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지스타 2013 편
설날과 추석은 한국인들의 양대 명절이지만 게임동아 편집부에게는 여기에 하나를 더 해서 3대 명절이 있다. 자타공인 국내 최대의 게임쇼인 지스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비단 게임동아 편집부 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업계 모두를 아우르는 명절이다.
올해 지스타 2013이 지난 11월 17일에 막을 내렸다. 지스타 조직위의 발표에 따르면 지스타 2013을 찾은 이들은 총 18만 8천여 명. 민간 주도로 처음 실시된 지난 지스타 2012보다도 소폭 상승한 성적이다.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이 정도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고 해도 되겠지?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집객은 잘 된 모양이네.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어딘지 모르게 여운이 남는 반응이네요;
까는 놈: 이번 지스타에 아쉬운 게 없었다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 아니야? 한 때는 보이콧 선언도 나왔고, 게임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거둔 성적이라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게 없다는 건 말도 안 되지.
모르는 놈: …그냥 지스타 출장 다녀와서 피곤한 기분에 나쁘게만 보이는 거 아닙니까?
까는 놈: 피곤한 건 사실이고 솔직히 지스타 출장 한 번 다녀오면 이상하게 몸과 마음이 정상 컨디션의 범주를 벗어나긴 한다만;; 이것과는
별개의 문제야. 내 공정성을 의심받게 하지 말아라.
달래는 놈: 집객이 잘 되도 불만이라니. 네가 만족하는 행사라는 게 있기는 하냐?
까는 놈: 2002 한일 월드컵.
모르는 놈: 그게 도대체 언제적 행사입니까; 11년 동안 만족한 게 없다는 것도 놀랍네요;;
< 역대 최대 규모 짱짱맨 vs 이럴 거면 B2B 행사로 전환해라>
달래는 놈: 이번 지스타 2013 성적을 한 번 읊어줄까? 성적을 제대로 들어야 아쉬운 게 있다느니 뭐라느니 하는 소리를 안 하지...
까는 놈: 아니. 성적 문제가 아니라니까?
모르는 놈: 준비해 온 게 있어서 막무가내로 불러주려는 거 같은데요. 아무리 봐도;
달래는 놈: 아까 말한대로 지스타 2013에는 총 18만 8천여 명의 관람객이 입장했어. B2B관은 벡스코 신관 전체를 사용할 정도로 커졌고, 해외 유료 바이어는 전년모다 66.3%나 증가한 1,397명이 자리했지. 게임기업 채용 박람회에는 하루에 1,100명이 넘게 몰렸고, 지스타 컨퍼런스의 비즈니스&게임기술 분야에는 577명의 청중이 참여했지.
수출 상담건수는 3,935건으로 이 가운데 167건의 수출계약이 체결됐고, 수출액은 1억 4,799만 달러. 한화로 약 1,610억 원이야. 대단하지?!
까는 놈: 군대 시청각 교육 같은 식의 발표 잘 들었다. 그런데 네가 읊으면서도 뭐 느껴지는 거 없냐?
달래는 놈: 뭐가?
까는 놈: 온통 B2B 기록 뿐이잖아! 물론 비즈니스 중요하지. 돈 벌어야 먹고 사니까. 그런데 지스타가 오로지 B2B를 위한 행사야? 그건 아니잖아. 지스타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반쪽, B2C 얘기는 쏙 빼놓고 B2B만 찬양하게? 그럴 거면 그냥 비즈니스 페어를 따로 열던가 -_-
달래는 놈: 누가 들으면 신작 게임이 하나도 없었던 걸로 착각하겠다. 신작이 없던 건 아니잖아. 신작을 즐기기 위해 부스 앞에 줄을 선 사람들도 많았다고.
까는 놈: 너야말로 니 말만 들으면 지스타가 신작으로 풍성했던 걸로 착각하겠다!
< 다양한 신작 게임 vs 콘솔은 왜 안 나온겨?>
달래는 놈: 블리자드 부스 앞에는 신작 게임인 히어로즈 오브 스톰을 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가득했지. 대기시간이 3시간이 넘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이야. 이런 장면은 벡스코 안에서 속속들이 보였다고.
까는 놈: 그래. 블리자드 부스는 인정. 솔직히 히어로즈 오브 스톰은 이번 지스타에서 유난히 빛을 발한 신작이니까. 하지만 그거 하나 갖고 신작을 즐길거리가 많았다고 할 수 있을까? 모바일게임들이 많이 출품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모바일게임의 티켓 파워는 온라인게임에 비해 떨어지기 마련이고.
