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DOTA2 편

둘 중에 누가 더 뛰어난가에 대한 질문은 예나 지금이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을 고뇌에 빠지게 만든다.

조선시대에는 ‘검은 소와 누런 소 중에 누가 일을 더 잘 하오?’라는 난제가 있었다면 근래에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너는 탕수육 소스를 부어 먹어 찍어 먹어?’, ‘자기는 내가 중요해 일이 중요해?’ 등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질문이 세상에는 넘쳐 흐른다.

일종의 비교우위를 결정하는 이러한 논쟁은 게임 쪽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이며, 최근에는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이러한 뜨거운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와 도타2를 두고 펼쳐지는 논쟁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이 둘에 대한 논쟁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으나, 도타2의 국내 서비스가 점차적으로 가시화 되고 대회에 대한 정보도 속속들이 공개됨에 따라 양 게임의 팬들이 펼치는 논쟁도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그런 이유로 이번에 다룰 게임은 도타2로 정했다. 도타2! 너로 정했다!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도타2와 리그오브레전드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씀을 하시더니 왜 도타2만 다루십니까? 지금 도타2 편애 하십니까?
까는 놈: 아니. 리그오브레전드는 이미 한 번 다뤘으니까. 2013년 4월 26일에 ‘놈놈놈’의 두 번째 편으로 다뤘지. 해당 기사는 게임동아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단다.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아니 왜 갑자기 지난 기사 홍보를...;
까는 놈: 내 자식 새끼 같은 기사 남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보여줄라 그런다 왜.
조영준 기자: ...이 정도로 솔직하면 시원시원하긴 하네요 -_-;

dota2 한글와 음성 적용 완료
dota2 한글와 음성 적용 완료

<시스템: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vs 인터페이스가 아주 말끔한 것은 아니지>
까는 놈: 솔직히 오늘은 좀 부담스럽다... 도타2에 대해 조금만 싫은 소리를 해도 리그오브레전드 팬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_-;
모르는 놈: 선배가 리그오브레전드를 종종 하긴 하지만... 게임 하는 내내 투덜투덜 거리는 것을 사람들이 봐야 할텐데;

달래는 놈: 사실 도타2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비판할 부분이 많지 않기는 해. 인게임 밸런스야 사람들이 생각하기 나름이기에 의견이 다양할 수는 있겠지만, 게임 시스템 부분에 대해서는 그다지 나쁜 이야기가 없더라고.

까는 놈: AOS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편의장치는 대부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거 같아. 게임 내 보이스 채팅 기능이나 게임 내용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관전 시스템 등의 완성도는 아주 뛰어나고. 보이스 채팅 기능은 정말 편하더라.

도타2를 즐기는 팬들이 종종 지나친 자부심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편의 시스템 면에서는 그러는 것이 이해가 갈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 이런 기능은 우리가 원조고 다른 게임은 카피하기에 급급하다는 태도를 보이는 건 좀 이해가 안 갈 때도 있지만 말이지.

달래는 놈: 보이스 채팅 기능이 편하다고 했는데, 그럼 넌 이 기능 잘 쓰고 있어?
까는 놈: 기능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완성도는 인정하지만... 나는 잘 안 쓰고 있단다. 욕 하는 놈들이 있더라고 -_-;

모르는 놈: 외국인들하고도 게임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라면 어차피 못 알아 들으니까 별 문제 없지 싶은데요.
까는 놈: 희한하게 다른 외국어는 못 알아들어도 욕은 찰떡 같이 이해가 된단 말이지 -_-;

달래는 놈: 편의 시스템의 완성도와 인터페이스의 편리함은 결국 너도 인정한다는 말이네?
까는 놈: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그래도 불편한 게 없는 건 아니야. 튜토리얼이 잘 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들고 일단. 튜토리얼이라는 것이 정작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에 대한 설명보다는 게임의 기초적인 조작법을 설명하는 데 치우쳐져 있어. 사람들이 정작 궁금해 하는 부분은 게임의 조작법이 아니라 게임의 운용이야.

더군다나 도타2가 국내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튜토리얼에서 게임의 조작법이 아닌 기본적인 운용법 정도는 알려주는 게 어떨까 싶어. 한국의 AOS 팬들이라고 하면 대부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인 경우가 많고, 도타2가 국내에서 흥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는 이들을 자신 쪽으로 끌고 와야 하거든. 장르는 같아도 게임 운용이 상당히 다른 게임이기 때문에 타 게임의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이런 부분은 강화할 필요가 있어.

