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EA스포츠 UFC 편
지난 6월 17일. EA스포츠가 PS4와 Xbox One으로 EA스포츠 UFC를 출시했다. 출시 전부터 차세대 기종을 활용한 빼어난 그래픽을 선보이며 게이머들의 기대를 샀던 이 작품은 출시와 함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UFC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을 내 손으로 직접 조작하며 승부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은 역시 이 게임의 매력. 더군다나 이번 작품은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를 비롯해 이소룡, 호이스 그레이시 등의 캐릭터도 게임에 등장한다고 알려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간만에 등장한 UFC 소재의 게임이구만. 오래 전부터 UFC 관련 게임은 다 즐겼으니 이번 게임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지.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결국 샀다는 이야기군요. 요즘 돈 없다고 저 밥도 안 사주시면서 게임 살 돈은 있었군요? 뭐 그 덕분에 저희도 덩달아 이 게임을 같이 해볼 수 있어서 좋았네요. 그건 그렇고 UFC 게임이 제법 역사가 긴가 봅니다?
까는 놈: 아니. 길고말고. 드림캐스트로 ‘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이 출시됐었고, 오리지널 Xbox로 UFC 탭아웃 시리즈도 있었어. Xbox360과 PS3 시절에는 THQ에서 출시한 UFC 언디스퓨티드 시리즈도 있었지. 서로 치고 받는 원초적인 재미가 있기 때문에 게임으로 다뤄보고 싶을 법한 소재잖아.
조광민 기자(말리는 놈): 그래서 이번 작품을 해본 소감은 어떠신가요?
까는 놈: 이번 작품은 그래픽이 정말 좋아. 당초 예상했던 1080p(19201080) 해상도 60프레임으로 구현된 것이 아닌
1600900 해상도에 30프레임으로 게임이 구동되는 것은 좀 아쉽지만, 그런 걸 감안해도 시각적인 만족도는 매우 높아. 리플레이를 보면
링 바닥에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이 떨어지는 묘사까지 됐을 정도야.
말리는 놈: 차세대 기종의 구매 이유가 ‘더 좋은 그래픽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것임을 생각하면 훌륭한 부분이네요. 선수들의 동작은 어떤가요? 그래픽이 번지르르해도 동작이 어색하면 스포츠게임 팬들에게 외면 받게 되잖습니까.
까는 놈: 동작도 제법 사실적으로 구현됐어. 동작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제법 사실적이야. 하지만 캐릭터 둘이 시종일관 치고 받는 형국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니만큼 이런 게임의 동작은 선수 개개인의 동작이 어떻게 묘사됐는지 보다는 서로의 동작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냐에 중점을 둬야겠지. 즉, 때리고 맞는 동작이 어떻게 표현됐는지를 봐야한다는 이야기야.
편드는 놈: 서로 치고 받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표현도 만족스러웠어요. 타격이 성공하게 되면 상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리액션이 확실하게 나타나니까요. 하이킥을 차는 와중에 로우킥을 맞으면 중심을 잃고 벌렁 넘어진다거나, 복부에 묵직한 타격을 날리면 상대가 상체를 숙이고 주춤거리는 식의 묘사는 원초적인 쾌감을 줍니다.
까는 놈: 누가 봐도 ‘아 이거 제대로 맞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장면에서는 굉장히 사실적인 묘사를 확인할 수 있어. 사실적이라기보다는 보는 재미를 위해 조금은 과장된 묘사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지만.
하지만 모든 상호작용이 현실적으로 그려지는 건 아니야. 하일라이트 영상에 쓰일 법한 장면 묘사는 탁월한데 일반적인 상황. 그러니까 잽이나 로우키 같은 경우는 그냥 주먹이 닿았구나…하는 느낌만 주더라.
물론 잽을 날렸는데 상대가 펑펑 날아갈 필요는 없겠지만 장면을 묘사하는 수준이 상황마다 편차가 좀 있는 거 같아. 물론 그 덕분에 한 방이 제대로 들어갔을 때의 쾌감이 더욱 커지는 거겠지.
말리는 놈: 조작법이 저는 좀 어렵더라구요. 외워야 할 게 너무 많은 느낌이랄까? 실제로 게임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편드는 놈: 스탠딩 상황에서 다양한 타격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하고, 그라운드 공방에서 포지션을 유지하고 뒤집고, 이 와중에 때리고 꺾는 장면이 수시로 나오는데 조작이 간단하게 구성될 수는 없죠. 대신 조작이 복잡한 만큼 실제 경기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까는 놈: 그건 그거고. 어려운 건 어려운 거야. 외워야 할 것도 많은데 이걸 반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연습도 많이 해야 돼. 다행스럽게 워크쓰루 모드나 챌린지 모드를 통해서 조작의 대부분을 익힐 수는 있는데, 여기서 안 다뤄지는 내용도 많거든. 사실상 패드의 모든 버튼과 모든 레버를 동시에 3, 4개씩 입력하는 조작을 시시때때로 바꿔야 하는 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야. 묘사가 다양한 만큼 게임 조작도 다양해야 돼.
