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진격 1942 편
하늘을 난다는 행위는 언제나 인간들의 열망의 대상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향해 자신들의 열망을 쏘아 올렸다. 오죽하면 그리스 신화 속의 이카루스는 밀랍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으며, 라이트 형제는 하늘을 날기 위해 온갖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인간들이지만, 그렇기에 어쩌면 하늘을 더욱 갈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그러니까 인간이 하늘을 갈망하기 때문에 이번에 다룰 게임으로 진격 1942를 선택하신 거라구요?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응. 왜. 뭐.
모르는 놈: 정말 슈팅게임의 흥망이 인간의 하늘을 향한 열망과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겁니까?
까는 놈: ...아니. 미안. 진격 1942를 소재로 삼으려고 마음 먹었는데, 마땅한 도입부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억지 좀 부려봤어.
모르는 놈: 사과가 빨라서 좋네요 -_-; 그렇게 억지를 부리면서까지 이 게임을 다룰 필요가 있습니까?
아무래도 근래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게임 중에 가장 ‘핫’한 게임이기도 하니 다루지 않을 수가 있나. 게임의 완성도도 제법 높은 편이고 말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재미있게 하고 있거든. 그거 말고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카카오 게임하기 인기순위 1위에 오를 정도면 근래 출시된 게임 중에 가장 주목 받는 게임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 같아. 더군다나 캐주얼 게임도 아닌 정통 종스크롤 슈팅게임이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눈길을 끌만도 하지.
그건 그렇고 너도 재미있게 했다고 하니까 이번에는 딱히 쓴 소리 안 하겠네?
모르는 놈: 오장육부가 반골기질로 꽉 찬 김한준 기자가 쓴 소리를 안 할리가요...;
<정통 슈팅게임의 부활 vs 모바일게임으로의 완성도는 좋지만 슈팅게임의 측면에서는...>
모르는 놈: 아까 형근기자도 잠깐 말했지만 진격 1942는 꽤나 본격적인 슈팅게임입니다.
달래는 놈: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과거 아케이드에 출시됐던 1942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게임이야. 대형 보스가 등장하고 다양한 기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1942보다는 사이쿄(Psikyo)의 1945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는 하지만 말야.
대형 보스의 존재와 나름대로 다양한 적들의 공격을 구현한 덕분인지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 거기에 다양한 보조 기체를 활용한 플레이를 지원하고, 콤보 개념을 도입해서 대미지를 입지 않고 적기 50기를 격추시키면 피버 모드에 돌입해서 점수를 더 많이 획득할 수도 있도록 했지. 적의 공격을 피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적을 얼마나 더 연속적으로 격추할 것인지도 신경쓰도록 유도해서 게임의 재미를 살리고 있어. 이런 점 때문에 게임이 인기가 있는 것 아닐까?
까는 놈: 나도 재미있게 즐기고 있고 이 게임이 나름대로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 완성도 때문에 진격 1942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는 생각 안 되는데?
모르는 놈: 이거 보세요. 불만이 없을 리가 없다 그랬잖아요.
까는 놈: 슈팅게임 자체가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꽤나 흥미로운 장르야. 요즘 아이들은 모르겠다만, 80~90년대를 겪어온 이들 중에 슈팅게임을 즐겨보지 않은 이들이 있을까? 가장 역사가 긴 장르 중 하나인데?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큰 인기를 얻었던 드래곤 플라이트의 초기 버전 같은 경우는 엄밀히 말하면 슈팅게임이라기 보다는 ‘총알 나가는 종스크롤 달리기 게임’에 가까운 게임성을 지녔지만, 그럼에도 슈팅 게임의 재미가 느껴진다고 많은 이들이 좋아했었잖아. 애초에 모바일 게이머들은 슈팅게임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에 이 게임이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모르는 놈: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이 게임의 성공을 단순히 ‘장르가 슈팅게임이니까’라고 치부하는 건 좀 억지
아닐까요?
까는 놈: 슈팅게임은 다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잖아. 그런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지. 오락실에서 즐기던 슈팅게임을 모바일로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기에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춘 게임의 출시 소식이 반가웠을 것이란 이야기야.
시장에 동종 장르의 게임이 많지 않다면 완성도가 아주 높지 않아도 시장을 독식하며 존재감을 만천하에 떨칠 수 있지 않겠어?
달래는 놈: 그럼 너는 이 게임의 완성도가 아주 높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까는 놈: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이냐를 고민해야 할 것 같아. 모바일기기로도 종스크롤 슈팅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에 의의를 둘 것인지. 아니면 정통 슈팅게임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이 게임을 바라볼 것인지를 말이야.
스마트폰에서 종스크롤 슈팅게임을 즐긴다? 반가운 일이야. 게다가 평균 수준의 게임성을 지니고 있다면 말야. 진격 1942가 딱 이런 포지션의 게임이지. 하지만 슈팅게임 팬들에게는 아쉬운 부분도 많아.
