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어른들에게 바치는 사랑과 죽음의 판타지. 킬러 이즈 데드
21세기 어른들에게 바치는 사랑과 죽음의 판타지. 다름아닌 오늘의 주인공인 킬러 이즈 데드의 (이하 KID) 캐치프레이즈이다. 그래스호퍼의 스다 고이치는 그 동안 킬러7, 노 모어 히어로즈를 비롯해 최근의 롤리팝 체인소까지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의 게임을 만들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냉정하게 말해 대작이라고 부르기는 힘들지만 그가 보여주는 게임의 맛에 매료되어 있는 팬층은 꽤 두터운 편이다. 그리고 그의 최신작 KID는 그가 좋아하는 킬러란 소재를, 그가 보여줄 수 있는 감각과 디자인으로 표현한 게임이다. 스다 고이치가 KID에 담아낸 감성. 과연 어떤 모습일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극명한 대비의 매력
앞에서 열거한 스다 고이치의 게임을 즐겨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래픽 스타일 자체가 꽤나 독특한 편이다. 부드럽기 보다는 거칠게, 소소하기
보다는 과장되게 표현하면서 비주얼 적으로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기에는 충분하다. 이러한 특색은 KID에서도 잘 살아
있는데 가장 큰 컨셉은 바로 흑백의 대비를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사실 점점 발전해가는 기술력으로 좀 더 자세히, 좀 더 섬세하게 게이머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또 그런 그래픽을 보고 게이머들은 '그래픽 정말 좋다'라고 받아들이는 시점에서 이런 선택은 솔직히 말하면 모험이자
고집이다. 극명한 대비 덕분에 평소라면 보여야 할 부분이 보이지 않고 그로 인해서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게다가 배경의 단순화까지
더해져서 어떻게 보면 성의가 없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이 KID의 묘미이자 매력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현실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난 세계관과 이야기에 극명히 대비된 색채가 더해져 '이것이 KID다' 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래픽에 대한 평가요소에 대입을 하자면 KID의 그래픽은 보통수준이라고 하기에도 힘들지도 모른다. 극명한 대비는 눈에 피로감을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하고 정말 배경은 대충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빈약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스다 고이치가 게이머들에게 보여주고자 한 의도는 100% 재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게임을 즐기면서 그래픽에 대해 받아들이는 감정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 KID가 보여주는 감각이 독특하다라는 점은 아마 동일할 것이다.
처형자 문도의 액션
KID는 액션게임인 만큼 얼마나 적을 물리치는 쾌감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게이머에게 만족스런 액션감을 선보이기
위해서 내세우고 있는 시스템을 꼽자면 닷지 버스트, 파이널 저지먼트, 아드레날린 버스트, 서브웨폰을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복잡한 커맨드를
이용해 콤보를 넣는 형태가 아니라 기본공격과 회피를 이용한 공방을 메인으로 하고 있다. 적을 공격함으로써 블러드게이지를 충전시킬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아드레날린 버스트 및 서브웨폰 및 스킬을 활용하게 된다. 커맨드를 활용한 콤보가 없어서 너무 단순하지 않을까 싶지만
가드or회피버튼을 이용해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피하는 재미가 괜찮다. 애초에 이런 컨셉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점프조차 없앴는데 이런 점은
요즘 액션게임들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답답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제약이 회피나 가드액션의 비중을 더 높이고 있다. 특히 상대의 공격을 아슬아슬 하게 피했을 경우 발동되는 닷지버스트는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적의 공격에 흐름이 끊기지 않고 계속 콤보를 이어가면서 레벨을 올린 뒤 적을 죽이면 발동하는 파이널 저지먼트는 종류를 분류해서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재미도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닷지버스트의 경우 너무 획일화됐고 강력하기 때문에 숙련자의 경우 닷지버스트에 의존된 플레이가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적절하게 준비된 시스템과 KID만의 비주얼, 실감나는 사운드가 조화를 이뤄 괜찮은 액션감각을 보여준다.
부가요소가 매력적! 지골로 미션.. 이걸 메인으로 생각하게 될지도?!
KID는 스토리모드 외에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혹은 특수한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등장하면서 오랫동안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콤보나 조건을 만족시키는 챌린지 미션이나 서브미션을 비롯해 아름다운 여성을 유혹(!)하는 지골로 미션이 바로 그것이다. 챌린지나
서브미션은 뭐 그렇다 치고(-0-) 지골로 미션은 게임홍보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요소이고 많은 남성들이 솔깃했던 모드이기도 하다.
게임 속 주인공 몬도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적들에게 무자비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임무를 통해서 급여를 받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남자이기도 하다. 이런 문도가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여흥을 즐기는 때가 바로 지골로 미션! 바에서 미모의 여성을 꼬시는데 이 작업이 은밀하게 훔쳐보기!........ 그리고 절정(!)에 달했을 때 선물주기이다. 별 것 아닌 방식으로 여성과 마주보는 단순한 형태지만 은근히 불타오르게 하는 면이 있다. 등장하는 여성들이 매력적이기도 하고... 과연 여러분은 모든 여성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을 것인가?! 은밀하게... 위대하게 작업을 해보라!! 피땀 흘려 번 돈을 날리는 것도 순식간이리라!!!(현실에서는 이러지 마세요..)
혼란스러운 이야기. 한글화가 아쉽다.
킬러 이즈 데드의 세계관은 현실, 미래, 호러, 판타지 등의 요소가 뒤죽박죽 섞여 있어 '이 게임은 도대체 뭘 원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단순히 액션게임으로 선과 악이 분명하고 특정한 목적이 분명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스토리가 아니라, 현실인 줄 알았는데 유령의
의뢰를 받아서 괴물을 처치한다던가 다소 의아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상태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일본어 혹은 영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플레이할 경우에는 도대체 이거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가득 찬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초반에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이야기와 의뢰로 궁금증을 가지게 되고 점차 플레이를 하다 보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구조상 한글화의 부재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사실 언어를 안다고 해도 스토리를 통해서 모든 요소를 풀어내고 있지
않아서 완벽히 게임을 파악할 순 없지만-_-)
독특한 감각을 맛볼 수 있는 액션게임
킬러7이나 롤리팝 체인소 같은 게임을 보면서 독특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었지만 직접 스다 고이치의 게임을 즐겨본 적은 없었다. KID를
통해서 스다 고이치란 사람의 게임을 직접 체험하게 된 셈인데 앞으로 그가 제작하는 게임은 눈 여겨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른
게임에서는 분명히 단점이라고 꼬집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 묘하게 KID라는 게임에서는 KID답다는 식으로 해석이 되어 버린다고 할까?
그만큼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게임이니 이 특별한 느낌이 뭔지 궁금하다면 KID를 즐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