중 콘텐츠의 인기가 게임의 인기로 연결됐던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여기에 게임성이나 원작과의 연관성은 무시하고 '캐릭터만 넣어놓고 이름만 붙여놓으면 팔릴 것이라고 오판한 판권원과 개발사의 안일함도 여기에 한몫 하며 이들 캐릭터 게임들 중 상당수는 게이머들이 손꼽는 최악의 게임에 오르내리곤 했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E.T'와 같은 작품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연말에 한탕을 잡아보기위한 무리한 전략 속에 탄생된 '재앙'이었으며, 게이머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작품들에 대해 "게이머들은 고려하지 않고 돈만을 노렸던 저열한 상술이 낳은 쓰레기"로 표현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런 분위기는 최근 게임 시장의 형태가 생산과 소비라는 일방적인 관계를 버리면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게이머와 개발사, 판권원은 온라인을 통해 서로의 원하는 점을 공유하게 됐으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각적인 부분은 물론 시스템적인 부분에 있어서까지 원작과의 거리가 조금씩 줄어들어 PC나 비디오 게임을 통해 원작과 흡사한 모습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정책의 적용으로 소설, 만화, 영화, 게임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끌어가는 형태가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된 점 역시 게임의 규모를 확대시켜주면서 게이머의 상상력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출시된 락스테디 스튜디오의 '배트맨: 아캄시티'는 쿵푸 영화를 보는 듯한 화려한 액션과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 한 미려한 캐릭터를 살려 원작의 재미를 제대로 재현했다는 평과 함께 많은 인기를 누렸으며 연말 비디오게임 시상식인 '비디오 게임 어워드 2011'에서 최다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또한 최근 스마트폰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출시된 다양한 퍼즐, 미니게임, SNG가 활성화 된 것 역시 캐릭터 게임의 붐을 다시 여는데 한 몫을 했다.
같은 게임을 즐기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구매율이 높아진다는 점이 아이디어만 좋다면 소규모의 개발팀으로도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스마트폰 게임의 특성과 맞물리면서, 적은 돈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자리잡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 게임 업체들 역시 발빠르게 손을 뻗으며 그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캡콤의 자회사인 비라인 인터렉티브가 스머프를 활용한 마을 꾸미기 게임 '스머프 빌리지'로 인기를 누린데 이어 미국의 국민 만화중 하나인 피너츠를 주제로 한 '스누피의 거리 축제'로 다시 한 번 인기 몰이에 나섰으며, 이에 자극받은 미국과 일본의 인기 게임사들도 헬로 키티 등 인기 캐릭터를 사용한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중이다.
게임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OSMU 정책이 본격화되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게이머들이 캐릭터물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다시 한 번 캐릭터 게임이 게이머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게임의 본질은 '재미'이기에 이를 무시하고 얼토당토 않는 제품이 등장하면 게이머들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는 만큼 개발사들은 이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