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의 시대적 변화, '대작과 웹게임만 남고 멸종하다'
지난 10여 년 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MMORPG(다중접속롤플레잉온라인게임) 장르는 수익 창출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아 왔다.
동시접속자 10만 명 이상의 대작 게임이 아니더라도 중견 기업들이 MMORPG를 개발해 1만 명 수준으로 몇 년간 꾸준히 유지하면 개발비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처럼 한 번 자리 잡으면 수년간 큰 걱정없이 돈을 벌 수 있고, 차기작 준비도 천천히 할 수 있었기에 다른 캐주얼 게임들 보다 MMORPG 개발을 선호하는 개발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특히 신규 MMORPG를 개발한다는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게이머들의 눈높이가 점점 오르고 기존의 게임들이 축적된 콘텐츠들을 통해 기존 게이머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신규 MMORPG의 성공 확률이 극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시장의 변화는 중간 수준의 신규 MMORPG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400억 원 이상의 개발비를 투자했던 ‘테라’ 이후에 최근 국내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과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를 제외하고 이슈가 되는 MMORPG가 거의 없다.
수백억 원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급 게임들은 출시 전부터 기대순위 1위에 오르며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지만, 이보다 그래픽이나 전체적인 콘텐츠 양이 다소 부족한 중간급 MMORPG들은 게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실패를 맛보며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기류는 MMORPG에 대한 개발비의 상승을 불러왔고, 자연스럽게 중견 게임 개발사들로부터 MMORPG 개발을 멀어지게 했다. MMORPG가 최소 수백억 원을 투자하지 않으면 안되는 장르가 돼버린 셈이다.
반면에 이렇게 사라진 중견 MMORPG 시장은 새롭게 웹 게임이 대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5년여 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를 시작으로 단순히 클릭 위주로만 게임이 진행됐던 웹게임 분야는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MMORPG 분야로의 진출에 거침이 없다.
중견 MMORPG에서 진행됐던 대부분의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고, 번거롭게 클라이언트(게임을 시작하기 전 깔아야 하는 프로그램)를 다운받을 필요없이 즉석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자리잡으면서 직장인들이 웹MMORPG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에서 공개시범서비스를 시작한 퍼니글루(대표 백창흠)의 웹게임 '프린스오브히어로(이하 POH)'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POH는 사냥, 펫육성, 길드전, 공성전 등 대형 MMORPG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모두 즐길 수 있으면서도 웹게임만의 강점을 살려 북미와 중국에서 6천만 명이 즐기고 서버도 2천대가 넘는다.
또 천기 온라인 등도 한때 동시접속자 10만 명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며 MMORPG 장르의 세대교체를 상징화하기도 했다.
이밖에 최근 MMORPG들의 스마트폰 진출도 눈여겨봐야 할 트렌드 중 하나다. LTE가 정착되고 wifi가 활성화되면서 스마트폰 MMORPG들도 대거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2년 전에 선을 보인 게임로프트의 ‘오더앤카오스’를 시작으로 그라비티에서 내놓은 ‘라그나로크 발키리’ 등 꾸준히 MMORPG가 등장하고 있으며, MMORPG를 찾는 게이머들도 늘고 있다. 또 전문가들도 2-3년 내에 PC온라인 게임에 버금가는 스마트폰 용 MMORPG가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향후 MMORPG 시장은 대작, 웹게임, 스마트폰이라는 3대 테두리 안에서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