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그으면 재미가 보인다. 띠띠빵빵 for Kakao
사실상 CJ E&M 넷마블, 위메이드 등 대기업들이 장악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오랜만에 패기 넘치는 신생 개발사가 등장했다.
지난 25일 카카오 게임하기에 띠띠빵빵 for Kakao를 선보인 라쿤롤이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의 개발 인원은 놀랍게도 단 3명. 넥슨 및 넥스토릭에서 실력을 쌓은 검증된 개발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현재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미드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고 퀄리티 경쟁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서 더욱 그렇다.
띠띠빵빵은 자동차를 정해진 공간에 주차시키면 점수를 얻는 일종의 주차 게임이다. 사방에서 등장하는 자동차를 터치해 공원, 커피숍 등 주차 공간까지 선을 그으면 자동으로 주차가 진행되며, 아무런 사고 없이 자동차가 목적지에 도달하면 점수를 얻게 된다.
이는 라인드로잉이라는 방식으로, 선을 긋는 즉시 즉각 반응하기 때문에 별다른 설명없이도 보는 즉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해외에는 이 방식을 택한 게임들이 다수 등장했지만, 국내에서는, 특히 카카오 게임하기에서는 처음 등장했기 때문에 대부분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적지까지 선을 그어 자동차를 주차시킨다는 것은 말만 들으면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리 만만치 않다. 초반에야 등장하는 자동차가 적고, 목적지도 하나이기 때문에 쉽게 쉽게 점수를 쌓을 수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사방에서 다양한 목적지로 향하는 자동차들이 동시에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손이 정신없이 바빠진다. 특히 계속해서 주차를 성공시켜 피버 모드에 돌입하면 한손이 아니라 두손을 써도 모자랄 정도다.
또한, 자동차를 주차하는데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자동차를 안내했다가는 계산 중인 자동차와 사고가 날 수도 있으며, 이동 중인 자동차들의 동선이 겹치면 바로 사고가 나서 게임이 끝나게 된다. 서로 다른 목적지로 향하는 여러명의 손님을 태운 차들도 있고, 게이머가 컨트롤할 수 없는 난폭 운전자도 등장해 안 그래도 바쁜 손을 더욱 바쁘게 한다. 목적지까지 최단 거리로 선을 긋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주차를 좀 더 쉽게 도와주기 위한 다양한 장치도 존재한다. 자동차를 업그레이드하거나 고성능 자동차를 캐쉬로 구입하면 기본 속도와 계산 속도 등을 올릴 수 있으며, 게임을 시작할 때 자동차의 속도를 빠르게 해주거나, 점수를 2배로 주는 VIP 손님, 계산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아이템 등을 구입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남들보다 더 많이 주차를 성공시켜 점수를 얻고, 이 점수로 카카오 친구들과 순위 경쟁을 하는 게임이니 만큼, 남들보다 더 빠르게 게임을 진행하는게 유리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띠띠빵빵은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해외에서는 다르지만 국내에서는...) 장르이니 만큼 충분히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다.
선을 긋는 다는 행위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방식이지만, 계속 똑같은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하기 때문에 쉽게 지루해진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자동차를 컨트롤해야 하니 손도 바빠지고, 머리도 써야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성취감이 늘어나기 보다는 그냥 복잡해지고 귀찮아진다는 인상을 받기 쉬워 보인다.
물론 취향이 맞는다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의 기본 속도감이 느린 편이기 때문에 애니팡이 가진 1분의 박진감과 요즘 유행하는 런게임의 속도감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다소 답답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 게임은 과거 피처폰 시절과 달리 게임 출시가 끝이 아니니 더 다양한 모드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