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것이 진짜 삼국지, 게임사는 그저 웁니다

온라인 게임 강국 한국에서 진짜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상위권 게임사 3곳이 매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아니고, 게임사들이 삼국지 게임을 내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도 아니다.

게임 규제의 주도권을 두고 문화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작년 한해동안 혈투를 벌이더니, 이제는 교육과학부까지 뛰어들어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번에도 당사자인 게임사들의 목소리는 아무런 고려 대상이 아니며, 그저 현세대의 문제를 모두 게임산업에 뒤집어 씌우는데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정부에서 최첨단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고 육성책을 발표한게 엊그제 같은데 그 말이 무색하게도 작년부터 게임업계에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규제폭탄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들의 보호를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강제적 셧다운제를 관철시켰으며, 문화부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선택적 셧다운제를 꺼내들었다. 게다가 교육과학부에서 게임을 학교폭력 대책의 일환으로 연령별 게임시간 제한을 추진한다는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과거 수출산업의 역군으로 칭송받았던 게임업계는 이제 청소년을 악으로 인도하는 주범이 되어 삼중 규제의 늪에 빠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삼국지에서 옥새를 두고 위, 촉, 오, 삼국이 혈투를 벌였던 것처럼, 이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게임업계의 주도권을 두고, 세 개 부처가 진흙탕 삼국지를 펼치는 모양새다.

청소년 보호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명분을 앞세운 이 같은 활동이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정작 주가 되어야 할 청소년의 목소리는 뒷전이고, 다른 속셈만이 두드러지게 보이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

게임 규제의 시발점이 된 여성가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가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은 이유는 과거 군사정권처럼 근본원인을 무시한 근시안적인 탁상행정 방식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게임과몰입의 원인과 치료를 전적으로 게임사만의 책임으로 몰아갔다는 점이다.

게임과몰입 문제가 정부까지 나서야 할 사회적인 문제로 커졌다고 말을 하면서도, 셧다운제 시행을 위한 시스템 구축은 게임사가 알아서 해야 하고, 청소년 치료를 위한 기금 역시 게임사의 매출 1%를 강제 징수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사회적인 문제라면 정부가 앞장서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텐데 이번만큼은 전적으로 게임사의 잘못이라고 밀어붙인 뒤 강제적으로 마련된 기금도 자신들 마음대로 쓰겠다고 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해서도 게임사에게 시대를 역행하라고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관광부
문화관광부

현재 게임산업의 주관부서인 문화관광부의 선택적 셧다운제 역시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도 비판의 대상이긴 마찬가지다. 게임산업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는 부서임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가 강제적 셧다운제를 추진할 때 아무런 힘도 못쓰다가 새로운 방안이라고 들고 나온 것이 게임사들을 이중규제의 늪에 빠트렸으며, 게다가 방식도 청소년 보호와는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달리 청소년 본인 혹은 가족의 요청에 의해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방식 자체는 별다른 이견이 있을 수 없으나, 연매출 300억 이상, 직원 300명 이상의 게임사라는 어이없는 기준이 문제다. 결론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게임사들을 규제하면 자연적으로 청소년 보호가 된다는 입장인 셈이다.

문화관광부에서는 청소년을 보호하고, 중소 게임사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택적 셧다운제에 따르면 연매출 300억 이상이 되는 게임사를 통해 서비스되는 게임 역시도 규제의 대상이 되므로, 실제적으로는 거의 모든 중소 게임사도 규제의 대상이 된다.

교육과학부
교육과학부

올해 초 갑작스럽게 등장한 교육과학부의 연령별 게임시간 제한 추진은 청소년 보호가 주목적이라기 보다는 최근 불거진 학교폭력 사태에 대한 책임소재를 떠넘기려는 속셈이 보이는게 문제다.

현재 게임을 규제할 수 있는 것은 청소년 보호법을 내세운 여성가족부와 게임진흥법을 시행중인 문화관광부 뿐인데, 아무런 권한도 없는 교육과학부가 이같은 법령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며, 교육과학부가 추진하려는 방안도 현재 시행중인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를 통해 이미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구나 학교폭력의 주된 원인을 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는 교육과학부는 도덕과목을 수능에서 없애는 등 학생들을 국영수의 노예로 만들고 있는 주범이다. 아무리 청소년 보호라는 좋은 명분을 내세웠다고는 하지만, 현재까지 교육과학부의 행동을 떠올려 보면 전형적인 대국민 면피용 탁상행정이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여성가족부, 문화관광부, 교육과학부는 청소년 보호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운 만큼 통과되면 좋고, 통과되지 않아도 잃을게 없는 싸움이지만, 당사자인 게임사들은 죽을 맛이다. 해외 게임사들과의 경쟁도 힘겨운 판에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정부가 규제에 앞장서고 있으며, 규제가 하나도 아닌 세 개가 될 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사자인 게임사들은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돈만 계속 투입해야 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하긴 삼국지에서도 옥새는 병력과 금력을 모을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였지만 실제 소유권자인 헌제는 말도 못하고 옮겨다니기만 했다. 이래저래 삼국지가 떠오르는 국내 게임시장의 현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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