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피파 15

뜬금 없는 이야기. EA 스포츠가 선보이는 게임 중 피파 시리즈만큼 폭 넓은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게임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NFL 매든 시리즈는 GTA나 헤일로 시리즈 조차도 정면대결을 꺼릴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 내에서의 이야기일 뿐이고, 해외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 하는 게임이다. 이는 NHL 시리즈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피파 시리즈는 다르다. 미국은 물론 영국, 스페인, 독일 등지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으니 ‘우리나라 축구 좀 한다’는 조건과 ‘우리나라 게임시장도 제법 크다’ 하는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국가에서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이 바로 피파 시리즈다.

피파15는 이러한 피파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예년과 마찬가지로 출시 이전부터 축구게임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으며 세상에 그 모습이 공개됐다. 피파14에서는 PS4, Xbox One에만 새롭게 개발된 이그나이트 엔진이 적용됐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PC 버전에도 이그나이트 엔진이 적용되면서 피파 15는 전작 이상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피파15
피파15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작년에는 신형 기기 팔아먹으려고 이그나이트 엔진이 적용된 버전을 따로 출시하더니만… 이제서야 PC에도 적용시켰네… 어휴 정말!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뭐 출시 되자마자 PS4 버전 사서 잘만 하고 있으면서 뭘 투덜거립니까. 그건 그렇고 올해도 또 나왔네요.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감기 같은 게임이에요. 적응할만하면 조금 변해서 다시 나오고. 또 적응할만하면 조금 변해서 또 다시 나오는 그런 게임.
까는 놈: 뭐 안 그런 게임이 어디 있겠냐. 그래도 피파 시리즈는 최근 몇 년간 변경점이 많은 게임이었으니 그런 쪽에는 불만이 없다.

편드는 놈: 선배 성격에 비추어 보면 그 이야기는 다른 쪽에는 불만이 있다는 소리군요. 일단 피파15는 변경점이 제법 많아요. 그것도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변경점이요. 피파 시리즈 이야기를 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장점은 역시 라이선스 부분인데, 이런 부분이 더 강화됐습니다.

까는 놈: 뭐 제3세계 리그와 각 나라의 유소년 리그라도 추가시켰데? 이러다가 ‘차범근 축구교실’ 애들까지 다 포함되겠네. 그런데 이렇게 리그 추가되고 팀 많아져도, 결국 빅리그 팀 혹은 자국 리그 팀 위주로 고르지 않아?
편드는 놈: 라이선스 규모의 확장이 아니라 라이선스의 깊이가 더 깊어졌다는 이야기를 하려던 참입니다. 일단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와 세리에A 라이선스를 독점해서 20개팀의 모든 홈 구장이 게임에 그 모습 그대로 등장해요. 여기에 TV 중계 로고와 심판들까지 재현됐죠.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팀 골라서 게임하고 있으면 진짜 TV 중계 보는 느낌까지 줘요.

말리는 놈: K리그 챌린지는 이번에도 추가가 안 됐더라구요. 대신 승격, 강등 여부는 적용되서 강원 FC, 대구 FC, 대전 시티즌이 피파15에서 사라졌어요. 물론 새롭게 승격한 상주 상무가 수록됐습니다만.
까는 놈: 피파 15에 등장하는 전세계 유일의 ‘밀리터리 풋볼’ 팀이구만.

편드는 놈: 라이선스에 집중하고, 라이선스 하나하나의 깊이를 더해가는 모습은 EA 스포츠가 최근 몇 년간 피파 시리즈의 발전 방향을 ‘더 사실적인 축구를 구현한다’는 것으로 잡았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사례죠. 실제로 피파 시리즈는 피파 08을 기점으로 이전의 아케이드 축구를 탈피해서 게임이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구요.

이렇게 게임이 발전을 거듭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피파 시리즈의 평가 기준은 다른 게임과 비교해서 얼마나 뛰어난가가 아니라 ‘얼마나 실제 축구와 닮았는가’를 따지게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피파15
피파15

까는 놈: 물론 거기엔 경쟁작인 위닝일레븐 시리즈가 근 몇 년간 발전을 거의 하지 못 했다는 점도 한 몫 했지.

모르는 놈: 인게임 부분은 정말 좋아졌어요. 피파 시리즈를 매년 할 때마다 더 넣을 모션이 있을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만 이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새로운 동작이 추가가 됐구요. 다양한 동작이 펼쳐지다 보니 게임을 보고 있으면 정말 축구를 보는 느낌까지 줍니다. 관중들의 움직임도 훨씬 자연스럽구요.

