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터키로, 러시아로… 新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국의 게임사들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5부: 그래도 희망은 있다]
3화. 터키로, 러시아로… 新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국의 게임사들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갈수록 늘어나는 규제와 치열한 경쟁. 한국은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쉽지 않은 국가가 되어버렸다" 독일에 진출한 스타트업 게임사 대표의 말이다. 거센 규제와 시장 포화 등의 악재가 겹치며 전세계가 주목하던 한국의 게임 산업은 이제 완전히 '레드오션'에 진입한 모양새다.
지난 10월 3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3년 국내 게임시장의 규모는 9조 7,198억 원으로 2012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인 9조 7,525억 원 대비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전세계 게임산업이 4%에 이르는 성장세를 기록한 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수치다.
이 같은 성장 하락세는 고스란히 게임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성장률이 1% 떨어지면 고용자가 10만 명 감소한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속설처럼 게임업계 종사자 수도 급격히 감소해 1년 사이 무려 3천 명의 달하는 인원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특히, 개발과 퍼블리싱 분야에 종사하는 인원들의 수가 대폭 감소해 국내 게임시장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말해 주기도 했다.
또한, 모바일게임이 전년대비 2배가 넘는 190%에 달하는 성장을 이어갔지만, 대표적인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꼽히는 온라인게임이 무려 19.6% 감소하며 큰 폭으로 하락해 시장의 성장에 큰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엄청난 시장을 바탕으로 거대 기업으로 발돋움 한 중국 게임사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며, 한국 게임사들의 입지 역시 계속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게임시장이 안에서는 정부의 부분별 한 규제와 시장포화, 밖에서는 거대한 중국 자본이 몰려 오는 '내우외환'을 겪으며 점차 '레드오션'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 국내 게임사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중국, 동남아시아 등 기존의 수출국들을 넘어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신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바로 러시아다. 전세계 6천만 게이머를 보유하고 있는 워게이밍의 '월드오브탱크'가 가장 먼저 서비스 된 것으로 유명한 러시아는 전체인구 1억 4천만 중 무려 40%에 육박하는 4천 6백만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을 만큼 새로운 글로벌 게임 마켓으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특히, EA의 러시아 대표 토니 왓킨스가 "온라인게임은 러시아의 게임 시장의 주요 성장 동력"이라고 평가할 만큼 온라인게임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2013년 러시아의 온라인게임은 5년 전에 비해 약 12배에 달하는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오는 2016년 약 2조 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러시아 온라인게임에 주목해 시장 진출을 선택한 국내 개발사들의 선전도 기대 이상이다. 지난 2010년 진행된 국내 비공개 테스트 때부터 러시아의 대표 길드들이 직접 참여할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받아온 XL게임즈의 아키에이지의 경우 2월 서비스 런칭 이후 8개 서버에서 동시접속자 수 2천 명을 기록했으며, 일일 사용자(DAU)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한 아키에이지는 2014년 약 3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될 만큼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XL게임즈는 지난 9월 북미 및 유럽 지역에 아키에이지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50여 개 국가를 대상으로 서비스에 돌입하는 등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지의 시장으로 알려진 러시아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서비스에 중요한 디딤돌이 된 셈이다.
러시아에서 턴제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아틀란티카를 서비스하고 있는 넥슨 역시 러시아를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IT 인프라와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지난해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2013(NDC2013)에서는 "러시아는 유럽에서도 1위를 달릴 만큼 인터넷 환경이 잘 구축된 나라이며, 이런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온라인게임 산업이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러시아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온라인게임이 대세인 러시아 시장이지만 모바일 플랫폼 시장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리서치 시업 뉴주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 세계 모바일 마켓 시장(구글플레이+앱스토어 기준) 매출 12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이미 성숙한 모바일 마켓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IT 인프라 확충을 통한 스마트폰 기기의 보급이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의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지난 2011년 기대되는 게임 1위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이 꼽힐 만큼 러시아 게이머들이 동양 문화권에 대한 별다른 거부감이 없어, 향후 러시아 모바일 시장을 노리는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에겐 '형제의 나라'로 알려진 터키 역시 국내 게임사들이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다. 현지의 유력 뉴스 매체 중 하나인 '데일리 사바'에 따르면 터키는 약 3천6백만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중 72%에 달하는 2천 5백만 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고, 절반에 가까운 게이머가 게임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시장 확대에 힘입어 터키의 게임 시장은 소셜, 모바일, PC, 콘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매년 40%가 넘는 성장을 기록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0년대 게임시장이 급격히 팽창한 한국과 유사한 흐름이 '형제의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산 게임들의 성적도 나쁘지 않다. 비록 지금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 벨브의 도타2 등의 게임에 밀려난 상태지만, 지난 2003년 터키 온라인게임 순위를 살펴보면 소프트닉스의 '울프팀', 이미르엔터테인먼트의 '메틴2', 조이맥스의 '실크로드 온라인' 등의 국내 개발사들의 게임이 1위부터 5위까지를 독차지할 정도로 한국 게임이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했다.
이 같은 성장을 지켜본 국내 게임사들 역시 속속 터키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덴티티게임즈는 다수의 온라인게임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터키의 대표 퍼블리셔로 성장한 스마일게이트 유럽과 손을 잡고 자사의 액션 온라인게임 드래곤네스트의 터키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나이트온라인'을 서비스하며, 터키 시장에 발을 내딛은 엠게임은 서비스 이후 7년간 터기 인기 MMORPG 순위 3위권을 유지하는 등 성공적인 성과를 내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지난해 자사의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열혈강호2'의 터키 현지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활발한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 기기의 보급이 점차 확산되며, 소셜네트워크게임(SNG)이 터키 게임시장의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하는 등 점차 온라인게임 중심에서 모바일 마켓 중심의 시장이 이동하고 있어 모바일게임사들의 활발한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한국 게임업계는 '레드오션' 정도가 아니라 자칫하면 가라앉아 없어지는 '피바다' 수준이다. 여기에 그 동안 주요 수출국이었던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이제는 빠르게 게임산업을 성장시키며 국산 게임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어 자칫 '고립무원'의 상태가 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터키, 러시아, 남미 등의 새로운 시장에서 국내 게임사들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지만, 무턱대고 진출하기에는 아직은 위험한 시장인 것이 사실이며, 현지 퍼블리셔와 협력을 공고히 하고, 신중에 신중을 가하는 행보로 접근하는 것이 서투른 진출로 더욱 궁지에 몰린 게임사들의 전처를 밟지 않는 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