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어버이날 편

게임 속 캐릭터들은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자신들이 속한 세계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자신들의 생명력을 과시하고는 한다. 그들은 게임 속에서 살아 숨쉬고, 서로 사랑하고, 가정을 만들며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하기도 한다. 우리와 닮아있는 이러한 게임 캐릭터의 모습은 게이머들이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다.

게임 속 세계에는 가정을 이룬 캐릭터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이는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을 게임을 즐기면서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들 중에는 괴혼의 아버지처럼 자신이 저지른 일을 아들에게 모두 떠넘기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도 있고, 철권 시리즈의 미시마 가문처럼 아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아버지도 있다.

하지만 게임 속 아버지들이 모두 이렇게 '막장'에 가까운 모습만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라스트오브어스의 주인공인 조엘은 좀비 아포칼립스 속에서 자신의 딸을 잃었지만, 엘리를 통해 잊고 살았던 부성애를 깨닫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워크래프트3의 테레나스 왕은 자신의 아들인 아서스가 타락해 자신을 살해하는 순간에도 “명심하거라, 우리 가문은 늘 힘과 지혜로 다스렸음을, 또한 내가 그 강한 힘을 신중하게 사용하리라 믿고 있음을”이라고 말하며 아들에 대한 신뢰를 꺾지 않는 부성애를 자랑하기도 했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늘은 5월 8일. 어버이날이지.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날이기도 하지. 그래서 이번 '놈놈놈'은 어버이날 특집으로 가장 인상적이고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게임 속 아버지의 모습을 꼽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저는 엄마가 더 좋습니다.
까는 놈: 나도 51:49 정도로 아빠보다 엄마가 좀 더 좋긴 한데. 게임에서 인상적인 어머니의 모습은 그다지 떠오르지가 않아서 말이지 -_-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지금 이 대화를 광민 기자와 한준 선배의 아버님들이 보시면 속상하실 것 같네요.

김한준 기자: 하여간 각자 생각하는 게임 속 최고의 아버지는 누군지 말해보자. '이 캐릭터가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어요~'하는 마음가짐으로 진지하게 꼽아보자고.

바이오쇼크
바이오쇼크

<조영준 기자: 나은 정보다 기른 정! 바이오쇼크의 빅 대디>

편드는 놈: 저는 바이오쇼크의 빅 대디가 최고의 아버지인 것 같습니다. 당장 이름부터 아빠라는 뜻의 '대디'(Daddy)가 들어가잖아요. 게임계의 '간판 아빠' 아니겠습니까?
까는 놈: 뭔 소리야!; 이름만 대디지 진짜 아빠도 아니잖아!;
말리는 놈: 옛말에 '나은 정보다 기른 정이다'라는 말도 있으니 괜찮을 것 같은데요.

까는 놈: 양육하는 모습은 전혀 본 적이 없는데; 보호하는 모습은 좀 나오지만...
편드는 놈: 바이오쇼크의 진정한 주인공은 빅대디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자식이라 할 수 있는 리틀 시스터를 지키는 그 헌신적인 모습 때문에 이런 칭찬도 받는 겁니다. 괴물, 미친 과학자, 광신도 등이 우글거리는 수중 도시에서 리틀 시스터를 보호하기 위해 도끼도 가슴으로 받아내는 것이 진정한 부정이라 할 수 있죠.

말리는 놈: 이쯤 되면 친부, 친자 여부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선배 너무 냉정하시네요.
까는 놈: 아니 그게 아니라; 친부, 친자가 문제가 아니라 빅 대디하고 리틀 시스터는 애초에 부모, 자식 관계가 아니라니까?! 그 녹슨 갑옷은 이름만 대디야!;;

편드는 놈: 비록 양육환경이 너무 어둡고 습하기는 하지만... 이런 점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기 자식을 훌륭히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의 부모님들을 연상케해서, 저는 빅 대디를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까는 놈: ...조영준이 너... 내 말 안듣고 있지?! 됐다. 너랑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진전이 없을 것 같으니 광민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버지 이야기나 들어보자.

