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NBA 2K14 편
농구게임 역사에서 NBA 2K 시리즈는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하는 게임이다. 농구게임이라고 하면 EA스포츠의 NBA 라이브 시리즈가 1994년(SFC, 메가드라이브), 1995년(PC)에 등장한 이후 사실상 NBA 라이브 시리즈가 시장을 독점한 농구게임 시장의 패권을 탈환한 게임이 바로 NBA 2K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비주얼 콘셉트가 개발한 이 게임은 1999년에 처음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림캐스트 전용으로 출시된 이 게임은 게임의 표지모델인 앨런 아이버슨이 NBA 코트를 향해 거침없는 무력시위를 한 것처럼 농구게임 시장의 '슈퍼루키'로 떠올랐다. NBA 2K가 NBA 라이브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게임성과 드림캐스트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한 뛰어난 그래픽으로 농구게임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NBA 라이브 시리즈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이 게임은 몇 년 지나지 않아 NBA 라이브 시리즈를 제치고 '리그 No.1 농구게임' 호칭을 거머쥐었다. 특히나 NBA 2K6에서 선수들의 슛 동작을 모조리 재현하고, 각각의 동작마다 각기 다른 슈팅 타임을 부여한 것은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NBA 라이브가 이미지 쇄신을 이유로 몇 년을 '결장'하는 가운데 NBA 2K 시리즈는 한 번도 시즌을 거르는 법 없었고, 해마다 농구게임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농구게임 팬들은 NBA 2K 시리즈의 신작, NBA 2K14를 맞이하게 됐다. 지난 10월 1일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 것이다.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그리고 넌 올해도 이 게임을 샀겠지?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당연하지. 2K 시리즈가 처음 발매된 1999년 이후로 나는 단 한 번도 이 시리즈를 건너뛴 적이 없단다. 그냥 때 되면 당연히 하는 게임이 된 것 같아. 뭐 워낙에 농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음…저… 실례지만… 농구 하시기엔…
까는 놈: 뭐. 키 작고 팔 짧다고? 누가 잘 한다 그랬냐. 그냥 좋아한다 그랬지 -_-
모르는 놈: 어쩜 저렇게 셀프 디스에 능하실까;;
<게임성: 막상 즐겨보면 '깜놀'한다 vs 몇년에 걸쳐 변화가 없는 그래픽>
까는 놈: 셀프 디스 한 김에 디스부터 시작해보자. 이 게임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게임이지만 그래도 불만은 있지. 오래 사귄 여자친구라고 해서 불만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야. 그래픽! 그래픽이 문제야.
모르는 놈: 그러니까 지금 NBA 2K14를 비판하시는 척 하시면서 여자친구 외모를 디스하시는 거군요.
까는 놈: ...조용히 해; 각설하고! NBA 2K 시리즈가 인기를 얻은 요인 중에는 빼어난 그래픽과 훌륭한 모델링도 있어.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래픽이 제자리걸음을 하기 시작했지. 발전이 없었달까? 발전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래픽이 하향된 시리즈도 있을 정도니까.
2K14의 그래픽은 전작에 비해 하향되지는 않았어. 오히려 유니폼의 펄럭거림, 농구 유니폼 특유의 펄럭거림은 전작보다 현실적으로 표현되고 있지. 하지만 그 이외의 것들은 모두 별로야. 성능의 한계에 도달한 콘솔버전은 그렇다고 쳐도 PC 버전은 더 심각해. 개인 이용자들이 만든 패치가 있긴 하지만 이를 적용하지 않으면 과거에는 구현됐던 땀 표현도 이제는 나타나지 않는 건 아쉽다고.
달래는 놈: 스포츠 게임에서는 프레임에 신경쓰는 경우가 많으니까. 안정적인 프레임을 위해서 그래픽을 하향한 거 아니야?
까는 놈: 그렇다고 프레임이 또 안정적인 건 아니라는 게 문제지. 모델링은... 나는 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인데. 굳이 걸고 넘어가자면 닮지 않은 선수들이 제법 많아.
뭐 현세대 기종에서 실제 선수와 완전히 똑같은 모델링을 게임 내에서 만나보기는 어려울 거 같지만, 그래도 정도가 있지. '누구세요?'라고 할 정도로 그려진 선수들은 솔직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군다나 그 닮지 않은 모델링이 몇 년째 재탕되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이건 성의 문제 아니야?
