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회의 모바일게임 위클리] 5월 셋째 주 신작
모바일게임 위클리는 지난 한 주간 주목받은 모바일게임 중 세 작품을 직접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 편집자주 >
-무한 성장과 경쟁, '드래곤스트라이커'
게이머라면 모바일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자는 동안 낭비할 스태미나가 아까워 잠을 줄이는 경험을 한번쯤 한다. 시간을 돈으로 사는 모바일게임의 과금체계에서 수면시간은 일종의 기회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면시간을 줄여서 모바일게임에 투자하면 수면 부족에 따른 건강 저하, 생활 리듬 붕괴, 업무 능력 감소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일상생활과 모바일게임의 양립은 많은 게이머의 끝나지 않는 숙제다. 그리고 심플레이스튜디오가 개발하고 넷마블게임즈에서 서비스 중인 롤플레잉 모바일게임 '드래곤스트라이커'에서 이 문제의 새 해결책이 등장했다.
'드래곤스트라이커'의 가장 큰 특징은 24시간 자동성장시스템이다. 게이머가 한 번 클리어한 던전이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클리어 전까지 사용할 수 없었던 자동 스킬을 포함해서 한 던전을 반복 입장하는 과정이 전부 자동화된다. 이론상 휴대폰 배터리가 다 떨어지거나 휴대폰이 대기 상태로 바뀌지 않는 이상 스태미나에 해당하는 모래시계가 남을 때마다 무한히 던전 입장을 반복하는 것이다. 또한, 게이머는 인벤토리가 가득 찼을 때, 모험에 실패했을 때, 모래시계가 부족했을 때 자동전투가 종료되는 옵션을 설정할 수 있다. 게이머는 이 기능을 사용해 수면시간 동안 레벨이 20 이상 오른 영웅과 펫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동안 수면시간이 얼마나 큰 기회비용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롤플레잉 모바일게임에서 플레이 비중이 큰 육성 부분이 자동화됐다고 게이머의 할 일이 사라지진 않는다. 게이머가 최대 세 마리까지 전투에서 거느릴 수 있는 펫의 수집과 육성, 영웅의 레벨에 따라 개방되는 장비 아이템의 강화, 영웅과 펫에 장착시켜 전투력을 올릴 수 있는 룬 시스템 활용까지 '드래곤스트라이커'에서 게이머에게 제공되는 콘텐츠는 적지 않다. 그리고 '드래곤스트라이커'의 전투는 게이머가 펫을 일반형, 공격형, 방어형 중 어떻게 배치했는가, 게이머가 얼마나 적절한 시기에 스킬을 사용하고 쿨타임을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24시간 자동성장시스템은 어디까지나 게이머에게 편리한 도구일 뿐이다.
물론 수면시간까지 활용해 영웅과 펫을 육성한 게이머는 콘텐츠 선택권이 많아진다. 모험을 떠나 2차 정령전쟁을 둘러싼 '드래곤스트라이커'의 스토리를 확인할 수도 있고, 펫대전으로 다른 게이머와 우열을 겨루는 플레이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24시간 자동성장시스템과 함께 '드래곤스트라이커'의 주력 콘텐츠인 점령전이 게이머를 기다리고 있다. 폐허의 사막 지역까지 모험을 끝낸 게이머는 점령전을 통해 필드에 위치한 지역을 점령하고, 지역마다 정해진 자원을 획득할 수 있다. 특히, 장비 강화용 재료를 비롯해 점령전에서만 나오는 자원이 많아 게이머는 영웅의 레벨을 올려 더 많은 점령지에 도전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게이머도 마찬가지라 게이머의 점령지가 늘어날수록 한정된 점령지를 확보하기 위한 게이머들의 경쟁체제가 벌어진다. 24시간 자동성장시스템으로 인해 게임 플레이가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셈이다.
정리하자면 '드래곤스트라이커'는 모바일게임에서 게이머들이 바라던 점을 해결한 동시에 게이머의 흥미를 붙잡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펫의 각성 능력이나 펫 대전 외에 다른 콘텐츠처럼 아직 준비중인 콘텐츠들까지 구현되면 게임의 완성도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명작의 변화는 무죄? '미스터 드릴러 for Kakao'
비록 2010년대에 이르러선 시리즈의 명맥이 끊어졌지만, 반다이남코의 '미스터 드릴러 시리즈'는 퍼즐액션 게이머들에게 명작으로 평가받는 시리즈로 명성이 높다. 캐주얼게임 같은 색감과 SD 캐릭터, 여타 퍼즐게임보다 깊이 있는 퍼즐 규칙으로 많은 게이머의 취향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스터 드릴러 시리즈'의 부활을 바라는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가운데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미스터 드릴러 시리즈'가 부활했다. 넷마블게임즈와 반다이남코가 공동 개발한 퍼즐 모바일게임 '미스터 드릴러 for Kakao'(이하 '미스터 드릴러')가 그 주인공이다.
