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스타리그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기는 끝났지만 팬들은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못했고, 해설진들 역시 뜨거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장내에는 비틀즈의 명곡으로 알려진 'Let it be'가 조용하게 흘러나왔다.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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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떨어져 허영무(삼성전자)와 정명훈(SK텔레콤)을 목청껏 응원했던 1만 명의 팬들은 하나가 되어 '스타리그가 있어 행복했습니다'라는 플랜 카드를 들었다. 더 이상 그들은 각각의 선수를 응원하던 팬이 아닌 스타리그라는 울타리 안에서 한마음이 됐다.

지금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허영무의 우승도 아니었고,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정명훈도 아니었다. 콩댄스로 피날레를 장식한 임요환과 홍진호의 라이벌 매치는 더더욱 아니었다.

현장의 모든 이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e스포츠'란 싹을 피우고 줄기를 만들어내 화려하게 꽃을 피운 스타리그의 마지막을 두 눈에 담고 가슴 속에 새기며 눈시울이 뜨거워진 모습이었다.

스타리그로 인해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생겨났고, 프로게이머는 청소년들 사이에 최고 인기 직업으로 부상했다. 또한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인생이 180도 뒤바뀐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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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전.김'으로 대표되는 스타리그의 대표 해설자들도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인생이 뒤바뀐 대표적 사람들이다. 만화 스토리 작가에서 스타리그 대표 해설자가 된 엄재경,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캐리어에 혼을 바친 김태형 해설, 그리고 iTV 아나운서 출신에서 이제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캐스터가 된 전용준. 이 세 명은 스타리그의 산 증인이자 수많은 역사와 함께 해왔다.

그 중 평상시 중계를 리드하는 전용준 캐스터는 자신의 감정을 보통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설자가 아닌 캐스터는 최대한 중립적 위치를 지켜야만 방송이 매끄럽게 흐르고 많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만은 달랐다.

그는 모든 경기가 끝난 후 "오늘은 조금 길게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라는 말을 시작으로 자신의 인생을 뒤바꾼 스타리그의 지난 하루하루를 곱씹으며 미래를 이야기 했다.

"이제 더 이상 브루드워로 스타리그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분만큼 저도 많이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두렵습니다. 저는 스타리그를 중계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먹고 사는 방법도 스타리그를 중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스타리그를 중계할 수 없습니다. 지난 10년간 해왔던 일자리가 없어졌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제 나이가 40이 됐는데 변화를 맞이하게 된 지금이 두렵습니다"

"지난 2007년 iTV에서 아나운서로 있던 저에게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온게임넷에 함께하자는 제의가 왔습니다. 언젠간 게임이 스포츠가 되는 시기가 온다고, 게임으로 전 세계 젊은이가 함께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신 나간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정신 나간 이야기를 믿었습니다. 그 희망의 목소리가 많은 사람들을 e스포츠에 미치게 했고, 지금은 현실이 됐습니다"

"우리는 이제 다시 브루드워가 아닌 스타크래프트2로 새로운 꿈을 만들려 합니다. 꿈이 이뤄질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두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 비해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것이 몇 명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됐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고 계십니다. 이분들과 함께라면 다시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용준 캐스터의 진심어린 목소리는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스타리그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에 울먹이는 팬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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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느새 음악은 희망을 담은 마룬5의 ‘overexposed’ 바뀌어 있었다. 장내의 분위기도 마지막의 아쉬움과 도전으로 인한 두려움이 아닌 희망과 가능성으로 변화했다. 앞으로 스타크래프트2를 함께할 많은 사람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고, 그만큼 희망 에너지도 현장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으로 해설진들은 이야기 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해주셔서,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열정을 가지고 스타리그를 중계하겠습니다”라고.

이에 팬들은 묵묵하게 화답했다.

‘스타리그가 있어 13년간 행복했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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