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인플레이션, 게임 속에서도 "먹고 살기 힘들다"
어딜 가나 '경제' 관련 이야기뿐이다. 단순히 경제가 어려운 이유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신문, 뉴스 등에서 경제 관련 내용들의 비중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비단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졌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렵다보니 국민 개개인들까지 국가와 사회의 경제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복지나 삶의 질보다는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편하게 발 뻗고 숨 돌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요즘이다.
그렇다보니 잠시 빡빡한 세상일을 잊고 즐길 수 있는 온라인게임으로 기분전환을 하는 이들도 많다. 사실 게임은 취미 생활의 일부다. 하루에 한두 시간 친구 혹은 지인들과 판타지 세상에서 모험을 즐기거나 가볍게 채팅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과 계층들이 모여들며 '또 다른 사회'로 불리고 있는 온라인게임인데, 요즘은 이 안에서도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삶이 그다지 윤택하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997년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를 기점으로 게임 내의 경제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현금거래를 떠나 리니지에서는 게임 아이템과 게임 머니의 소비, 유통 등 현실과 차이가 없는 가상세계가 구현됐다. 시간이 지나 아이온, 테라, 디아블로3, 블레이드앤소울 등 쟁쟁한 게임들이 서비스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니지가 여전히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제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가 크다.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게임에서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존재한다. 서비스 초기에는 수요와 공급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 내의 물가는 큰 변동 폭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대가 형성되고 매물과 소비가 안정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게임사들은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게임머니를 적절하게 조절해 물가의 변동 폭을 안정시키며 서비스는 안정권에 접어들게 된다. 유통되는 머니의 생성과 흐름을 조절해 마치 '한국은행'과 같은 역할을 게임사들이 하게 되는 것이다.
근데 문제는 게임머니가 실제 재화로 인정되기 시작하면서 이를 업으로 삼거나 주식과 같이 사고파는 행위 등으로 게임 내의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전문적으로 게임머니를 생산해 내는 이들마저 등장하며 게임 내의 경제가 큰 폭으로 요동치는 현상이 잦아졌다.
그렇다보니 게임을 조금씩 즐기는 서민 입장에서는 빠른 속도의 물가에 버거워 하게 되고 필요한 아이템의 구매도 쉽지 않아졌다. 빠른 속도로 흐르는 게임 내의 경제 구조를 라이트 게이머 입장에서는 따라가기 버거운 것이다.
혹자는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매물도 많이 존재하고, 경쟁이 많아 오히려 아이템이 저렴하다'라고 말 하기도 하지만, 이는 정말 잠시 뿐이고 게임머니를 본격적으로 모아야하거나 필요한 아이템을 요구하는 시기가 되면 상황은 어려워지는게 일반적이다. 지금 현실에서도 주택 문제는 아파트나 주택 부족이 아닌 분양가와 물가의 영향이 크지 않은가.
최근 디아블로3의 상황만 놓고 봐도 경제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디아블로3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게임머니가 외부에서 밀려들어와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오죽하면 게이머들은 게임머니 보다 아이템이나 바로 환전이 가능한 게임 소재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이라 이야기할 지경이다. 개발사인 블리자드는 이를 막기 위해 게임머니의 획득량이나 소비 부분의 조절을 시도했으나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여전히 물가는 빠른 속도로 급상승 중이다.
디아블로3는 최근 발생한 다소 극단적 사례이지만 인기 MMORPG에서의 물가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다. 많은 사용자들이 접속해 즐기는 만큼 게임머니는 빠른 속도로 생산되기 마련인데, 게임 시스템 상 이를 적절하게 소비하고 유통하게 해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결국 현실처럼 상위층과 하위층만 존재하는 기형적인 모양으로 경제 구조가 만들어 질 수밖에 없는데, 게임에서는 결국 그 사회에 적응에 실패해 게임을 접게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해외에서 경제 구조가 탄탄하다고 알려진 '이브 온라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과거 이브 온라인은 현실 보다 더 현실 같은 경제구조라 평가될 정도였으며, 게임 자체적으로 게임머니와 현금의 교환이 가능해 더욱 게임 경제 구조의 표본으로 일컬어지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브 온라인에서는 거대 길드들이 시장을 장악해 현실의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와 비슷한 모양이 되어 버렸다. 거대 길드를 중심으로 주요 아이템들이 거래되고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이에서 뒤쳐진 게이머나 조직들은 결국 몰락하거나 흡수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국내의 모습처럼 대기업의 사업 영역 확대와 소규모 영세상인들의 몰락이 비춰지는 모습이다.
그래서 최근 개발되고 있는 게임들은 기획 초기부터 안정적 경제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전문가나 관련 출신들을 채용하고 있다. 게임 내의 경제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고 보고서가 만들어 지는 것은 이제 단순히 게임 내의 경제 문제가 아닌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나라님들도 쉽게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경제 문제다.
오늘도 챗바퀴돌듯 많은 사용자들은 일상에 치여 게임임으로 눈을 돌려 보지만 그쪽의 상황도 녹녹하지 못하다. 이곳도 저곳도 빡빡하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현실이나 게임에서나 참 먹고 살기 힘든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