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인저스티스: 갓즈 어몽 어스
'강철남' 아이언맨이 극장가를 한 번 뒤집어 놓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강철남'이 극장가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파란 타이즈에 빨간 팬티를 입은 정의의 사도, 슈퍼맨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일각에서는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해석이라고도 한다) 신작 영화 맨 오브 스틸은 히어로물의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맨 오브 스틸, 즉 슈퍼맨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슈퍼 히어로로, 마블과 함께 미국 코믹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DC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모든 사건을 완력만을 사용해서 해결한다는 점은 '스마트'함을 요구하는 현 세태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정의를 지키고 시민을 보호한다는 올곧은 마음가짐이 있기에 슈퍼맨은 오늘도 영웅 소리를 듣고 있다.
인저스티스: 갓즈 어몽 어스(이하 인저스티스)는 이러한 슈퍼맨을 비롯해 슈퍼맨이 속한 DC의 영웅들과 악당들이 두루두루 등장하는 대전격투게임이다. 액션 게임이나 어드벤처 게임으로만 접하던 슈퍼 히어로들의 대전격투게임이라는 것이 다소 생소하기는 하지만, 원작 만화나 영화에서 이들 슈퍼 히어로와 악당들이 항상 주먹질과 발길질로 갈등을 해소했다는 것을 보면 이들 슈퍼히어로와 악당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게임 장르는 대전격투게임일런지도 모르겠다.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그러니까 인저스티스 이야기 하시려고 맨 오브 스틸 이야기를 그렇게 길게 하신 겁니까?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응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너무 구태의연한 진행방식 아니야?
까는 놈: 고전적인 장르에는 고전적인 소개방식을 차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단다.
모르는 놈: 대전격투게임이 무슨 고전적인 장르인가요.
까는 놈: 20년도 더 된 장르라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고전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대전격투게임이라고 하면 스트리트파이터2만 생각하는
경향있는데, MSX로 등장했던 이알쿵푸 같은 게임의 등장시기를 생각하면 대전격투게임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고.
<대전격투게임도 스케일이 클 수 있다 vs '북미향' 대전격투게임의 진한 향기>
모르는 놈: 전 이 게임을 영상으로만 봤는데, 스케일이 제법 크더라구요. 연출도 재미있고 과격해서 보는 맛도 좋고. 정작 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달래는 놈: 너나 나처럼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만화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게임은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야. 니가 말한대로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슈퍼'한 인물들이 '슈퍼'한 액션을 보여주니까.
까는 놈: '슈퍼'한 액션이 도대체 뭐냐;
달래는 놈: 배경을 집어던지고, 오브젝트가 파괴된다는 등의 연출을 말하는 거야. 게다가 필살기를 사용했을 때의 연출과 각 스테이지의 화면
끝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발동되는 무대연출은 대전격투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끓어오르게 만들어. 일단 과격하고 화려하거든
모르는 놈: 맞습니다! 피가 끓어올랐습니다!
달래는 놈: 봐. 끓어오르는 사람 여기도 한 명 있네.
까는 놈: 하지만 정작 게임 중에는 저렇게 끓어오르기 쉽지 않아. 시스템 자체가 스트리트파이터나 킹오브파이터 같은 소위 '일본식' 대전격투게임의 느낌이 아니라 모탈컴뱃 시리즈로 대변되는 '북미식' 대전격투게임의 문법을 따르고 있거든. 콤보를 입력하는 방식이나 심리전을 거는 방식 등이 언뜻 같아 보이지만 막상 게임을 해 보면 완전히 달라. 모든 콤보가 '선입력'을 통해 이어지는대데, 사실 이러한 방식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대전격투게임인 스트리트파이터나 킹오브파이터와 같은 게임에서는 흔히 이용되던 방식이 아니야. 낯설다는 이야기지. 모탈컴뱃을 즐기던 사람들이라면 별 문제 없겠지만.
달래는 놈: 사실이긴 하지만 이런 점은 단점이라기 보다는 게임의 시스템적인 특징 아니야?
까는 놈: 그렇지. 그냥 대전격투게임이라고 하면 스트리트파이터를 떠올리는 이들에게는 어색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거야. 게임의 시스템적인
완성도가 낮다는 말이 아니라.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어. 캐릭터 밸런스 문제 말이지.
<밸런스 문제는 어느 대전격투게임이나 다 있는 거 아니냐? Vs 패치가 시급합니다>
달래는 놈: 그런 문제야 여느 대전격투게임에나 다 있는 문제잖냐.
까는 놈: 영상 보고 끓어올라서 게임에 덤볐다가는 다른 의미로 끓어오르게 될 껄? 열받아서 말야. 유난히 캐릭터 사이의 밸런스가 잘
맞아떨어지는 게임이 아니라서, 답답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어. 특히 이런 특정 작품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대전격투게임이라면 이러한 답답함이 더
커질 수도 있고 말야.
달래는 놈: 무슨 소리야?
