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규제논란 ①] 게임이 만악의 근원? 정부부처 책임전가 ‘도 넘었다’

최근 정부 부처의 책임전가가 도를 넘었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여성부가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테마로 게임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와중에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까지 학교 폭력의 원인을 게임으로 몰면서 나오는 현상이다.

특히 교과부는 최근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별도 기금조성, 게임 심의 등을 골자로 하는 규제안을 곧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현재 인터넷 포털 등 여론을 읽을 수 있는 각종 공간에서는 교과부를 비난하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리고 있으며 게임업계 또한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학교 폭력? 설문조사 서 게임 관련 ‘극소수’>

최근 본지에서 길거리 행인 500명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 현상에서 게임이 원인이라고 지목되는 경우는 단 3%에 불과했다.

학교 폭력의 가장 큰 잘못으로는 ‘폭력을 막지 못하는 학교 시스템’이 38%를 차지하며 1위로 꼽혔다. ‘자기 자식만 챙기는 경향’이 21%로 2위를, ‘공부만 시키는 사회 시스템’이 20%로 3위를 차지했다. ‘관심없는 부모’가 18%로 4위, 그리고 과몰입 될만한 게임이 3%의 비율로 5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실제 설문조사에서 보면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학교 시스템과 사회 시스템 등 제도적인 정비가 절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학교폭력의 원인을 게임으로 몰아가는 교과부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인터넷 포털 등에서는 “머리에 OO만 찼냐” “모든 게임 19세 지정하면 학교 폭력 많이 줄겠네.” 등의 강도높은 비난 글들이 교과부를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판 마녀사냥을 보는 것 같다. 자신들이 무능하다는 책임을 전가할 수 있으니 좋고, 여차하면 기금을 모아서 용돈도 쓸 수 있으니 좋고. 세상 참 살기 편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2중 규제에 이어 3중 규제.. 게임업계 패닉>

여성부의 셧다운제, 문화부의 선택적 셧다운제를 시행한데 이어 교과부까지 게임 사전 검열과 기금 조성을 적극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게임업계는 패닉에 빠진 상황이다. 교과부는 오늘(6일) 공식 발표를 통해 청소년의 게임 플레이 시간 자체를 조율하는 ‘쿨링타임제’ 등 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소식에 게임업계는 지난해 수출액이 22억1100만 달러로 국내 콘텐츠 산업 총 수출액의 53%를 차지하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산업군에 대한 정부의 거듭된 규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음악 수출액은 1억770만 달러, 영화 2200만 달러로 게임의 수출액은 이들보다 20~100배 가까이 높았으며, 향후 한국의 주요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20대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산업군으로도 이름이 높다.

또 매년 꾸준히 사회공헌 비중을 늘리고, 별도로 기금을 조성해 재단을 설립하고 게임중독치료센터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데도 계속된 규제가 나오자 게임업계에서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과 ‘해외 법인 이적설’ 까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책임전가가 도를 넘었다.”고 풀이하며 “학교폭력 기금 조성안은 말 그대로 폭력적이고 이치에 맞지 않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무리 게임을 규제해도 게임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 보다는 건전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애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참고> 규제 및 책임전가 관련 해외 사례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이클 무어의 대표작 ‘볼링 포 콜럼바인’. 이 작품은 1999년 미국 콜럼비아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을 다뤘다. 당시 언론은 가해 학생의 범행동기가 게임중독과 락음악이라고 연일 보도했으나, 이 다큐멘터리는 총기 허용이란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놔두고 음악과 게임에만 비난하는 언론을 풍자해 세계적인 공감을 이뤄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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