튜토리얼의 가치는 상당히 커. 예전에 서비스 되다가 지금은 이름 그대로 혼만 남은 ‘HON’도 튜토리얼이 너무나 부실해서 게이머들에게 이렇다 할 인식을 남기지 못 했잖아.

달래는 놈: 갑자기 혼은 왜 까냐 -_-;

모르는 놈: 사실 리그오브레전드가 특이한 케이스고, 대부분의 AOS 게임들은 도타2의 운용방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AOS의 정통성을 만들어 낸 게임의 후속작인데 운용법을 지적할 필요가 있을까요?

도타2 게임 사진 이미지
도타2 게임 사진 이미지

까는 놈: 내가 언제 운용법이 문제가 있다고 했어?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그걸 알려주라는 것이지. 그리고 정통성을 자꾸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게임의 정통성은 큰 의미가 없어. 그건 해당 시리즈를 꾸준히 즐긴 이들한테나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지, 다른 게임을 즐기다가 온 사람들에게는 큰 가치가 아니야. 막말로 정통성이 있으면 뭐해? 적응을 못 하면 정통성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는데.

<게임성: 다양한 전략과 캐릭터 선택의 유동성 vs 내 친구는 복잡해서 싫다더라>
달래는 놈: 사실 도타2의 진정한 강점은 시스템적인 면보다 인게임 플레이 그 자체에 있지. 캐릭터의 개성이 아주 뛰어나면서, 각자 나름대로 활약할 수 있어. 정해진 규격에 맞춰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펼치고 싶은 전술에 맞춰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지.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밸런스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게 느껴져.

까는 놈: 개인적으로는 스노우 볼 현상이 적은 게 너무 마음에 들더라.
모르는 놈: 스노우 볼 현상이 뭔가요?
까는 놈: ...너 그게 뭔지 알잖아 -_-
모르는 놈: 아니 그게...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까봐서;;

달래는 놈: 처음에는 작았던 눈덩이가 구를수록 커져서 나중에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듯이, 게임 내에서 초반의 전황이 종국에는 게임의 결과까지 결정짓게 되는 그런 상황을 말하는 거야.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라인전 성패가 게임의 결과에 큰 영향을 주게 되지. 물론 운용에 따라 후반에 역전이 아예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말야. 도타2에서는 라인전에서 흥하지 못 했어도 한타에서 충분히 역전할 수 있어. 반대로 라인전을 잘 풀어냈어도 전략적으로 움직이지 못 하면 중반 이후부터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 하는 경우도 많아.

최근에는 1-3-1 조합이 유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비교적 각 라인에 자리하는 챔피언과 그 수가 규격화 되어 있지 않아서 게임을 할 때마다 다른 양상이 펼쳐지는 것도 흥미로워.

까는 놈: 리그오브레전드에도 포지션이 존재하고 도타2에도 포지션이 존재하지만 그 유연성은 차이가 있는 거 같아. 나는 도타2의 포지션이 축구에 가깝다면 리그오브레전드의 포지션은 농구에 가깝다고 생각해.

dota2
dota2

모르는 놈: 무슨 이야기입니까?

까는 놈: ...이번에는 진짜 모르는 눈치구만. 농구의 포메이션은 각 팀마다 사실 크게 다르지 않아. 스몰 라인업을 구사하는 팀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이렇다 할 센터가 없는 경우이거나, 경기의 변수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야. 대부분 센터, 파워포워드, 스몰포워드, 슈팅가드, 포인트가드로 역할을 분담하지. 슬램덩크 봤지 슬램덩크? 거기 나오는 모든 팀들의 스타팅 멤버는 모두 이런 포지션으로 나뉘어져 있어.

축구는 다르지. 포지션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각 팀마다 사용하는 포메이션은 너무나 다양해. 4-4-2, 4-3-3-, 3-4-3-, 4-5-1 등등. 모든 팀들이 같은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농구와는 많이 다르지. 도타2와 리그오브레전드가 딱 이런 차이인 거 같아. "리그오브레전드에는 라인스왑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농구에도 수비 상대만 바꾸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더더욱 비슷한 거 같아.

하지만 이런 다양성이 초보자 혹은 취향에 안 맞는 사람들에게는 난해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 ‘이렇게까지 복잡할 필요가 있어?’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 갱킹 루트도 다양하고, 아이템 조합도 워낙에 다양하다는 점은 ‘전략의 다양성’으로 귀결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머리 아픔’이라는 결과를 낳기도 하지. 사실 게이머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짜여진 틀 안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도 제법 많거든.

