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EA, 게임 규제가 아닌 활용을 해야 할 때다
지난 10월 28일부터 시작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K-IDEA)에서 실시 중인 '중독법 반대를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의 서명이 30만을 돌파했다. 11월 6일에는 하루에만 5만 명이 서명을 하기도 했으며,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는 K-IDEA의 서명을 지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드높아졌다. 지속된 규제에 휘청이는 게임업계를 걱정하는 이들의 관심이 투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손인춘법, 신의진법 등으로 대변되는 정부와 정치권의 게임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우려, 불만은 많지만 자신들의 의견을 공론화 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없던 게임업계 종사자들과 게이머들은 기꺼이 K-IDEA의 서명운동에 지원군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온라인 서명운동에 서명한 이의 숫자가 30만을 넘어선 지금, K-IDEA 측은 이러한 성적에 대한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지,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게임동아는 K-IDEA의 김성곤 사무국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러한 호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는 김 사무국장은 배수진을 치는 각오로 이번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의 목소리를 넘어 인권, 사회문제 분야의 시각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이어갔다. 근본적인 진단이 없이 단기적인 처방만을 내리고 게임에 대한 공포심을 부각시키고 있는 현 규제방침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아래는 K-IDEA에서 진행한 김성곤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질: 중독법 서명이 온라인, 오프라인을 합쳐 30만을 넘었다. 이 정도 성과를 예상하고 시작한 서명운동인가?
답: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당초에 게임산업에 몸 담고 있는 이들만이 참가할 줄 알았기에 목표도 상정할 수 없었고, 계획도 짤 수 없었다.
질: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호응을 했다고 생각하나?
답: 소위 말하는 '중독법'이 지닌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게임산업은 치명적인 위협을 받기에, 배수진을
치는 각오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인터넷 최강국을 자처하면서 가장 '비인터넷적' 정책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질: 게임에 대한 규제는 지속적으로 있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은 지금이다. 왜 지금에서야 이러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나?
답: 이러한 규제가 몇 년간 한해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다보니, 업계에서는 '이대로는 다 죽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다른 문화 콘텐츠가 규제로 말라갔는데 우리는 그리 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이 만들어졌고, 사회적 악으로 취급받는 것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던 중에 여론수렴의 방식으로 서명운동을 택한 것이다. 홍보도 하지 않은 첫 날에만 2만 명이 서명운동을 한 것을 보고 조금은 놀랐다. 예상보다 세간의 관심이 뜨겁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산업군에서 주관하는 서명운동에 일반인들도 참가하는 것을 보고는 '이것이 산업이슈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인권과 문화, 사회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질: 산업이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답: 게임산업의 목소리만 낼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산업은 이익을 대변할 수 밖에
없기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좁다. 한국사회는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다. 하지만 이를 분출할 수 있는 통로는 모두 막혀있다. 이에
대한 진단이 우선시 돼야 한다. 게임에 대한 규제만 할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근본적인 진단이 우선되야 하는데, 이러한 진단은 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들고 나와서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정점이 이번 '중독법 사태'라고 본다.
질: 서명운동 자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서명이 힘을 발휘하려면 어떤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고 보는가?
딥: 서명운동은 소극적인 대처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시위를 할 때 단식하고 삭박을 하는 것은 그 자체가 갖는 의미보다는 이를 통한
파급효과를 기대하기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명운동을 처음 했다. 이는 하나의 예시가 됐고 국민의 뜻이 이렇다는 것을 입법기관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는 곳이며, 이런 이들에게 우리의 뜻을 전하기 위한 서명운동이었다. 셧다운제가 처음 언급될 당시에 이에 대한 우려 섞인 의견을 아무리 제출해도 도통 들어주지를 않았다. 국가에 법인세 내고 일하는 기업들인데 정작 이들을 배제하고 강제적으로 진행했던 것이 셧다운제다. 이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그 뒤로 업계에는 정치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라는 느낌을 갖게 됐다. 단순히 산업군의 목소리를 전하는 점잖은 방식으로는 될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질: 대중의 목소리가 전해졌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답: 이미 서명운동의 효과는 봤다고 본다. 민의가 이렇다는 게 그들에게 알려졌다. 국회에서도 이번 중독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시도가 없고 많은 이들의 뜻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매체에서 이를 기사화 했으며, 이를 통한 임팩트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서명운동이 끝나는대로 이를 제출할 생각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결과가 실시간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는 중이다. 법에 대한 민의를 알리는 데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질: 서명을 한 이가 30만 명이 넘었으니 이를 활용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행보를 준비 중인가?
답: 뜻을 전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게임을 모른다. 게임 공포증 해소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게임을 제대로 모르기에 생기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삶의 한 가지 요소로 자리잡은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이가 아직도 많다. 이를 이해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게임을 산업이 아닌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항상 게임을 차단하는 방안을 내세웠으나 이는 늘 성공하지 못 했다. 게임을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을 하고 어떻게 정책화 시킬 것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방안이다.
질: 정부가 어떤 식으로 나서야 한다고 보는가?
답: 게임을 차단할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게임 활용 정책'으로 전환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게임 공포증을 차단할 정책을 마련하고,
게임을 가정의 평화를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목소리를 이번 정부가 들어섰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문화부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주관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도 필요하다. 지금은 컨트롤 타워가 없다. 부처마다 각양각색의 정책을 내놓는다. 권한과 진흥을 일원화 시킬 필요가 있다.
질: 신의진 의원이 업체들을 향해 개발자, 게이머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대화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에 대해 K-IDEA 측은 '공정하게
대화를 하자'는 반응을 보였다. '공정한 대화'란 어떤 대화인가?
답: 이번 문제는 산업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산업 관점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산업 이슈가 아니기에 공정한 이야기를 하려면
비전문가를 다 배제하고 사회문제 전문가와 각 부처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잇는 전문가가 나와야 한다는 것. 제발 '비전문가'들은 빠져라.
다시 말하지만 이번 문제는 게임산업군하고만 할 이야기가 아니다. 더 큰 프레임에서 이야기 할 사람. 그리고 어용집단이 아닌 정말 공정한 집단이 참가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질: 게임산업 사망선고를 내리고 홈페이지 화면도 근조 화면으로 바꿨다. 언제까지 이를 유지할 것인가?
답: 장난으로 건 근조 화면이 아니었다. 게임산업이 정말 끝났다고 생각하기에 내건 것이다. 중독법이 통과되면 모든 것을 접을 생각이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란 게 확인된다면 몰라도 그 전까지는 내리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응답이 올 때까지는 유지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