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민의 게임 히스토리] 세계 최초의 모바일게임은?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 게임들을 살펴보면 그 게임들이 가진 게임성이나 퀄리티 면에서도 기존 비디오게임이나 온라인게임에 크게 뒤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웬만한 풀3D 그래픽으로 구성된 게임들도 스마트폰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상황이며, PC용 3D게임 엔진으로 유명한 엔진 회사들까지 모바일 기기 지원을 위해 앞다투고 있는 모습에서 모바일게임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전화 통화라는 제 역할에 충실했던 휴대폰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우리 삶에서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이 같은 모습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대격변 수준의 변화를 일으켰다.

멀리 떨어진 상대와 이동 중에도 통화를 하기 위해 탄생한 제품인 휴대폰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발칙한(?) 상상은 어디에서 처음 나온 것일까? 오늘은 세계 최초의 모바일게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이번 기사에서 다루는 모바일게임의 정의는 게임보이, 닌텐도DS, PSP 등 핸드 헬드 휴대용 게임기의 게임을 제외한 휴대폰이나 태블릿PC 등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칭한다.)

hagenuk mt-2000 모델
사진
hagenuk mt-2000 모델 사진

세계 최초의 모바일은 덴마크에서 탄생했다. 아니 ‘독일의 전자제품 제조사가 덴마크 연구소에서 휴대폰에 게임을 탑재한 제품을 개발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 되겠다. 독일의 전자제품 제조사인 하게누크(Hagenuk)는 1994년 자사의 휴대폰 모델인 Hagenuk MT-2000에 ‘테트리스’게임을 탑재했고 이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즉 모바일게임이라는 시장을 연 포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의 휴대폰 화면의 크기와 버튼 입력 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테트리스’는 첫 모바일게임이 되기에 적합했던 게임으로 여겨진다

하게누크에 대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 중에 하나는 하게누크가 독일에서 최초로 무선 전화를 만든 회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하게누크에서 첫 모바일게임이 등장했음에도 모바일게임 시장의 승자와 첫 모바일게임을 출시한 회사로 많은 사람이 핀란드의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를 기억한다. 그 이유인즉 하게누크가 1995년 휴대폰 사업을 매각한 것도 있겠으나 1997년부터 노키아의 휴대폰 일부 모델에 탑재된 ‘스네이크’가 크게 한 몫 했다.

노키아 6110과 스네이크
게임
노키아 6110과 스네이크 게임

‘스네이크’는 화면에 나타나는 픽셀을 먹으면 먹을수록 길어지고 자신의 몸에 부딪히거나 화면 끝에 부딪히면 종료되는 게임으로 국내에서도 PC나 휴대용 게임기 등을 통해서 ‘뱀꼬리게임’, ‘피자지렁이’등의 이름으로 알려진바 있다.

노키아의 ‘스네이크’가 처음 탑재된 제품은 Nokia 6110으로 당시 노키아의 디자인 엔지니어인 타넬리 아르만토(Taneli Armanto)가 게임을 프로그래밍을 맡았다. ‘스네이크’는 이후에도 ‘스네이크2’, ‘스네이크EX’, ‘스네이크3’ 등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선보여졌으며, ‘스네이크’가 탑재된 휴대폰은 전세계적으로 3억 5,00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스네이크’가 가진 몇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게임이 세계 최초로 멀티 대전을 지원한 모바일 게임이라는 것과 현재도 노키아에서 출시되는 스마트폰을 통해 최신 버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 산업처럼 흑백의 화면에서 시작된 모바일게임은 엄청난 성장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휴대폰에서 전화 외에도 다른 것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시작된 모바일게임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고, 모바일게임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탄생할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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