아무래도 리그오브레전드와 비교를 하게 되는데...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던 이들을 도타2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게임성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결국 아까 말한대로 튜토리얼 단계에서 이러한 부분을 좀 더 알려줘야 해. 귀환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템을 따로 사야하고, 비밀상점의 존재, 짐꾼을 활용한 플레이 등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워낙에 많거든.

내 친구는 복잡해서 싫다고 하더라. 도타2 같이 하자고 했다가 싫은 소리만 들었지. 쳇.

모르는 놈: 그런데 오늘 말이 왜 이리 많으십니까? 설명이 평소보다 장황한 거 같은데요?
까는 놈: 몰라. 리그오브레전드랑 도타2 팬들에게 쌍으로 욕 먹을까봐 -_- 나 요즘 되게 센서티브해서 조금만 싫은 소리 들어도 막 눈물 나고 그러더라?

<접근성: 한글화 짱짱맨! Vs 스팀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모르는 놈: 한준 선배가 눈물을 흘리는 사이에 도타2 한글화 소식을 접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 이들도 많지요.

까는 놈: 가져다 붙이기는... 기쁜 소식인 것은 부정할 수 없었지.

달래는 놈: 한글화 분량이 대단했으니까. 엄청나게 많은 성우를 활용했고, 가뜩이나 대사가 많은 도타2의 코멘트를 죄다 한국어로 더빙을 했고. 번역 자체에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노력 자체를 폄하하는 사람은 없는 거 같아.

이런 한글화는 게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중요한 요소야. 게임 내내 시종일관 한국어로 자신의 감정을 어필하는 캐릭터들은 정말 자신의 분신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니까.

까는 놈: 접근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인 것은 틀림없어. 모국어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
모르는 놈: 단언컨데 한글화는...

까는 놈: 아오! 단언컨데 드립 지겨워 죽겠어 그만해! 이건 뭐 온 세상이 ‘단언컨데’하고 ‘진격’으로 도배가 됐어 그냥 -_-

하지만 설치 단계가 의외로 번거롭다고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아. 특히 회원가입부터 로그인까지 순식간에 진행되는 시스템 하에서 온라인게임을 즐기던 국내 게이머들에게 스팀을 설치하고, 스팀 아이디를 만들고, 스팀에 베타키를 등록하고, 게임을 다운로드 받고 해야하는 과정은 번거롭게 느껴져.

기왕 넥슨에서 서비스 하는 김에 스팀 없이도 게임을 할 수 있게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 혹은 게으름이 있지만. 사실 이해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지. 사실 한국 게이머들이 축복 받은 모바일게임, 온라인게임 환경 하에서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니 이런 부분까지 아쉽다고 하는 건 너무 한 일이려나? 그래도 뭐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니까.

도타2
도타2

<마무리: 재미는 확실! 하지만 호불호가 가장 심하게 갈리는 게임이 될 수도 있을 것>
모르는 놈: 솔직히 도타2의 흥행여부를 모르겠습니다. 해외에서의 흥행과는 별개로 국내 반응이 뜨거운 것인지 아닌 것인지도 애매하구요.

까는 놈: 도타2가 뛰어난 완성도를 갖춘 게임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꼭 인기와 결부되지는 않아. 완성도가 곧 인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지금 국내에서는 ‘AOS=리그오브레전드’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대중화 된 터라서 도타2가 리그오브레전드와 다른 점은 자칫 대중들에게 ‘다르다’가 아니라 ‘틀리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하여간에 리그오브레전드나 도타2나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을 하면 그만이야. 게이머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느냐에 따라 도타2의 장점이 단점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도타2의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근래 나온 온라인게임 중에 취향에 따라 가장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게임이 아닐까 싶다.

넥슨이 도타2를 흥행 시키려면 이러한 분위기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

- 도타2는?
AOS 게임의 조상님과도 같은 게임으로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대단히 많은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넥슨에서 한글화를 정식 서비스를 목전에 두고 있기도 하다. 전술 운용 폭이 굉장히 넓고, 캐릭터 선택의 폭도 넓어서 게임을 할 때마다 새로운 상황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의 장점. 하지만 반대로 신경쓸 것이 그만큼 많다는 뜻도 된다. 서든어택을 통해 FPS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시장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넥슨이, AOS 장르에서는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에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제우스'를 활용해 궁극기로 킬만 낼름낼름 가져가는 플레이를 좋아하지만, 음성채팅으로 미국인에게 욕을 먹은 이후로는 자제하고 있다. 서로 쓰는 언어는 다르지만 욕을 할 때의 억양은 만국공통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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