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문화다]③게임 콜라보레이션, '문화의 융합이 현실로'
< <지난 2010년 8월, 삼성동 엔씨소프트 사옥에서 원더걸스, MISS A, 2AM 등으로 잘 알려진 JYP와 엔씨소프트의 콜라보레이션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음악가 박진영 씨는 "자신이 만든 춤과 음악이 게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냈다."며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와이디온라인의 댄스 배틀 게임 '오디션'은 게임을 통한 가수들의 온라인 데뷔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오디션을 통해 5인조 신인 여성그룹 '뉴에프오(New.F.O)'의 타이틀곡 '바운스(Bounce)'가 공개되기도 했다. 또 '로스트사가'는 국내외 유명 게임, 영화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야뇌 백동수', '프리스트', '라그나' 등 수 많은 용병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게임은 다른 대중 문화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영화, 만화, 그리고 패션, 가요 등 다른 문화 군에서는 일부 게이머들의 시선을 노린 마케팅 제휴 정도로 게임산업과 마주했다. 캔 음료에 게임 캐릭터를 넣고 출시하고, 아이템을 주는 수준의 제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게임이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동등한 입장에서 게임과 타 문화와의 콜라보레이션이 활발해지고 있다. 게임과 다른 문화 군의 융합은 거침없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제는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사회 현상으로 인식될 정도가 됐다.
최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신작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의 축하 공연에는 국내 유명 디자이너인 최미숙 의상 디자이너가 게임원화 의상을 모티브로 새롭게 제작한 의상이 등장했다. 또 캡콤엔터테인먼트코리아(대표 강진구)는 지난 7월4일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사용한 콜라보레이션 티셔츠를 유니클로를 통해 출시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없었던 패션 주류와 게임의 콜라보레이션이다. 게임의 달라진 문화적 위상을 증명하는 예다.
음악 쪽은 보다 활발하다. 대전격투게임 '철권 태그 토너먼트2'의 콘솔 게임기 초회 동봉 특전에는 미국 유명 힙합 음악가 '스눕 독'의 스테이지가 등장하며, 블루페퍼의 리듬게임 '크레이지레인2'에는 힙합그룹 루드페이퍼(Rude Paper)의 곡 '믿지 않아'가 들어갔다. 루드페이퍼는 직접 해당 음원의 게임 노트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얼샤워의 '비트앤히트'도 미국 모바일 음원 전문 개발사 수파사운드(SupaSounds)와 협력했고, 국내에서 스마트폰 소셜게임 1~2위를 다투는 '룰더스카이'에는 한국의 유명 기타리스트인 함춘호 씨가 직접 연주한 효과음이 적용되기도 했다. 모바일 콘텐츠 업체 둡의 '뮤지션 셰이크' 시리즈에는 아예 슈퍼쥬니어, 아이유, 소녀시대, 씨엔블루, 빅뱅 등 다양한 기획사 가수들이 게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아이폰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한 음악게임 '매드아콘'도 Mostapes와 JayPD라는 아티스트와 공동작업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와 만화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인기 영화는 지금도 빠짐없이 게임으로 등장하고 있다. '스파이더맨' '배트맨' '헐크' 등 인기 히어로물은 주요 게임의 단골 소재다. 일본에서는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헬로키티가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와 콜라보레이션 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움직임이 있다. 스타크래프트 팬을 위한 신한은행의 '스타마니아 체크카드'와, 우리은행에서 개발한 '리니지 우리 e신용카드'가 그 예다. 와이디온라인도 롯데카드와 함께 '오디션 롯데카드' 개발을 공동 진행했다. 한빛소프트도 롯데카드와 '헬게이트:런던'의 디자인을 적용한 신용카드를 내놓은 바 있다.
이외에도 게임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보다 광범위하게 사회로 침투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는 SNS 분야, 사이버 애완견 분야, 팬 박람회, 자동차 모터쇼 등에도 게임은 빠지지 않고 있으며, 이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더 이상 위화감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게임과 연관된 콜라보레이션 사례를 보면 음원을 부른 가수나 기획사가 게임 기획단계부터 협력하는 등 다른 문화군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는 게임이 대중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에 콜라보레이션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런 사례는 게임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질수록 더욱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