모르는 놈: 몇년간 이어온 시장 독점의 폐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까는 놈: 독점이 사용자들에게 득될 것이 하나도 없다니까 -_-
달래는 놈: 외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변화가 없는 게임이야. 그래픽은 네가 말한 것처럼 달라질 기미가 영 보이지를 않고. 게임을 그냥 지켜보고 있으면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려워. 어느 정도 완성된 게임이기에 변화를 주기 힘들다는 점도 있지만... 그래도 막상 게임을 즐겨보면 달라진 점이 쉽게 느껴질 거야.
전작과 비교하면 좀 더 사실적인 묘사가 늘어났어. 블록킹을 하기 위해 점프한 선수가 속임동작에 속아서 그대로 충돌하거나 하는 장면처럼.
까는 놈: 전체적으로 수직적인 움직임과 그 움직임에서 파생되는 동작이 많이 좋아졌더라. 리바운드 동작도 더욱 좋아지고. 예전엔 정확한 자리에서 점프를 하지 않으면 리바운드를 잡지 못 했는데, 이제는 팔을 뻗어서 공을 잡으려는 적극적인 움직임까지 그려지고 있어. 덕분에 리바운드 능력이 좋은 팀을 만나면 우리는 리바운드를 잡기가 너무 어려워지지만... 뭐 이런 건 실제 농구에서도 있는 일이니까 이해할 수 있다.
달래는 놈: 특히 인상적인 것은 블록킹 동작의 변화야. 예전엔 뻣뻣하게 쳐내는 것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자세에 따라 다양한 동작으로 공을 걷어내. 끈질기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 때로는 호쾌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을 정도로 블록킹 묘사에 큰 신경을 썼어.
까는 놈: 하지만 자신들이 공들여 만든 블록킹 모션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인지, 블록킹이 너무 자주 나와 -_- 나도 하기 쉽고 당하기도 쉬워. 게임 내 슬라이더 수치를 조절해서 밸런스를 맞출 수는 있지만, 애초에 맞춰서 나오면 좀 좋아? 이 놈들 가만 보고 있으면 '어차피 슬라이더 옵션으로 유저가 알아서 조절할 텐데, 우리는 밸런스 대충 맞춰서 내자'고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해.
<콘텐츠: 유럽 농구도 즐기고 육성을 넘어 협동도 즐겨봐 vs 추가만 시키지 삭제는 왜 하냐>
모르는 놈: 동작이 좋아지는 것이야 뭐… 스포츠 게임 신작이 나오면 늘상 있던 일이니 반갑기는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네요. 뭐 새롭게 추가된 것은 없나요?
까는 놈: NBA 2K14 출시 보도자료 네가 썼지?
모르는 놈: 음…그런 거 같습니다.
까는 놈: 그런데 왜 몰라!!! 보도자료에 나와 있었잖아!!
모르는 놈: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모르는 척 한 겁니다. 희생한 거라구요. 인정해주시죠?
달래는 놈: 이번에는 새롭게 유럽리그의 강팀을 선택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스페인이나 프랑스 등의 강팀을 만나볼 수 있지. 최근 NBA가 유럽리그 공략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유럽에서도 농구 인기가 차츰 높아지는 추세라서 이런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담은 모습이야.
몇 년 전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선수 한 명을 육성하는 모드, 마이 플레이어 모드도 좀 더 가다듬어져서 다양한 과정을 겪으면서 선수를 성장시킬 수 있고. 게다가 이번에는 게이머들이 각자 육성한 선수들로 팀을 이뤄서 리그를 진행할 수도 있어. 자신이 육성한 선수에 좀 더 애정을 갖게 될 수 있는 셈이야. ‘우쭈쭈’하면서 키워 놓은 내 자식이 남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느껴보라고.
까는 놈: 마이 팀 콘텐츠의 가능성은 인정한다. 문제는 ‘유로리그’ 콘텐츠야. 이건… 유럽인이 아닌 이상… 그다지 메리트가 없는 콘텐츠야. 난 사실 아예 관심이 없어 -_- 물론 농구 팬의 입장에서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하고 궁금하긴한데, 이건 실제 농구를 관람하는 입장에서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신기한 일은 아니야.