편드는 놈: 하지만 조작이 익숙해지면 굉장히 재미있어요. 특히 이번 작품은 기존 UFC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라운드 공방과 상대를 넘어지게 만드는 과정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다양한 조작을 통해서 심리전을 펼칠 수 있죠.
깔린 상태 혹은 상위 포지션을 차지한 상태에서 스탠딩을 유도할 것인지, 하프가드를 시도할 것인지, 적당히 때리다가 서브미션을 시도할 것인지의 분기가 계속해서 생겨요. 특히 서브미션 공방은 정말 재미있게 변했구요.
까는 놈: 아날로그 스틱 두 개를 이용해서 방어와 공격을 실시간으로 하는 조작체계는 상당히 재미있고 직관적으로 나온 것 같아. 서브미션의 효과도 좋고 하니 더 적극적으로 쓰게 되고. AI과 대결을 할 때는 서브미션이 유난히 효과가 좋더라?
서브미션 이야기나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몇몇 기술의 효율이 너무 높은 것 같지 않아? 조금 후에 이야기 하겠지만 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는 멀티플레이를 통한 다른 게이머와의 대전인데, 이렇게 밸런스에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면 결국 멀티플레이 수명이 줄어들 수도 있어.
말리는 놈: 게임의 핵심 콘텐츠가 멀티플레이라구요? 싱글 콘텐츠가 약하다는 평이 있기는 한데 그 정도에요?
까는 놈: 약한 정도가 아니라 없다고 해야 할 거 같은데… 연습경기와 커리어 모드가 전부인데 이것들 하나하나가 죄다 부실하거든. 가상의 선수를 만들어서 이를 육성하는 커리어 모드가 제법 재미있기는 한데, 사실 디자인이 너무 단순해. 훈련 – 시합의 반복인데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포인트의 양이 그다지 크지가 않아서 결국 연속적인 시합의 반복이 되거든. 이렇게 되면 연습경기 계속 하는 것과 다를 게 뭐냐.
편드는 놈: 그래도 선수 생성에 있어 어떤 무술을 베이스로 할 것인지, 능력치 배분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를 정할 수 있는 것은 커리어모드의 장점이죠.
까는 놈: 그런데 그런 장점은 어느 스포츠게임의 어느 커리어모드에나 다 들어있는 거니까 식상해서 문제지 -_- 그리고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되면 선수가 강제 은퇴하게 되는데, 이 선수를 써먹을 방도도 없잖아. 이거 굉장히 허무하다.
그나마 연습모드나 커리어모드에서 상대하는 AI의 수준이 제법 괜찮아서 혼자 놀기에도 충분히 재미는 있어. 초고수들에게는 너무 지루할는지 모르겠다만,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나름대로 심오한 공방전을 즐길 수 있어.
말리는 놈: 정찬성으로 ‘호세 알도 잡아야지!!!’ 하면서 덤볐다가 8연패 하신 거 잘 봤습니다. 선배 표정 그때 되게 심오해 보였어요.
까는 놈: 호세 알도. 걔 싸움 되게 잘 하더라 (-_-; )
말리는 놈: 그냥 선배가 게임을 못 하는 거에요.
까는 놈: 연습모드에도 불만은 있어. 체급과 무관하게 대결을 할 수가 없고, 커스텀 캐릭터로 게임을 할 수도 없지. UFC 소속 선수들을 게임을 통해 홍보하고 싶은 UFC 사장의 야망이 느껴지기도 했다.
더군다나 로스터도 조금은 아쉬워. 추후에 패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각 체급마다 등장 안 하는 유명 선수가 너무 많아.
편드는 놈: 그건 그렇죠. 최소한 각 체급마다 랭커는 모두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까는 놈: 아까 말한 것처럼 싱글 콘텐츠가 너무 빈약해서 결국은 멀티플레이를 하게 돼. 의도치 않게 멀티플레이 콘텐츠가 핵심이 된 것 같은
느낌이야.
토너먼트 모드를 추가하고, 선수를 추가로 공급해주면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기는 해. 이번 작품은 만족보다는 가능성을 선보이는 데 의의가 있던 거 같아. 재미는 있지만 콘텐츠 구성이 조금은 아쉬운 그런 게임 말이야.
말리는 놈: 다른 사람에게 이 게임 추천할 정도는 되는 것 같나요?
까는 놈: 일단 UFC에 관심이 있는 사람과 게임 조작을 반복적으로 연습해서 숙달하는 과정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추천할 게임이야.
익숙해지면 ‘꿀잼’인데 그 과정이 좀 답답하거든.
어찌보면 실제 격투가들의 인생과도 비슷하달까? 각각의 상황과 이에 맞는 대처방안을 몸에 숙달될 때까지 연습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승리의 달콤함을 맛보는 것처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