까는 놈: 원작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 덕분에 이 게임은 기존의 대전격투게임 팬들은 물론 원작의 팬들의 관심도 받게 됐어. 물론 이건 좋은
현상이지. 문제는 원작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게임 내에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해. 하지만 대전격투게임에서 모든 캐릭터가
강력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법이지. 더군다나 이 게임은 캐릭터 사이의 밸런스가 잘 맞는 편이 아니야. 대전격투게임이 아니라 순수하게
캐릭터 게임으로 이 게임을 즐기려는 이들이라면 '나의 아쿠아맨은 이렇지 않아!!'라고 외칠 수도 있다는 소리지.
모르는 놈: 그건 그렇긴 합니다만. 애초에 아쿠아맨의 팬이 있기는 합니까? 걔는 원래 약한 게 제맛인데요;
까는 놈: 내가 좋아한다! 내가!; 그리고 그런 점을 떠나서 밸런스 문제가 확연해.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러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어지지
않을 정도야. 패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어.
<이건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vs 한글자막 어디갔니 한글자막>
모르는 놈: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투닥투닥거리면서 싸워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멈출 수가
없습니다!
까는 놈: 그거야 그렇긴 하다만… 막상 게임을 같이 할 사람이 아마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야 --; 이 게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대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고… 판매량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 --;;
모르는 놈: 게임성이 나빠서 그런가요? 아니면 국내에서는 대전격투게임 장르가 사길이라서?
까는 놈: 애초에 그런 문제였으면 이해라도 할 수 있는데… 사실상 이건 게임을 향한 불만이 아니라 유통사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와서 생긴
문제거든.
모르는 놈: 뭐; 게임이 비싸기라도 하답니까? 라이선스 문제 때문에 게임 하나가 한 10만 원 정도 하나요?
까는 놈: 아니 그런 게 아니고. 한글자막이 빠져서 그래. 한글화가 안 되고 영어버전으로 출시가 됐거든.
모르는 놈: 대전격투게임에 한글자막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한글화 안 되서 출시되는 게임이 대다수인데 그게 그렇게 비판할
일인가요?
까는 놈: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그런데 해외버전에는 한글 자막이 포함되어 있는데, 정작 한국에는 한글 자막이 빠진 버전이 유통되고 있으니 문제지. 일본에 유통되고 있는 버전에는 한글 자막이 포함되어 있어. 그런데 인저스티스의 국내 유통사는 한글 자막이 삭제된 버전을 국내에 출시했거든. 한글 자막이 없는 게임을 한글화 해달라는 요구는 업체 입장에서는 비용이 발생하기에 쉽게 들어줄 수 없어. 한글화 게임이 많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야.
하지만 개발사에서 애초에 한글 자막을 지원하고 있는데도 한글 자막이 없는 버전을 유통할 필요는 없는 것이잖아. 게이머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어. 한글 자막을 만들어 주지는 못 할 망정, 있는 자막도 없애버리냐고 -_-;;
게다가 일각에서는 국내 유통사가 한글 자막이 포함되어 있는 일본어 버전에도 한글 자막 삭제를 요구했다는 소문까지 번지고 있어. 그럼에도 유통사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 대답이 없는 상황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셈이지. 일을 저질렀으면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하거나, 입장표명이라도 해야 하는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게이머들 속이 뒤집어진 거야.
달래는 놈: 이러한 소문이 퍼지면서, 정식 출시일에 게임이 출시가 안 됐어. 하지만 시장에는 이미 출시일에 맞춰 판매를 개시할 수 있도록 물량이 배포된 상황이었거든. 정식 출시가 된 적이 없는 게임이 유통되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까는 놈: 대전격투게임이니 한글 자막이 별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이 게임이 캐릭터 게임의 특성도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스토리 모드에서 각 영웅의 특성을 알 수 있고 세계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저스티스는 다른 격투게임보다 한글화의 필요성이 큰 게임이야. 한글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뻔 했던 게이머들에게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일이지.
<마무리: 다 된 한글화에 국내 유통사 빠트리기>
까는 놈: 살면서 별별 게임을 다 해 보고, 별별 행태를 다 봤지만, 인저스티스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로 게이머들이 들고 일어난 경우는 처음
봐. 게임 자체는 충분히 재미있음에도 게이머들이 외면한 게임이 됐으니까.
모르는 놈: 한글화도 한글화지만 유통사의 태도가 게이머들의 반발을 불러온 셈이네요.
까는 놈: 식당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걔가 종종 하는 말이 “음식을 어떻게 만드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팔 것이냐에 더 신경을 쓴다”야. 이
말은 비단 요식업에만 국한되는 건 아닌 거 같아. 전에도 이 친구와 대화 중에 이런 경영철학을 다시 말하길래 그 녀석에게 이번 인저스티스
사태를 얘기했더니 뭐라뭐라 하면서 웃더라고.
모르는 놈: 뭐라 그랬습니까?
까는 놈: '장사하기 싫은가보다'라고 말하던데?
- 인저스티스: 갓즈 어몽 어스는?
맨 오브 스틸이 크게 성공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본문에서 언급한 사태 때문에 외면 받고 있는 비운의 게임. 하지만 이런
사태와는 별개로 게임의 재미 하나는 진국이다. 다양한 콤보는 물론, 원작 캐릭터의 개성이 물씬 묻어나는 다양한 필살기를 상황에 맞춰 사용하는
재미가 훌륭한 게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필살기의 연출이 블록버스터 급이어서 이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