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14에서 펼쳐진 김정주 – 박지원 – 오웬 마호니의 토크쇼
NXC의 김정주 회장, 지난 3월부터 넥슨의 새로운 대표로 자리한 박지원 대표와 오웬 마호니 넥슨 재팬 대표가 이야기하는 넥슨의 미래는 무엇일까?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4(이하 NDC 14)에서 이러한 주제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자리가 마련됐다. ‘게임회사 CEO의 역할’이라는 강연을 통해서 말이다.
넥슨의 최고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지난 2003년~2005년 경의 시기와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며 앞으로 넥슨이 나가야 할 길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넥슨 법인 대표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현재 온라인게임 시장에는 넥슨이 새로운 게임의 개발보다는 상장을 통한 규모의 확장과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시기. 때문에 이번 강연은 넥슨이 이러한 세간의 평가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으며,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강연이었다.
김정주 회장의 질문에 두 명의 대표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강연은 마치 토크쇼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며 편안한 분위기 안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현장에서 진행된 ‘게임회사 CEO의 역할’ 강연 전문이다.
김정주: 2003년과 2004년을 넥슨의 황금기라 말한다. 당시 출시된 게임들 이후 그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개발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성장을 한 것인가?
박지원: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의 큰 성공 이후로도 다양한 게임이 나오고 다양한 게임을 서비스 중이다. 다만, 최근 10년간의 외형적인
성장은 인수합병을 하면서 거둬왔다.
김정주: 앞으로는 인수합병만 하고 개발은 안 하나?
박지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웃음). 외부에서 볼 때 넥슨을 상업회사다, 돈슨이다, 투자회사라고 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거꾸로 안을 돌이켜봤다. 경영진이 모여 ‘넥슨이 개발을 하지 않는가라고 되돌아본 결과, ‘우리는 왜 이리 개발 프로젝트가 많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카카오 게임하기 시장이 열린 이후 넥슨이 모바일게임 시장에 접어드는 게 빠르진 않았다. 모바일게임 시장 진입이 늦었고 그러다보니 조급했던 것 같다. 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작품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이를 따라 개발했지만 지속적인 시행착오를 거쳤다. 트렌드를 따라가다보니 넥슨이 온라인 시장에서 발휘한 창의력이 약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김정주: 향후 넥슨의 해외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오웬 마호니: 넥슨에 대해 놀라웠던 것은 넥슨은 게임업계에서 아주 평판이 좋다는 것이었다. 서구지역에서 물어봐도, 넥슨의 평판은 좋았다.
이것이 넥슨의 하나의 장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A 재임 시절에 EA가 넥슨처럼 되기를 바란 적이 있다. 2000년에 한국에
왔을 때 넥슨 직원들, 서민 전 대표, 정상원 부사장 등을 만났고 넥슨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았다.
EA는 미국에서 2000년 이후 발전하기 위해 4억 달러 가량을 투자했지만 넥슨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넥슨은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인정받는 기업이다. 넥슨은 앞으로도 부분유료화, 온라인에 대한 노하우를 적용하고 서구 쪽에도 발전시키기를 원한다. 작년에 띵 소프트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4곳의 회사에 투자를 했다. 퍼블리싱과 공동개발 작업 중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세계 퍼블리싱 권한을 얻기를 원했다. 2000년 EA 경우는 다른 회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평판이 좋지 않았지만,
넥슨이 글로벌하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이유로 이들과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꼽을 수 있다.
김정주: 공개할 수 있는 선에서 해외에서 소싱 중인 좋은 게임이 있는가?
오웬 마호니: 오늘 정말 어려운 질문을 많이 준다더니, 대답하기에 정말 어려운 질문을 줬다.
김정주: 개발도 없고, 소싱도 없고… 넥슨에게 험난한 시기인가보다. 때문에 원래는 계획에 없던 정상원 개발총괄 부사장을 불러보겠다. 먼 길을
돌아온 사람이다.(웃음) 그동안 지켜본 넥슨은 어떤 모습이었나?