모르는 놈: 갖춰야 할 요소는 다 갖추고 있지 않나요?
까는 놈: 갖춰야 할 요소는 갖추고 있지만 각 요소의 완성도가 조금씩 아쉬워서 그래. 슈팅게임에 사람들이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는 생각보다
다양해. 그 중에는 개성 있는 스테이지 콘셉트와 디자인, 그리고 사운드도 한 몫을 해. 각 기체의 개성도 중요하지. 그런 부분에서 아쉬워.
게임 이름에 1942가 들어가고, 그 시기에 태평양 전쟁이 있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게임의 배경은 시종일관 바다만 나와서 단조로운 편이야. 스테이지 구성의 개성이 느껴지지 않아. 사운드 역시 단조로운 편이어서 아쉬웠어.
무기 발사음이 각 기체마다 다르고, 스테이지마다 배경음악이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야. 보스들도 모조리 대형 전함이나 폭격기에 포탑만 붙여놓은 식으로 디자인 되어 있거든. 다양성 측면에서는 이래저래 아쉽지.
즉 플레이 자체보다는 부가적인 요소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는 이야기지. 기기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희생됐다고는 생각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야. ‘더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 말이야.
달래는 놈: 모바일 기기에 지나칠 정도로 정통 슈팅게임의 완성도를 바라는 거 아니야?
까는 놈: 스마트폰 성능이 과거 피처폰 시절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을 했고, 사실상 들고 다니는 컴퓨터 수준이 됐는데 이런 걸 바라는 게
과하다고는 생각 안 해. 에뮬레이터를 이용해서 플레이스테이션1 게임도 돌리는 세상이잖아.
<무리하지 않은 과금체계 vs 태생적인 조작성의 한계>
까는 놈: 태생적인 조작성의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도 아쉽지. 이건 진견 1942의 단점이라기 보다는 스마트폰 게임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긴 하지만. 터치스크린을 활용해 기체를 움직이다보니 내 손가락이 시야를 가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해. 아니 자주라기 보다는 이런 불편을 계속 감수하면서 게임을 진행해야 돼.
더군다나 이 게임은 뒤에서도 총알이 날아와! 개인적으로 슈팅 게임에서 굉장히 치사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의 스테이지 구성인데, 이 게임에서는 스테이지를 조금만 진행시키면 툭하면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돼. 가뜩이나 손가락 때문에 화면의 우측하단 혹은 좌측하단이 가려져 있어서 짜증나는데, 이런 패턴으로 스테이지를 구성하면 어쩌자는 소리야!!
달래는 놈: 그래서 아예 게임 힌트를 설명하는 화면에서 ‘터치펜을 활용하면 더 편하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잖아.
까는 놈: 터치펜이 없는 사람도 있으니까 하는 소리지. 이런 부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어서 나왔으면 좋겠어. 그렇게만 되면 모바일게임 시장도 극적으로 확대되는 계기를 맞이할 거 같아.
모르는 놈: 대안도 없으면서 비판만 하시는 겁니까?
까는 놈: 내가 그런 구상이 있고 대안이 있으면, 바로 구체화 시켜서 특허료 챙겼겠지 -_-
달래는 놈: 조작성이 불편한 것은 뭐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손가락이 시야를 가리는 건 물리적인 현상이니까 -_-;; 난 대신 이 게임의 과금체계는 나름대로 칭찬하고 싶어. 최근 출시되는 카카오 게임들이 캐쉬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으면 캐릭터 능력치를 올리기 힘들도록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게임에서 획득할 수 있는 골드로도 새로운 기체를 구매하거나 강화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거든. 물론 비싼 기체는 강화 비용이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아예 그런 길을 막아둔 다른 게임에 비하면 양반인 거 같아.
까는 놈: 폭탄을 게임머니로 구매해야 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비용이 비싼 편도 아니고, 한 판에 사용할 폭탄은 게임 한 판만 해도 어렵지 않게 벌 수 있으니까 크게 비판할 부분은 아닌 거 같아. 각 기체마다 다양한 폭탄을 부여하거나 그게 아니면 여러 폭탄 중 하나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뭐 이런 부분은 비용 이야기와는 관계 없는 이야기니까 넘어가도록 하자.
모르는 놈: 할 말은 다 하신 거 같은데요?;
까는 놈: 조금만 더 다듬어서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 재미 자체는 확실한데, 선택할 수 있는 기체가 여러 종류 있다는 거 제외하면 게임의 다양성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후속작에서는 이런 부분을 고치거나, 아니면 업데이트를 통해서 이런 부분을 보강시켜 줬으면 싶다.
- 진격 1942는?
1942년 즈음에 발발한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슈팅게임. 물론 등장하는 기체들은 시대적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체들도
많다. 일본의 개발사가 개발한 게임임에도 일본을 악당으로 스스럼 없이 내세우고 있다. 90년대 아케이드 키드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게임. 조작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러한 슈팅게임들이 모바일 기기로 다양하게 출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