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 압박 받던 다음카카오, 자체 마켓 '카카오게임샵'이 해답될까?
중소 게임사들에게 대박의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국내 최대 모바일 소셜 플랫폼이긴 하지만, 부담되는 높은 수수료 때문에 원성이 자자했던 카카오게임하기가 지금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로 카카오 게임샵을 꺼내들었다.
금일(4월 1일) 다음카카오가 선보인 카카오게임샵은 지난해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다음카카오의 게임 마켓으로, 네이버가 운영중인 네이버 앱스토어나 SK플래닛의 티스토어 등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별도로 운영되는 자체 마켓이다. 별도의 마켓을 허용하고 있지 않은 애플의 정책으로 인해 아이폰에서는 이용할 수 없고, 안드로이드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게임샵 카드를 꺼낸 이유는 모바일 게임의 높은 수수료로 인해 중소 게임사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 게임하기로 게임을 출시하면 구글플레이가 30%, 다음카카오가 21%를 가져가며, 나머지 49%를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나눠가지는 형태다. 즉, 한달에 10억 매출을 올렸다고 해도 사실상 개발사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은 고작 2억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음카카오 입장에서도 회사 내에서 광고 다음으로 높은 이익을 올려주고 있는 입점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바로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며, 특히 상장사인만큼 주주들의 눈치도 봐야 한다. 그래서 다음카카오가 선택한 것은 카카오게임하기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다음카카오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는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대안을 제시해 개발사에게 더 많은 이득을 가져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금일 발표 내용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샵의 수익 배분은 개발사 65%, 다음카카오 25%, 사용자 적립 보너스 10%다. 사용자 적립 보너스 10%는 카카오 코인으로 적립되며, 사용자가 이를 다 사용했을 경우 이 금액의 일정분을 개발사에게 다시 돌려주도록 되어 있어, 이것까지 포함해 개발사가 최종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전체 수익의 71.5%가 된다.
비슷한 형태인 네이버 앱스토어가 개발사 80%, 네이버 10%, 사용자 적립 보너스 10%의 비율로 운영되고 있어 이쪽이 개발사 비율이 높아보이지만, 네이버 앱스토어에 카카오 게임을 출시할 경우에는 개발사의 수익이 카카오 수수료를 제외한 59%가 되므로, 카카오 게임으로 한정할 경우에는 카카오게임샵 쪽의 개발사 수익 배분이 더 높다.
수익 배분 수치만 보면 개발사의 부담도 줄어들고, 다음카카오의 수익도 늘어나는 회심의 한 수이지만,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게임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카카오톡 PC버전 더보기 영역을 통하거나 웹페이지 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홈페이지(g.kakao.com)으로 접속해 카카오게임샵 앱을 설치해야 한다. 한번 접속해서 게임을 설치하면 게임과 함께 카카오게임샵 앱이 같이 설치돼 다른 게임을 설치할 때는 다시 웹페이지를 찾아갈 필요없이 카카오게임샵 앱아이콘만 클릭하면 바로 연결되도록 해뒀다.
문제는 이 과정이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던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버튼만 클릭하면 끝나는 간단한 과정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에게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게게임샵에서 다운로드 되는 게임설치 파일은 구글플레이가 인증한 파일이 아니기 때문에 설치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스마트폰 보안 설정에 들어가서 ‘출처를 할 수 없는 앱’을 허용하도록 변경하고, 다시 파일을 실행시키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애니팡으로 카카오게임하기에 입문한 높은 연령대의 사용자들이라면 대부분 바로 포기할만한 난이도의 작업이다.
국내 최대 사용자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네이버 앱스토어도 피처폰 시절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던 티스토어도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밀려 기를 못 펴고 있는 것은 이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결과다.
다음카카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 구글플레이로 연결되어 있는 카카오 게임하기 내 다운로드 버튼을 카카오 게임샵으로 변경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한다. 카카오게임하기를 이용중인 사람들 모두에게 이런 불편함을 줬다가는 사용자가 대폭 줄어들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벤트를 통해 사용자 적립 보너스를 30%까지 제공하는 등 많은 과금을 하는 열성 게이머들에게 많은 혜택을 줘서 카카오게임샵 이용자로 끌어들이고, 과금량이 많지 않은 일반 사용자는 불편함없이 그냥 구글플레이 스토어를 이용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구글플레이 버전과 카카오게임샵 버전은 출처가 달라 별도의 앱으로 깔리기는 하지만 어차피 실행하면 카카오 계정으로 연동되기 때문이다. 단, 카카오게임샵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카카오게임샵 앱으로 실행시킨 후 결제를 해야 한다. 카카오게임샵 설치 게임은 아이콘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카카오게임샵용 버전을 따로 만드는 것이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요즘 추세인 글로벌 원빌드 전략에는 어긋나긴 하나, 카카오게임샵에만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하나의 선택지를 더 제공하는 것 뿐이고, 카카오게임샵 버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카카오게임샵의 관건은 다음카카오가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에게 카카오게임샵 앱을 설치하게 만드느냐"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사용자 적립 보너스 외에는 별도의 혜택이 없으며, 게임사에게 별도의 혜택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그냥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는 대다수의 사용자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으며, 소수이긴 하지만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는 설치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 입장에서는 열성 게이머들이 현재의 사용자 적립 보너스에 매력을 느껴 건너오는게 최고의 상황이지만, 그들이 현금이 아니라 카카오 코인으로 적립되는 것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낄지는 아직 미지수다. 과연 다음카카오가 카카오게임샵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앞으로 어떤 마케팅 전략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