데드라이징2
데드라이징2

<조광민 기자: 딸도 구하고 미녀도 구하는 우리 아빠 최고. 데드라이징2의 척 그린>

말리는 놈: 저는 사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부커 드윗을 꼽으려고 했는데... 바이오쇼크가 이미 나왔으니 데드라이징2의 척 그린을 꼽을랍니다.
편드는 놈: 그런데 부커 드윗은... 스포일링이 될 수 있어서 자세히는 말 못하겠지만;; 애초에 자기 실수만 없었으면 문제가 안 생겼을 거라는 걸 생각하면 애초에 최고의 아버지 후보에서 빼야하는 거 아닌가요?

말리는 놈: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 괜찮아요.
까는 놈: 좀비로 뒤덮힌 도시에서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건 확실히 인상적이긴 하다.
말리는 놈: 딸만 구하는 거 아닙니다. 우리 아빠는 미녀도 구해줬어요! 이런 아빠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편드는 놈: 광민 기자가 감정이입을 과하게 한 거 같은데요?;
까는 놈: 광민아. 척 그린 너희 아버지 아니야. 진정해.
말리는 놈: 흥. 우리 아빠는 게임 중에 옷도 막 갈아입으면서 위트와 패션센스를 자랑한다구요. 다른 아빠들이 게임에서 이러는 거 본 적이 없네요.

까는 놈: 너네 아빠 아니라니까 -_-; 뭐 확실히 장점이 있긴 하다만... 그건 데드라이징2에서나 그런거고! 데드라이징2의 평생세계를 그린 데드라이징2: 오프 더 레코드에서 척 그린은 인형을 자기 딸이라고 부르고, 인간을 살해하고 다니는 싸이코패스로 나오잖냐. 이런 사람이 제대로 된 양육을 할 수 있겠어?!

편드는 놈: 오프 더 레코드라고 하면 방송에 나가지 않는다는 뜻. 원래 연예인도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다 착하고 예쁘고 청초하고 멋있고 그런 거에요. 카메라가 꺼진 곳에서는 방구도 끼고 코도 파고 할테지만요. 카메라가 안 돌아갈 때의 모습이 진짜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구요.

말리는 놈: 이런 싸이코패스를 우린 진정한 아버지로 인정할 수 없다. 다른 사람 데려와 -_-
까는 놈: 그리고 온 도시가 좀비로 뒤덮힌 위급 상황에서 왜 위험하게 밖에 돌아다녀! 딸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프린세스메이크2
프린세스메이크2

<김한준 기자: 올바른 양육의 가치를 알리는 부성애 전도사. 프린세스 메이커2의 아버지>

까는 놈: 역시 프린세스 메이커2의 아버지가 최고지. 게임 내에서 얼굴은 안 나온다만, 올바른 양육의 가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거든. 어떻게 교육하냐에 따라 자식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균형 잡힌 양육의 중요성'을 알게해 준 인물이란다.

말리는 놈: 프린세스 메이커2를 하면서 양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구요? 프린세스 메이커2 할 때 선배 나이가 몇 살이었는데요?
까는 놈: ...중학교 1학년... 어린 나이에 일찍 깨우쳤다! 왜! 이거 왜 이러냐? 내가 내 딸을 얼마나 예쁘게 잘 키웠는 줄 알아?! 우리 딸이 여왕이야 여왕!

그리고 너희들이 말한 아버지들이 게임 내에서 자식을 보호하는 데 노력했다는 건 인정. 하지만 그 후에 그 자식들이 어떻게 자랐는지는 알 수 없잖아? 프린세스 메이커2의 아버지는 결과물을 보여줬다고.

편드는 놈: 그런 양반이 딸 돈 벌어오라고 공부는 안 시키고 어린 나이에 아르바이트만 시킵니까? 산으로 들로 나가서 괴물 때려잡게 시키구요?
말리는 놈: 요즘 세상에 그랬다가는 아동학대로 방송에 나오고 잡혀갔어요. 그렇게 키우니까 애가 삐뚤어져서 향락에 빠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마왕이 되기도 하는 것 아닌가요? 선배 큰일날 사람이네요.

까는 놈: ...그런 딸은 내 딸이 아니다...
편드는 놈: 무책임하기까지!;

말리는 놈: 그런데 오늘 언급된 게임 속 아버지들은 왜 하나 같이 딸 바보인가요?; 아들 바보는 하나도 없네...
까는 놈: 그러게. 게임 속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나거나, 책임을 전가하기만 하는데, 게임 속 아버지와 딸은 정겹기 그지 없구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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