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규제논란 ②] 문제 많다던 게임, 왜 서로 관리하겠다고 난리
왜 한국에서는 닌텐도 같은 것을 못만드냐고 질책하면서 지원하겠다던 정부가 이제는 게임 산업을 학교 폭력의 주범으로 지적하고 규제에 나섰다.
해외에서는 정식 이론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게임이 청소년들의 뇌를 폭력적으로 만들어 학교 폭력이 생겨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ADHD 증후군(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분위기 편승을 노린 몇몇 언론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이러다가 사회의 모든 문제의 원인이 게임이라는 주장이 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지경이다.
이상한 점은 게임이 이렇게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없애야 한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고 게임의 관리를 서로 직접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게임 관련 진흥과 규제는 문화부 소관이었지만, 작년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보호법을 이유로 관리권을 일부 가져갔으며, 그 뒤 문화부에서 대응책을 내놓아 이중 규제가 됐고, 이제는 교과부까지 쿨링 오프(2시간 마다 10분씩 게임을 강제로 중단하는 제도)를 주장하면서 삼중 규제의 위기에 처해 있다. 결국 3개 정부 부처가 서로의 활동을 못믿겠으니 자신들이 직접 관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의 부처의 행보가 너무나도 똑같이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부는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이유로 강제적 셧다운제를 주장하다가 게임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게임업계가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옮겨갔다.
교과부는 이전까지는 게임산업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대구 중학생 자살 사태 이후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 이어지자 갑작스레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게임중독을 지목했으며, 게임등급 심의 자율 이관을 막고 심의를 자신들이 맡겠다고 주장한 뒤, 뜬금없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기금을 게임업계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래 게임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여성부의 간섭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규제안을 내놓고 있으며, 여성부와 교과부처럼 강제적인 기금 마련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율규제안을 내놓으면서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며 매출액 300억 이상, 직원수 50명 이상이라는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는 황당한 기준을 내세웠다. 이곳저곳에서 압박이 들어오니 규제는 해야겠지만, 중소기업까지 압박했다가는 문화부의 주된 성과인 문화콘텐츠 수출실적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3개 부처가 각기 다른 이유로 게임산업 규제 전쟁에 발을 들였지만, 결국은 돈 문제로 귀결됐다는 얘기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이전까지는 정부가 게임산업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아 그것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까지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게임산업의 성장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들이 이슈화되면서 그것을 놀라워하면서 칭찬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가 갑작스럽게 규제안들과 비방의 목소리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게임산업이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취급을 당하고 있는게 아닌지 강하게 의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