까는 놈: 피파의 인게임 부분이야 워낙 발전을 많이 해서 지적사항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게임을 직접 즐기다보면 관전만 하고 있을 때에는 몰랐던 부분이 느껴지기도 해. 개인적으로 나는 피파 15의 템포가 너무 빠른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단순히 선수들이 달리는 속도만 빠른 게 아니라 경기가 진행되는 템포 자체가 무척 빨라. 실제 축구는 90분이고, 게임은 10분 내외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고려는 해야겠지만…

흔히들 ‘치달’이라고 표현하는 치고 달리기는 이번 시리즈에서 그 강점이 극대화 됐어. 능력치가 좋은 윙어가 있으면 미드필더고 뭐고 생략하고 그냥 상대 수비진까지 질주한 다음에 골을 노릴 수 있거든. 피파15가 현실 축구를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지.

편드는 놈: 호날두나 메시, 로벤 같은 애들은 실제 축구에서도 그러지 않습니까.
까는 놈: 피파15에는 페이스(PACE) 능력치가 존재하는데, 이게 높은 선수들은 이런 게 거의 다 가능해. 개인의 드리블 능력으로 상대 수비전술을 파괴할 수 있는 선수를 ‘크랙’이라고 하는데, 이런 ‘크랙’급의 선수가 피파15에는 너무 많아.

말리는 놈: 게임 속도를 옵션에서 슬로우로 조절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 아닌가요.
까는 놈: 요 몇 년 사이에 EA 스포츠는 피파 시리즈의 핵심 콘텐츠로 얼티밋 팀을 밀고 있는데, 정작 이 모드에서는 옵션으로 게임 속도 조절을 할 수 없으니 말이야.

더군다나 피파 시리즈는 다양한 드리블 기술을 게임에 구현해 호평을 받는데, 이 기술 중에 몇 가지는 정말 상대 수비수를 바보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좋아. 물론 현실에서도 드리블 기술로 수비를 농락하는 선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피파15에서는 어지간한 선수로도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어. 이번 작품에선 수비수의 스탠딩 태클 판정이 전작보다 훨씬 하향되서 수비가 어려워졌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드리블러를 막아내는 게 쉽지가 않지. 이런 부분도 현실적인 축구와는 거리가 멀어. 이게 축구인지 풋살인지… 싶다니까?

피파15
피파15

말리는 놈: 게임에서 그런 플레이를 지양할 필요야 없겠지만, 어느 정도 제제할 필요는 있겠네요.
까는 놈: 드리블 기술을 많이 사용하면 체력이 빠르게 떨어진다거나 하는 불이익을 좀 적용하는 건 어떨까 싶더라. NBA 2K 시리즈의 경우는 크로스오버 같은 드리블을 많이 쓰면 체력이 급감해서 질주를 오래 할 수 없도록 밸런스를 잡고 있거든.

이런 게 적용되면 기술을 딱 써야 할 때만 쓰게 되니까 오히려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어. 선수 능력치에도 드리블 활용 후에 체력이 떨어지는 정도를 다르게 적용시키면 선수 사이의 등급도 더 확실히 나눠질 것이고 말이야. 요즘 피파 시리즈는 드리블러가 너무 득세를 하고 있는 거 같아.

편드는 놈: 그래도 전작에서 밸런스적으로 문제가 됐던 요소는 많이 해결됐어요. 묻지마 크로스에 이은 헤딩이 너무 잘 들어가서 게임이 뻔해진다는 지적이 많았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에는 이런 류의 플레이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팀 관리에서 선수 개인에게 개인전술을 설정할 수 있어요. 이걸로 특정 선수를 활용한 빌드업을 할 수 있게 됐죠. 에이스를 통해 상대 수비의 빈틈을 노린다거나, 수비를 한 곳으로 뭉치게 해서 그 틈을 다른 선수로 파고 든다거나 같은 플레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노릴 수 있어요.

까는 놈: 전술적인 면에서 선수 개인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점은 정말 좋지만 나는 게임 내에서 선수들의 개성, 특성이 크게 부각이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이건 피파 시리즈가 꾸준히 받고 있는 비판이기도 해. 스피드, 몸싸움 이외에는 선수 능력치가 크게 부각이 안 되서, 쓰임새가 다 비슷비슷하게 되는 것 같아.

