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게임 짧은 수명, 카톡 소셜의 한계 보인다
끝없이 성장할 것만 같았던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
애니팡이나 드래곤플라이트, 아이러브커피 처럼 신생 개발사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으며, 대기업들이 야심차게 출시한 대작 모바일 게임들도 과거처럼 시장을 완벽히 지배하는 모습을 장기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일 매출 1억 이상의 대박은 고사하고, 출시되자마자 게이머들의 기억에 잊혀지는 게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무료 게임 인기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랐더라도 2주 정도 뒤에는 순위에서 찾기 힘들어질 정도로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특히,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카카오가 보다 많은 개발사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일주일에 두번 출시를 시행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모바일 게임의 수익률에 의문부호를 던지면서 모바일 관련주에 대한 기대치를 올해 초 보다 많이 낮춘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굉장히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수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면서 과거 아타리 쇼크 때처럼 모바일 게임의 질적 저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으며,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한 마케팅비 상승으로 과거보다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한, 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선점작들의 강세로 인해 신작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의견도 있으며, 제목만 다른 카피캣 게임들의 남발로 인해 게이머들의 모바일 게임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요인은 사실상 게임 자체, 즉 개발사에 집중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애니팡, 윈드러너, 쿠키런, 모두의 마블 등 모바일 게임의 한계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꾸준한 인기를 보이는 게임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되는 것은 예로 든 게임들은 시장 흐름에 영향을 받기 보다는 시장 흐름에 영향을 끼칠 만큼 특출난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개발사 자체의 문제도 문제이지만, 카카오 게임하기의 최고 장점인 친구 기반의 소셜 기능의 한계도 지금의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 소셜의 최고 장점은 생면부지의 낯선 이가 아닌 친구들이 게임을 추천해준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광고라면 무시할 수 있어도 친구들이 같이 게임하자고 보내는 메시지를 그냥 무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카카오 소셜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친구들의 입소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카카오 게임의 마케팅 기법은 빠른 확산이라는 장점의 반대 급부로 빠른 이탈이라는 단점도 내포하고 있다. 게임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친구들이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면 같이 옮겨갈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과거 즐겼던 카카오 게임을 지금 다시 깔아서 플레이 해보면 첫 화면의 랭킹에서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no score 혹은 0점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더라도 친구 리스트가 모두 0점이고, 더 이상 경쟁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게임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친구로 인해 게임을 시작하게 됐지만, 그 게임에서 더 이상 친구는 없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커뮤니티를 발전시켜온 MMORPG와 비교해보면 이 같은 카카오 소셜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MMORPG의 경우에는 친구의 소개로, 혹은 관심에 의해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길드에 소속되게 되고, 거기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MMORPG의 친구 관계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가 게임이라는 공통적인 관심사로 인해 엮인, 그리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관계가 매우 오래 지속된다.
또한 관계를 지속하던 사람들이 그만 두더라도 게임에 대한 관심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 계속해서 빈자리를 채워준다. 스스로가 게임에 대한 관심이 식어서 게임을 그만둔다면 몰라도, 친구가 없어서 게임을 그만둘 확률은 매우 낮다. 쉽게 말하면 일상적인 친구 관계에서는 관심사가 계속 달라지지만, 친목 동아리는 멤버가 바뀔지언정 관심주제가 바뀌지는 않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결국, 시작은 일상적인 친목 관계의 신뢰도를 활용하더라도, 게임 자체에서의 새롭게 인맥관계를 만들어줄 수 있어야만 게임의 이탈률을 더 낮출 수 있다. 똑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혹은 경쟁이 게임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천만 다운로드 이상을 달성하면서 대세가 될 자신이 있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면 게임 내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를 서로 생성하게 만든 퍼즐앤드래곤이나, 밀리언아서, 그리고 룰더스카이 같은 SNG들이 카카오톡 같은 소셜 플랫폼 없이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