정상원: 던전앤파이터는 넥슨에게 굉장한 행운이자 불운이 됐다. 너무 돈을 잘 벌었고 그 이후의 넥슨은 돈이 될만한 게임을 따라가던 시기였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네오위즈에서 넥슨이 안되기를 바라며 일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웃음) 이번에 넥슨에 다시 합류하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소재 선택이나 게임을 벤치마킹하기 보다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김정주: 먼길을 돌아왔으니 향후 넥슨의 10년을 책임질 라인업을 공개할 순 없나?
정상원: 야생의 땅 듀랑고와 메이플스토리2를 최근 공개했다. 이 두 가지 게임은 이전에 넥슨에서 잘 안 만들었던 게임이기도 하다.
메이플스토리2는 전작을 답습한다기 보다는 새로운 길을 걷는 게임이며, 야생의 땅 듀랑고도 서바이벌 RPG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게임이다. 독특한 소재와 새로운 시도가 향후 넥슨의 개발에 있어 좋은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정주: 본론으로 돌아가 ‘게임회사 CEO의 역할’에 대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1996년에 오웬 마호니를 처음 알았다. 당시엔 EA에서 근무하지도 않던 시절이다. 그때 이야기를 해보자. 당시 넥슨은 직원이 몇 명 되지도 않을 때인데 EA의 부사장이 넥슨으로 오게 됐는가. 그리고 넥슨의 CEO로 무엇을 바꾸고 싶으며 무엇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오웬 마호니: 김정주 회장이 나를 직접 초대했다. 넥슨은 당시 한국 게임사 중 2위 정도의 규모의 회사였고, 나는 당시 EA가 돌아가는 상황에 답답해하던 상황이었다. 당시 김정주 회장과 넥슨 팀은 날 놀라게 하는 많은 것을 보여줬다. 특히 온라인게임 역량에서 말이다. 나는 게임의 미래는 온라인게임에 있다고 봤다. 넥슨은 당시에 다양한 게임을 개발 중이었고 나는 그것을 보고 ‘어떻게 이런 걸 개발 중이냐’ 물어봤다. 정상원 부사장과는 당시 ‘정말 재미있겠다. 한 번 해보자’하는 공통 분모가 있었고 나는 이러한 가치관이 마음에 들었다.
당시 서양은 게임 개발에 있어 몇몇 사람이 기업을 통제하려던 시기. 상장회사의 경우는 돈을 벌기 위해 후속작을 계속 내던 시기. 넥슨의 이러한 접근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캘리포니아에 돌아가는 길에 EA 임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나는 넥슨에서 게임의 미래를 봤다’고 말이다. 미래에 플랫폼을 불문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고 말하고 싶다.
김정주: 이런 건 좀 바뀌었으면 싶은 건 없나?
오웬 마호니: 나와 박지원 대표, 정상원 부사장이 가장 집중하는 것은 차별화되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넥슨뿐만 아니라 게임산업
전체에게 지난 5년은 어려운 시기였다. 콘솔 개발자들은 그래픽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던 시기였고, 소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지속적으로
히트작을 복사해서 유사품을 내놓던 시기였다. 심시티, 문명, 마인크래프트, 이브 온라인 같은 참신한 게임들이 우리 넥슨의 미래가 되야한다고
본다. 개발자들의 직관을 믿어야 한다.
김정주: 박지원 대표는 어떻게 넥슨에 합류했나?
박지원: 2003년에 친구와 술 먹다가, 친구가 넥슨이 사람을 뽑는다길래 넥슨에 입사를 하게 됐다. 사실상 넥슨이 나의 첫 직장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김정주: 정상원 부사장이 넥슨의 대표이던 시절이다. 직접 면접은 봤나?
정상원: 총무팀인가 인사팀인가로 들어왔을거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넥슨 일본 법인을 담당하고 있을 때 만나게 됐다.