편드는 놈: 선수 능력치 이외에 선수의 특성 항목도 따로 있는데요?
까는 놈: 그럼 그런 게 있음 게임에 좀 더 부각될 수 있도록 해당 능력치의 영향력을 높이던가. 티도 안 나는데 있어서 뭐해 -_-

피파15
피파15

말리는 놈: 게임의 핵심 콘텐츠가 되어버린 얼티밋 팀은 어떻습니까?
편드는 놈: 패키지 판매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모드답게, 기본적인 재미는 충실해요. 한국 게이머들에겐 온라인게임을 통해 익숙한 ‘원하는 선수가 나올 때까지 카드를 뽑아서 덱을 맞추고, 이걸로 싱글플레이, 온라인 리그를 진행한다’는 개념인데. 강화, 합성 요소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스포츠 온라인게임의 형태와 상당히 흡사하죠.

까는 놈: 대신 몇 년간 시스템에 큰 변화가 없어서 아쉬워. 앞에서 언급한 기본적인 틀은 바꾸지 않더라도 친구 스쿼드로도 같이 놀아볼 수 있도록 하고 2:2 대전도 지원하고 해야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으니. 매년 똑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더라.

앞에서 드리블 이야기 할 때 잠깐 한 이야기인데… 몇몇 선수들이 정말 너무 좋아. 실제 축구에서도 잘하는 선수들이라고는 하지만 게임에서는 몇 배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아. 이게 얼티밋 팀에서 이런 슈퍼스타들에 대한 게이머들의 요구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일종의 호객행위로 얘들을 이렇게 좋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야.

말리는 놈: 오늘도 삐딱하시군요.
까는 놈: 아니!. 그게 아니라; 게임 내에서 엄청난 성능을 발휘하는 모습을 봐야 다른 사람들도 ‘나…나도 할꺼야!’ 이러면서 해당 선수 나올 때까지 돈을 쓰면서 카드를 뽑을 거 아니겠냐.

그리고 얼티밋 팀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싱글 콘텐츠인 커리어 모드가 큰 발전이 없어. 선수 스카우트를 통해 좋은 선수를 발굴하거나, 협상을 잘 하면 좋은 선수를 거저 가져올 수 있는 변수 정도는 생겼는데, 여전히 커리어 모드가 심심해. 아. 그나마 주전 체력관리가 중요해져서 스쿼드를 맞출 때 벤치 멤버에 대한 고려도 더 많이 해야 하는 정도의 변화는 생겼다.

말리는 놈: 게임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선배는 불만 투성이네요.
까는 놈: 게임이 너무 발전해서 그래. 아까 말한 것처럼 피파 시리즈는 경쟁 게임과 비교되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 축구와 비교되는 경향이 강해. 물론 EA 스포츠가 매년 ‘우리는 더 현실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니, 이런 입장이 된 것도 당연하지만.

피파15
피파15

편드는 놈: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재미있는 게임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까는 놈: 피파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게이머들에게 ‘신용’을 얻은 게임이라는 거야. 믿고 즐길 수 있게 됐지. 게다가 매년 나오는 밸런스에 대한 지적은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거의 다 고쳐서 나오고 있기도 하고. 문제는 밸런스 이외에 시스템이나 인터페이스에 대한 지적은 신경을 전혀 안 쓰고 있다는 거지만;;

말리는 놈: 저는 피파 시리즈를 할 때마다 매번 다음 작품이 더 궁금해지더라구요. 이번에는 이런 모습인데 다음에는 어떤 모습이 발전될까…하는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까는 놈: 그건 어떤 면에서는 ‘지금 모습에서 2% 아쉬운 게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해. 아쉬움 없는 게임이 어디 있겠냐만…

아! EA 스포츠는 제발 선수 얼굴 말고 체형 좀 신경 썼으면 좋겠다. 게임 하다보면 얼굴은 보이지도 않아요. 골 넣었을 때나 교체할 때나 잠깐씩 보이지. 결국 게임 내내 보이는 건 선수들의 전반적인 실루엣인데, 이건 보고 있으면 모든 선수가 체형이 다 모델이야. 게임 하다 보면 ‘진짜 호날두’, ‘키 큰 호날두’, ‘ 키 작은 호날두’ 밖에 없다니까? 얼굴 스캔은 적당히 하고 이젠 체형 구현에도 좀 신경 썼으면 좋겠다.

EA 스포츠 얘들은 매번 정작 가장 많이 보이고 중요한 것 기본적인 요소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경향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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