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게이머들은 축제에 목마르다
언제나 축제는 즐거운 법이다. 학창시절의 축제도 그랬고 페스티벌이란 이름을 걸고 진행되는 행사들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려 흥겨운 장을 연출한다.
각종 게임 축제들도 그러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구경하고 체험하거나 새로운 신작들의 정보를 확인하며 이벤트를 즐긴다. 그런데 최근 이런 오프라인 게임 축제나 페스티벌로 부를 만한 행사들이 축소되거나 과거와 같은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행사의 규모는 커지고 방문객도 역대 최대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참가자들의 평가는 과거와 같지 못하다.
가장 큰 이유는 행사를 꾸미는 콘텐츠의 질과 양이 예전에 미치지 못하는데 있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3대 게임쇼를 살펴봐도 과거와 같은 게임들이 부족한 편이다.
매년 행사별로 대작으로 불리는 게임은 있지만 과거와 같이 다양한 업체에서 경쟁적으로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게임의 개발비와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많은 작품을 자주 출품하지 못하는 영향도 크다.
그렇다보니 행사장에서 1~2개의 게임을 보고 나면 더 이상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 없어지는 문제다. 참가사들도 라인업이 부족하다보니 몇 개의 게임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져 참가자들이 부스로 많이 몰려들지만 오랫동안 이들의 시선을 잡아두기 어려워졌다.
반대로 다양한 라인업이 경쟁을 벌이면 참가사들 입장에서는 피를 말릴지 모르겠지만 참가자들 입장에서는 더욱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2010년 지스타가 그러했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이 최초로 공개됐고, 블리자드도 행사에 최초로 참가하며 스타크래프트2와 디아블로3로 행사장을 장식했다. 엑스엘게임즈에서도 아키에이지를 게이머들에게 첫 선을 보이며 그야말로 별들의 대결을 펼쳤다.
그렇다보니 행사 기간 내내 참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각각의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많은 이벤트들이 열리고 행사가 알차다는 입소문이 커뮤니티를 타고 전파되며 20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그런데 올해 지스타는 일단 참가사들의 라인업이 과거와 같지 못하다. 대규모로 부스를 꾸미던 업체들이 줄어들었고, 꾸준히 행사에 참여하던 업체들도 올해는 행사 참여에 미진하다.
물론 새로운 라인업이 없고 마케팅을 진행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하지만 많은 국내 게이머들은 이러한 축제에 목말라하고 있다. 특별한 신작이 없었던 e스타즈에도 수많은 게이머들이 몰려들었고, 여전히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 등의 오프라인 행사에 수만 명의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올해는 열리지 않지만 블리자드의 블리즈컨은 단순히 신작을 소개하는 자리로 꾸며지지 않는다. 같은 게임을 즐기고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기는 행사로 펼쳐진다. 10만원에 달하는 티켓이 10분 만에 동나고 조금이라도 일찍 입장하기 위해 개발 몇시간 전부터 행사장은 많은 인파가 몰린다. 다양한 이벤트와 제품들까지 판매되어 행사장은 정말 축제의 현장이다.
국내 업체들도 이런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작도 좋지만 기존 게임의 팬들도 여전히 많다는 것을. 신작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것은 비단 게임 산업뿐만이 아니지만, 기존 사용자들을 위한 행사와 이벤트는 보다 단단한 지지층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말이다.
아직 올해 지스타의 참가 신청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지만 굳이 지스타일 필요는 없다. 방법과 기회는 언제 어떻게든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게임사들의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여전히 팬들은 축제와 행사에 목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