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선택]헬로히어로와 리틀 레전드가 추구한 소셜RPG
최근 스마트폰 게임 시장을 보면 과거 팡류가 유행할 때처럼 한 장르가 시장을 주도하지 않고,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골고루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간단한 게임이 주를 이뤘지만,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에 익숙해진 지금은 TCG, 야구 시뮬레이션, 레이싱 등 장르가 좀 더 다양화되고, 게임성 역시 좀 더 심화된 느낌이다. 흔히 말하는 미드코어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떠오르고 있는 소셜RPG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미드코어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소통과 육성을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소셜RPG 장르는 온라인 게임의 MMORPG와 비견될 만큼 깊이 있는 게임성을 추구하는 장르다.
또한, 소셜과 RPG 모두 폭넓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개발자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주 개발자의 선택 코너에서 다룰 핀콘의 헬로히어로와 컴투스의 리틀레전드처럼 말이다.
C9 개발진들이 설립한 핀콘에서 개발한 헬로히어로는 영웅들을 수집해서 파티를 구성하고, 던전을 탐험하는 전형적인 리얼타임 턴제 RPG다. 각 영웅들은 각기 다른 능력치와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며, 육성과 강화, 아이템 장착 등을 통해 더욱 강력한 파티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영웅들은 캐럿이나 명예 포인트를 소모해 뽑는 구조이며, 특정 몬스터와의 전투를 통해서도 습득할 수 있다. 또한 영웅을 조합하면 한단계 높은 등급의 영웅을 얻을 수도 있다.
헬로히어로의 소셜 요소는 대화와 협동, 경쟁을 모두 담고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월드보스는 같은 서버에 있는 모든 게이머들이 힘을 합쳐야 쓰러뜨릴 수 있으며, 월드보스에 준 피해량을 기준으로 차등된 보상이 지급된다.
또한, 다른 게이머들과의 전투력을 겨룰 수 있는 PVP 모드 및 아레나전도 지원하며, 같은 채널에 있는 사람과의 실시간 채팅과 명예포인트 주고받기를 할 수 있다.
평소 스마트폰 게임을 즐겨 하는 사람이라면 이 설명을 듣고 떠오르는 게임이 있을 것이다. 바로 액토즈소프트의 확산성 밀리언아서로 대표되는 TCG들이다. 헬로히어로의 시스템들은 일반적인 TCG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것이 카드가 아닌 캐릭터라는 것이 다를 뿐 대략적인 흐름은 같다.
다만, 헬로히어로는 특정 마니아 층을 노리고 미소녀 일러스트를 중점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일반적인 TCG와 달리 귀여운 영웅들을 3D 캐릭터로 보여줌으로써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으며, 전투도 직접 조작할 수 있도록 해 RPG 다운 특성을 더욱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또한 소셜 요소들을 전투에 집중시키고, 전투 자체도 단순화시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카카오스러운 RPG를 구현해냈다. 애플 스토어 매출 1위, 구글플레이 마켓 매출 3위의 기록은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이를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결과다.
파티를 구성해 싸우는 턴제 RPG인 헬로히어로와 달리 컴투스의 리틀레전드는 실시간 액션RPG의 형태다.
영웅을 조작해 필드나 던전을 돌아다니며 전투를 해서 영웅을 육성하는 형태이며, 레벨업과 각종 장비 착용을 통해 더욱 강력한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다.
전투 부분만을 보면 일반적인 액션RPG와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지만, 이 게임의 소셜 요소를 보면 타 게임과 완벽히 차별화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룰더스카이 같은 농장형 SNG를 연상케 하는 마을의 존재 때문이다.
리틀레전드의 마을은 영웅을 위한 일종의 보급기지라고 할 수 있다. 영웅을 고용하고, 죽은 영웅을 부활시키는 시설부터, 무기와 방어구, 스킬 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시설, 물약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 등 영웅을 육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각종 시설들을 건설할 수 있다. 마을에서 농작물을 생산하면, 돈과 경험치를 얻어 영웅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즉, 리틀레전드의 게임 플레이는 마을에서 작물을 심고, 기다리는 동안 사냥터에 가서 전투를 즐긴 후, 작물이 생산되면 마을로 돌아와서 그것을 수거하는 흐름이다. 일반적인 SNG의 경우 농작물을 심고 나면 생산이 될 때까지 무료하게 대기해야 했지만, 그것을 RPG로 보완한 셈이다. 영웅의 레벨과 마을의 레벨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상 두 개의 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SNG와 마찬가지로 친구 마을을 방문하면 사냥터를 들어갈 때 필요한 번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며, 어려운 던전일 경우에는 친구들을 직접 초대해 함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똑같이 소셜RPG를 추구한 두 게임이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게임으로 탄생한 것은 소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헬로히어로는 TCG와 마찬가지로 영웅의 수집과 육성 이 강조된 게임인 만큼 소셜을 수집과 육성에 도움을 주는 보완제 역할로 활용하고 있다. 소셜 요소가 전면에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원하는 영웅을 얻기 위해 자연스럽게 소셜 요소를 활용하게 되는 방식이다.
반면에, 리틀레전드는 소셜이라는 단어에서 SNG 장르를 떠올리고, 그것을 게임의 핵심축으로 활용했다. 게이머들은 보통 소셜 게임이라고 하면 룰더스카이나 아이러브커피 같은 SNG 장르를 떠올린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여성 게이머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도 숨어있다. 보통 RPG는 남성들이 선호하는 장르이지만, SNG를 RPG와 동등한 비중으로 끌어올려 SNG를 선호하는 여성 게이머들까지 잡겠다는 생각이다(여성들이 많은 게임은 자연스럽게 남성들도 많아지는 것이 현재 게임 시장의 흐름이다). 두 장르를 섞다보니 다소 복잡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양쪽 장르를 한번에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