김정주: 박지원 대표는 주로 일본 쪽에서 상장 업무를 담당하다 한국에 돌아왔다. 지난 10년의 넥슨은 어떤 모습이었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꿔가고 싶은가
박지원: 거창한 질문이다. 2003년에 입사를 하고 2006년 5월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2009년까지는 일본에서 상장을 하기 위한 많은
부침을 거쳤다. 상장관련 준비만 3번을 하다가 2009년에서 넥슨 저팬에서 게임운영을 맡았다. 10년간 넥슨에 있었고 그 중 6년 가량을
해외에 있으며 한국의 넥슨을 바라보며 있었다. 내 머리 속 넥슨에 대한 이미지는 2003년~2005년에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하던 시절의
모습이다.
예전에 우리가 잘 했던 것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한국에 돌아와서 하게 됐다. 당시엔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시장도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을 수용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던 성장기이기도 했다. 지난 10년간을 되돌아보면 내부적으로 우리가 외형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부적인 기여를 하지 못 했다고 본다. 회사의 포커스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보다는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라이브 게임 강화에 기울었던 것 같다. 성장에 대해 중점을 뒀던 시기였다.
그래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해야할 지 넥슨 직원과 정상원 부사장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의 DNA는 무엇인가. 우리가 잘 하는 것은 무엇인가. 실패해도 계속 도전을 했던 우리의 문화를 돌이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시장은 예전과 같은 고속성장을 하는 시장이 아니고 우리의 체격도 커진 상황에서 과거의 길을 무작정 복원하는 것이 맞는 길인가? 복원한다고 잘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시기다. 과거 10년 우리가 잘 했던 것을 되살리고, 상장을 통해 얻는 규모의 경제라는 장점도 있기에 이런 재미있는 시도와 도전을 남들보다 큰 규모로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결합해서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를 찾는 과정이다. 지금의 넥슨이야말로 체크포인트에 있다.
김정주: 게임을 잘 만드는 것. 돈 많이 버는 게임이 아니라 좋은 게임을 만들려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 생각하나
박지원: 개인의 동기. 자유로운 문화. 그걸 뒷받침하는 기업의 시스템을 꼽을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콘텐츠 산업군에서는 개인의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의 동기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조직의 문화가 필요한 것이다. 시장이 그런 것을 받아들였을 때 나에 대한 보상도
중요하고 말이다. 과거 넥슨이 잘 했으나 한 때 잃어버린 것들, 그리고 지금 넥슨이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이 개인의 동기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이라 본다. 이러한 것들을 강화하려고 생각한다.
오웬 마호니: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가 ‘예술’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멋진 예술이 게임이라 생각한다. 게임은 스스로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10년 후에 보더라도 내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드는 던전앤파이터라거나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같은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10년이 지난 게임이 아직까지 회자된다는 것처럼 이러한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
내 역할은 멋진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개발팀에게 ‘돈을 많이 벌어줄 게임인가 아니면 우리가 우리가 최선을 다해 개발 중인 게임인가’에 대한 질문을 늘 하고 있다.
김정주: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최고의 게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오웬 마호니: 어떻게 추상적으로 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게임이 최고의 게임이라 생각한다. 다른 걸
해야하는 걸 알면서도 게임을 하게 되는 그런 게임이 최고의 게임이라 본다.
박지원: 나 역시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대학교 다닐 때처럼 2박 3일간 게임에 빠져들 수 있는 그런 게임이 좋은 게임 아닐까?
김정주: 민감한 이슈와 엮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땀이 나는 게임이 최고의 게임이라 생각한다. 너무 재미있어서, 집중해서 땀이 나는 그런 게임들 말이다. 마지막으로 물어보자. 넥슨이 앞으로 다른 플랫폼으로 갈 계획이 있는가?
오웬 마호니: 플랫폼에 대한 질문은 앞으로 2년~5년 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 현재 플랫폼이 융합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터치스크린이 될지 패드가 될지 키보드마우스가 될지 인풋을 게이머가 선택하고 아웃풋을 결정하는 기기를 게이머가 휴대하게 될 것. 이런 미래가 빨리 왔으면 좋겠으며, 이런 상황에서 넥슨은 고객들이 있는 플랫폼으로 향할 것이다. 통합된 플랫폼에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