복싱으로 치자면 잽은 충분히 날리는데, 한 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묵직한 공격이 없었다는 이야기야. 개인적으로 이번 지스타는 파괴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해.
달래는 놈: 모바일게임의 수준이 얼마나 올라왔는데 그런 소리를 하냐.
까는 놈: 모바일게임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야. 수준은 충분히 올라왔지만, 대형 게임쇼의 간판으로 내세울만한 규모의 모바일게임은 아직 없잖아. 그나마 넥슨에서 공개한 영웅의 군단이 대작 모바일게임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역시도 본격적인 PC 온라인게임에 비하면 주목을 덜 받을 수 밖에 없었고.
모르는 놈: 그래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 비디오게임 시장의 강자들이 자리해 눈길을 끌지 않았습니까. 이들이 모두 지스타에 참가한 것도 오랜만으로 알고 있는데요.
까는 놈: 그렇지. 이들 3사가 지스타에 참가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은 PS4, Xbox One 등을 만나볼 수는 있지 않을까? 혹은 현장 예약을 실시하지는 않을까?하는 기대를 했지.
모르는 놈: Wii U도요?
까는 놈: ...여튼 이런 기대는 깨지고 말았어. 신형 비디오게임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거든. 이들 부스에서 즐길거리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8.1, 닌텐도는 몬스터헌터의 오프라인 이벤트, 소니는 그란투리스모6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만을 선보였으니... 그나마 소니는 신작 게임을 선보이기는 했네.
이들 부스에 사람이 얼마나 모여들었고를 떠나서, 새로운 것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이들을 아쉽게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지.
모르는 놈: Wii U에 대한 이야기는 대답도 안 하고 넘어가시는군요 -_-;;
< 동선 확보로 쾌적한 관람 vs 세심한 운영은 아쉬워>
달래는 놈: 콘텐츠 자체야 참가 기업들의 사정과 맞물려서 아쉬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관람 환경만큼은 충분히 좋았던 것 같아. 사람들이 너무 몰려들어서 동선 자체가 무너지는 일도 없었고...
까는 놈: 언제나 수능시험일에 막을 올리던 지스타였지만, 올해는 수능시험 다음 주에 개막하면서 고3을 제외한 중고등학생이 몰려들지 못 한 덕도 좀 있지. 예년보다는 좀 나아진 모습이지만 여전히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아.
B2B관의 경우는 출입구가 너무 멀리 배치되서 이 곳을 찾은 바이어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았어. B2B의 규모를 확대시킨 만큼이나 이러한 것에도 배려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네. 콘셉트 질을 하려면 확실히 해야지. 그렇지 않아?
휴식 공간은 올해에도 부족했고...
모르는 놈: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휴식 공간을 배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까는 놈: 그렇지. 이해는 할 수 있는 부분인데,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내 발은 그것과는 무관하게 피곤하고 아프거든.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CF 문구가 있듯이,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야 지스타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셔틀버스에 대한 안내도 부족했어. 셔틀버스가 준비된 것은 좋지만 이를 이용하기 위한 안내가 있어야 이용할 거 아니겠어? 버스에 지스타 홍보문구가 붙어 있다고 해서 안내가 되는 게 아니야. 어디서 정차하는지. 배차 간격은 얼마나 되는지를 알릴 필요가 있었어.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이용하는 버스잖아.
셔틀버스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해서 배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야. 운행 시간과 다음 배차까지 남은 시간을 알 수 있었다면 훨씬 편리하지 않았을까?
모르는 놈: 안내요원들의 태도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더군요. 큰 문제는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까는 놈: 이번 지스타는 예년보다도 유난히 토요일과 일요일에 관람객이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어. 사람이 얼마나 몰려들었는지 예측이 안 됐던 것 같아. 인파에 비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인원이 너무 적게 배치가 됐거든. 그 와중에 아르바이트 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크게 고함을 치면서 사람들을 제어하는 수 밖에 없어. 그 모습이 무척이나 날카롭게 보였을지도 몰라. 사실 관람객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날카로운 태도를 보이는 건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야.
하지만 이런 경우엔 관람객들에게 고함을 친 운영 요원을 택하기보다는, 애초에 인원 예측을 제대로 못 하고 이에 대한 인력배치를 제대로 하지 못 한 조직위 측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겠지. 누구나 관람객이 토요일에 대거 몰릴 것이라 예측을 하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으니까.
조직위 측에서야 대비를 했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건 대비를 해도 한 게 아니야. 이러한 부분을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봐.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니까. 내년에는 이런 모습을 좀 안 봤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