게다가 이런 팀들은 단순하게 싱글매치에서만 선택할 수 있잖아. 리그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NBA 리그에 유럽의 프로팀을 참가시킬 수 있다거나 했으면, 게이머 입장에서는 좀 더 흥미로웠을 수도 있겠지.
더 문제는 ‘유로리그’ 콘텐츠가 도입되면서 이전까지 있었던 레전드 관련 콘텐츠가 빈약해졌어. 시대별 레전드 올스타는 삭제됐고, NBA 2K12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레전드들의 전설적인 경기를 재현하는 모드는 2년 연속 사라진 상황이야.
게다가 덩크 콘테스트나 3점슛 콘테스트 같은 소소한 재미를 주는 콘텐츠도 삭제했지. 새로운 콘텐츠는 기존 콘텐츠에 더해졌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과거 콘텐츠를 지워버리고 새로운 것을 채워넣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이득이 있다는 것이냐? 게다가 유로리그 콘텐츠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콘텐츠야?
달래는 놈: 게이머 입장에서야 그다지 반길 일이 아닐 순 있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판매량 증진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 가치가 있겠지.
까는 놈: 난 이 글에서 업체 사정 봐 줄 생각 없어. 돈을 벌고 싶으면 기존 사용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벌어야지. 자기들 돈 벌겠다고 골수 팬들을 실망시키면 되겠어? 뭐… PS4나 Xbox One으로도 NBA 2K14는 출시될 테니까, 그 버전에서는 구현될지도 모르지만 -_- 하여간에 게이머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일이야.
<마무리: 이러쿵저러쿵 하지만 대안이 없는 현세대 최고의 농구게임>
까는 놈: 인게임 측면에서는 발전된 부분이 많아서 나름 재미있게 즐기고 있어. 조작체계를 왜 이렇게 자꾸 바꾸는 지는 이해가 안 된다만, 새롭게 바뀐 조작법 덕분에 멋진 패스를 뻥뻥 터트리며 속공을 진행할 수 있어서 전작보다 시원시원한 느낌도 있고 말이지.
Jay-Z가 제작에 참여했던 전작은 UI가 온통 ‘블링블링 골드’였는데 이번 작품은 좀 더 색 배치가 깔끔해진 것도 시원시원하고 말이지. 흑인들은 왜 그렇게 금색을 좋아하는 걸까?
모르는 놈: 어! 인종차별적인 발언 아닙니까?!
까는 놈: 힙합 뮤지션 뮤직비디오를 봐도, NBA 2K13의 UI를 봐도 유독 금색이 많이 나오는 거 같아서 그냥 궁금해서 하는 소리야 -_-; 뭔 흑인 관련 말만하면 인종차별이래;;
달래는 놈: NBA 라이브 시리즈가 PS4와 Xbox One으로만 출시되는 이상, 이 작품은 현세대 기종으로 출시되는 농구게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의미가 있는 게임이야. 다음 세대 기종에서는 다시 2K 시리즈와 라이브 시리즈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고, 기기 성능도 대폭 향상될 테니까 다시 한 번 대폭적인 퀄리티 향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
모르는 놈: 그건 그렇고 아까 게임 그래픽을 설명하시면서 여자친구의 외모를 예로 든 것은… 정말로 여자친구를 디스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까는 놈: 영준군?
모르는 놈: 왠일로 그렇게 느끼하게 부르십니까;
까는 놈: 디스에는 아군과 적군이 없는 거란다.
- NBA 2K14는?
1992년에 SBS에 중계해 준 시카고 불스와 피닉스 선즈의 파이널을 본 이후 NBA의 골수 팬이 된 기자이기에 NBA 2K 시리즈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욕하면서도 한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 매년 개발사가 새로운 장점을 만들어내지만 그만큼 새로운 단점도 만들어 내기에 항상 완성도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신비로운 게임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번 작품의 메인 모델은 NBA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르브론 제임스. 게임 내에 르브론 제임스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콘텐츠도 도입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모습이다.
문제는 게임 내 타이틀 화면에 나오는 시뻘건 화면과 음산한 음악에 더해진 르브론 제임스의 모습이 마치 ‘이 게임은 농구 게임이 아니라 르브론 제임스가 등장하는 호러게임입니다. 만 18세 미만 이용자의 플레이를 금합니다’라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