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미지 훅 가버린 게임사들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이라면 단연 리그오브레전드를 꼽을 수 있다. PC방 점유율 35%라는 수치가 말해주듯이 이 게임은 수치상으로 다른 게임들을 압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리그오브레전드가 이렇게 많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이 갖고 있는 특유의 재미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가 이렇게 정상급으로 올라설 수 있는 배경에는 게임의 재미 이외에도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의 '개념 운영'도 한 몫을 했다.

게임이 서비스 되는 기간 동안 라이엇게임즈는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해결을 하고, 그렇지 못 하더라도 해결을 위한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다. 또한 자신들의 실수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바로 보상을 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라이엇게임즈의 이러한 태도는 현금 아이템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 게임 특유의 과금 체계와 맞물려 리그오브레전드를 '개념 게임'으로, 라이엇게임즈는 '개념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라이엇게임즈의 이러한 이미지가 휘청한 사태가 벌어졌다. 한 달간 수 차례의 서버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4월 11일에 이러한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이 됐지만, 당시 게이머들의 반응은 냉정할 정도로 무서웠다. '라이엇게임즈 = 개념'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었지만, 이 기간에는 무서울 정도의 비판과 질책이 쏟아졌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져진 좋은 이미지가 한 번에 망가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라이엇게임즈의 발빠른 대처 덕분에 이러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례로 확실히 증명된 것은 '게이머들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업계에는 대단히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다가 한 번에 이미지가 훅 가버린 업체들의 사례를 종종 찾을 수 있다.

LOL
LOL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렉트로닉 아츠(이하 EA)를 꼽을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 관련 업체인 컨슈머리스트가 진행한 '미국 최악의 회사'를 선정하는 토너먼트에서 2년 연속으로 우승하기도 했을 정도로 EA의 이미지는 끝이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과거에도 '경쟁사를 모두 먹어 치운다'는 오명을 얻기는 했지만, 탄탄한 기술력과 게임성만큼은 인정받았던 EA의 이미지 추락은 예상치 못 한 일이다.

EA의 이미지가 이렇듯 추락하게 된 이유는 자명하다. 불친절한 게이머 응대와 불안한 운영, 게다가 최근 불거진 심시티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안한 서버 문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명 프랜차이즈 게임들이 최근 지속적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스포츠 게임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고 못 하고 있는 것도 EA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2013 최악의 기업 토너먼트
대진표
2013 최악의 기업 토너먼트 대진표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 기업인 스퀘어에닉스와 캡콤 역시 최근 몇 년사이에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게임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일본식RPG의 대표적인 작품인 파이날판타지 시리즈를 비롯해 90년대에 성검전설, 라이브어라이브, 크로노트리거, 드래곤퀘스트 같은 주옥같은 RPG를 선보이며 입지를 다진 스퀘어에닉스는 빼어난 그래픽과 연출로 게이머들의 사랑을 오랜 기간 받아온 업체.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이들의 이미지는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늘 비슷한 패턴으로 전개되는 스토리에 너무나 정형적인 성격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스퀘어에닉스의 RPG에 사람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파이날판타지 시리즈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공작을 출시하지 않아 '파이날판타지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렇게 자신들이 크게 의지하고 있는 '파이날판타지' 브랜드의 위력도 예전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이날판타지 13과 13-2에 대한 게이머들의 평가는 예전 같지 않았다. RPG가 아니라 비주얼 노벨을 읽는 것 같다는 평까지 나올 정도였다. 여기에 스퀘어에닉스가 신작 개발보다는 과거 시리즈의 HD 리마스터 버전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일각에서는 스퀘어에닉스가 추진력을 잃었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파이널판타지13-2
파이널판타지13-2

플레이스테이션3와 Xbox360 이후 대부분의 일본 게임업체들이 휘청거릴 때에도 독자적인 엔진을 개발하고 꾸준히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며 지금은 현세대 기종이 된 당시의 차세대 기종에 완벽하게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캡콤도 최근에는 많은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추가 결제를 하지 않으면 온전한 게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친 DLC 정책을 펴고 있는 데다가, 이렇다한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내놓고 있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데빌메이크라이, 바이오하자드 같은 작품들의 신작에 대한 평가가 과거만 못 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 캡콤은 자신들을 향한 타오르는 비판에 기름을 끼얹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자사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록맨 시리즈의 탄생 20주년이 다가옴에도 개발 중인 록맨 시리즈 프로젝트를 모두 취소하고, 20주년 기념 작품마저, 아마추어 개발자가 개발한 작품을 그대로 구매해서 판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기 대전격투게임 시리즈인 다크스토커즈 시리즈의 최신작을 공개할 것처럼 홍보 영상을 배포해 놓고, 실제로는 그동안 수 차례 출시된 적이 있는 다크스토커 시리즈의 합본판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이에 게이머들이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고, 실제로 게임의 판매가 부진하자 캡콤 USA의 수석 부사장인 크리스찬 스벤슨이 "팬들이 그렇게 원하는 작품을 출시했는데 판매가 저조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여 게이머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는 일도 최근 있었다. '게이머들이 진짜 바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 게이머들이 발끈한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게임시장에서도 이미지를 쌓아올리는 데는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 수년 정도가 걸리지만 이를 무너트리는 데에는 1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한 번 무너진 이미지를 쌓아올리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고 보는 편이 맞다"라며, "게임산업은 게임이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게이머들에 대한 '서비스'를 확실히 해야 하는 산업군이다. 이 점을 한 순간이라도 잊어서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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