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무쌍으로 돌아오다. 진북두무쌍
진 북두무쌍은 지난 2010년에 발매된 북두무쌍의 후속 작품으로, 전작에서 지적되었던 단점 요소를 개선하고 속도감 있는 전투와 방대한 볼륨의 스토리, 2배 이상 많아진 플레이어블 캐릭터, 각종 추가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액션 게임이다. 이질적인 시스템과 답답한 전투 때문에 이름만 무쌍이었을 뿐 독립된 북두의 권 미디어 믹스로 봐도 무방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은 많은 유저들에게 친숙한 무쌍 시리즈 식의 시스템과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북두의 권이라는 이름을 빌린 전통의 무쌍 게임으로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성장 강화 시스템의 변경
전작인 북두무쌍에서는 적을 해치우고 얻은 포인트를 지불해 각종 기술을 구입하는 방식의 성장 강화 시스템을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기술이
부족한 초반에는 단타 중심의 답답한 전투 밖에 벌일 수 없었고, 화려하고 강력한 기술을 얻기 위해 반복 플레이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기술을 습득해도 장비할 수 있는 수에 한계가 있었고, 특정 기술을 장비하지 않으면 레벨업 시 능력치가 영구 성장하지 않는 것도 선택의 폭을
좁게 만들었다.
이번 작품은 기존의 무쌍 시리즈처럼 레벨업에 따라 능력치가 성장하고 다양한 기술을 얻는 성장 시스템을 채택했으며, 경락도라고 불리는 장비 아이템을 최대 5개까지 장비하여 캐릭터를 추가로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포인트 습득제가 폐지되면서 각 캐릭터는 1레벨 때부터 강력한 특수공격과 전승오의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조정되었으며, 레벨업을 통해 습득한 전승오의는 플레이 도중 방향키로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다. 통상 공격으로 적을 격파하면 체력 경험치가, 강 공격 중에 적을 격파하면 공격 경험치가 들어오는 식으로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육성의 폭이 달라지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 경락도를 다른 캐릭터에게 물려줄 수도 있어 반복 플레이의 번거로움도 줄어들었다.
대폭 강화된 스토리와 볼륨
삼국무쌍식으로 말하자면 무쌍연의모드에 해당하는 스토리 모드 전설편의 구성 변화도 눈에 띈다. 북두무쌍의 전설편에서는 각 캐릭터마다
원작의 내용을 따르는 고유의 스토리가 배정되어 있었지만, 원작 1부에 해당하는 권왕편은 물론 2부 천제편과 3부 수라국편, 그리고 4부인
전승편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보르게편까지 총망라하는 진 북두무쌍의 전설편에서는 주인공 켄시로의 시점으로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되 상황에 따라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여 게임을 플레이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원작 스토리를 둘러싼 여러 캐릭터들의 다양한 시점을 보여주는데
급급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편의 만화 작품을 감상하듯 북두의 권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더욱 무쌍다운 액션으로 진화
진 북두무쌍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액션 파트는 전작에 비해 좀 더 속도감 있게 바뀌었다. 공격 범위가 늘어나 많은 적을 한 번에
상대할 수 있게 되었으며, 캐릭터 별 기본 공격법이 단타 중심에서 연속기 중심으로 변경되어 무쌍 시리즈 식의 빠르고 호쾌한 일기당천 액션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멋진 연출과 함께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회피 액션과 대쉬가 존재의미를 알 수 없었던 전작의 점프 포지션에
들어왔고, 전승오의를 사용할 때마다 큼지막한 글자와 함께 표시되던 컷인 연출도 일부 이벤트 신에서만 표시되는 것으로 바뀌어 더 이상 게임
흐름을 끊지 않게 된 점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다른 무쌍 시리즈에 가까운 완성도 높은 시스템과 속도감 있는 전투 외에, 진 북두무쌍은 유저들에게 고르는 재미도 함께 제공한다. 전작의 캐릭터는 DLC를 포함하여 고작 10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슈우, 쥬우더, 류우가 등 전작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던 원작 1부 캐릭터를 비롯하여, 성장한 바트, 린, 아인, 파르코, 샤치, 카이오우 등 원작 2~3부에 등장했던 캐릭터들까지 총 20명 이상의 캐릭터를 직접 조작할 수 있다.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액션 파트에서 등장하는 각종 오브젝트들은 공격을 가하거나 충격을 받으면 실감나는 소리와 함께 깨지고 부숴지며, 각 캐릭터들이 입고 있는 옷은 타격을 입으면 성별에 상관없이 조금씩 찢어지다가 결국 누더기가 된다. 전작보다 2배 많아진 여성 캐릭터들에게는 테크모의 기술력이 응집된 바스트 모핑까지 추가되어 있어 장시간의 플레이로 지친 남성 유저들의 몸과 마음에 청량제와 같은 효과를 부여한다.
너무나 큰 권왕의 그림자
하지만 진 북두무쌍이 전작과 비교하여 모든 면에서 나은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전설편의 스토리 배분 문제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원작의 총 4개 시나리오를 동시에 다루고 있는데, 북두무쌍에서도 다룬 바 있는 권왕편의 비중이 전체의 약 50%인 22화에
달하며, 새로 추가된 천제편은 25%, 수라국편은 25%, 보르게편은 마지막 2화 정도에 불과해 나머지 부분의 스토리를 심도 있게 즐기는
것이 힘들다.
각 캐릭터 별 오리지널 스토리를 다루는 환투편의 분위기가 다소 어둡고 무거워진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이다. 전작에서 환투편은 전설편의 진지한 분위기와 정반대로 다소 황당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전개되었는데, 진 북두무쌍의 환투편은 원작 스토리 사이사이에 각 캐릭터들이 했을 법한 행동을 심각한 분위기의 오리지널 스토리로 재현한 것이 많아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기기 힘들어졌다.
장비대신 경락으로 개조
무쌍 시리즈의 고질병 중 하나인 쓰던 기술만 계속해서 쓰게 되는 점도 문제. 이번 작품에서는 각 공격과 특수 공격, 필살기마다 별도의
능력 성장치를 도입해 한 가지 기술만 써서는 캐릭터를 균형 있게 성장시키기 힘든, 앞서 언급한 문제에 대한 나름의 자구책이 마련되어있다.
하지만 일부 능력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게임을 진행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부족한 능력치는 경락도를 이용해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속도감 있는 진행과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위해 결과적으로는 쓰던 기술만 계속 쓰게 된다. 그 시도는 좋았지만,
보다 근본적이고도 강력한 대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끝으로, 북두의 권의 원작자 중 한 명인 하라 테츠오는 '무쌍 시리즈이면서 무쌍을 버린 게임'으로 만들어지던 북두무쌍을 보고 제작진을 향해 '코에이다운 게임을 기대한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고 하는데, 전작의 그늘에서 벗어나 완전 무쌍화로 돌아온 진 북두무쌍은 원작자가 바란 '코에이다운 게임' 바로 그 자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