'미스터 드릴러'의 게임 규칙은 간단하다. 조작 캐릭터가 좌, 우, 하단으로 한 칸씩 블록을 파괴해 밑으로 내려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땅을 깊게 팔수록 빠르게 줄어드는 산소의 제한이나 같은 색깔끼리 만나면 붙고, 이렇게 4개가 만나면 한꺼번에 파괴되는 블록의 특성으로 인해 게이머는 블록의 배치를 살피면서 이동해야 한다. 또한, '미스터 드릴러'에는 다른 게이머와 블록을 부수며 점수를 경쟁하는 랭킹모드, 게이머가 육성한 펫과 함께 여러 미션을 수행하고 몬스터와 펫 배틀을 겨루는 월드모드가 준비됐다. 펫의 경우 여타 롤플레잉 모바일게임처럼 던전 클리어 보상, 뽑기로 수집한 다음 전투, 강화, 진화를 통해 육성시키거나 마이 타운이라 부르는 게이머의 개인실을 꾸며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월드모드의 경우 게이머가 아무리 블록을 잘 파괴해도 펫의 능력치가 부족하면 펫 배틀에서 불리해져서 롤플레잉 모바일처럼 육성에 신경을 써줘야 한다. 블록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룬을 수집해 추가 공격을 발동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미스터 드릴러 시리즈'를 처음 만나는 게이머라면 아이템을 찾아 빠르게 파고 내려가는 '미스터 드릴러'의 진행에 쉽게 적응하고 재미가 붙일 것이다. 땅을 파는 중에 등장하는 아이템이나 콤보가 쌓일 때마다 발동되는 피버, 크레이지 모드를 활용하면 '미스터 드릴러'의 진입 장벽은 더 낮아진다. 다만, 기존 '미스터 드릴러 시리즈'를 플레이했던 게이머의 경우 '미스터 드릴러'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미스터 드릴러 시리즈'의 주요 조작이었던 머리 위 블록 격파와 한 블록 올라가기 기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록이 붙는 성질을 이용해 조작 캐릭터 머리 위에 지붕을 만든다든가, 같은 색의 블록이 4개 이상 붙으면 사라지는 법칙을 이용해 접근하기 어려운 산소 공급 캡슐을 획득하는 테크닉을 활용할 기회가 거의 없다. 떨어지는 블록에 깔려도 게임오버 당하지 않는 점과 '미스터 드릴러 시리즈'와 같은 BGM을 채용한 점이 원작 게이머들에게 위안이 될 것이다.
'미스터 드릴러'의 출시는 명작의 부활과 변화란 측면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특히, 게임 자체의 퀄리티가 괜찮더라도 기존 시리즈와 다른 방향성을 선택했을 때 신규 게이머와 기존 게이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해 좋은 사례로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주의 인디게임, '중년기사 김봉식'
인디게임 중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하거나, 상용 모바일게임에 버금가는 퀄리티로 유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주에 소개할 인디게임 '중년기사 김봉식'은 상황이 다르다. 픽셀아트를 쓴 복고풍 그래픽에 눈에 띄는 아이디어가 딱히 없음에도 구글플레이 인기 무료게임 순위가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게이머들은 이 인디게임의 어디가 마음에 든 것일까?
'중년기사 김봉식'의 경우 심심해서 써 본 투구가 벗겨지지 않아 용사가 되기로 결심한 중년의 백수 주인공 김봉식의 배경 설정만큼이나 플레이 내용에서도 게이머가 긴장감을 느낄 요소라고는 전혀 없다. 던전의 몬스터들은 동면 중이란 설정으로 인해 가만히 있을 뿐이고, 퀘스트는 쿨타임이 끝날 때마다 한 번씩 터치만 해주면 끝없이 진행된다. 또한, 게이머는 골드를 투자해 퀘스트 1회 완료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올리거나 쿨타임이 끝날 때마다 터치해주는 과정을 자동으로 바꿀 수 있다. 게이머는 제작자가 공언한 '세상에서 가장 쉽고 간단한 전자동 롤플레잉게임'의 의미를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이렇게만 보면 '중년기사 김봉식'에서는 게임을 방치해놓고 주인공 김봉식의 시덥잖은 아저씨 개그와 허풍을 확인하는 것 외에 다른 콘텐츠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게이머는 조금씩 쌓이는 골드를 보면서 새로운 욕구가 생긴다.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골드 획득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중년기사 김봉식'은 롤플레잉 모바일게임에서 육성시뮬레이션 모바일게임으로 플레이 방식이 바뀌기 시작한다.
게이머는 모아놓은 골드를 사용해 주인공 김봉식에게 무기와 보물을 장착시킬 수 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김봉식은 더 빨리 몬스터를 물리치며, 더 많은 퀘스트를 동시 수행해 골드 수집 속도를 높여간다. 여기에 퀘스트와 무기, 골드가 초기화되는 대신 보물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대량으로 지급되는 환생시스템을 통해 게이머의 김봉식 육성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 초기화로 인해 기존의 플레이가 의미 없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열쇠로 해금한 보물의 능력치 향상은 환생할수록 계승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누적 레벨을 쌓아간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중년기사 김봉식'은 직접 게임의 주도권을 잡고 싶은 게이머에겐 적합하지 않다. 반대로 직접 조작하기보단 효율적인 미래 설계로 성과를 내고 싶은 게이머에겐 굳이 과금하지 않아도 문제없이 진행되는 '중년기사 김봉식'이 매력적인 게임일 것이다. 앱을 종료했을 때 퀘스트 진행이 되지 않는 점이나 한 번 데이터가 삭제되면 복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주의해서 플레이한다면 몇 달이 지나도록 게이머는 '중년기사 김봉식'과 함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