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한국의 모바일게임이 중국의 마이너로 전락한 이유
지난 2014년 중국 게임시장은 1,144억 8천만 위안, (한화 약 21조 5,554억 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북미의 게임시장과도 맞먹을 정도의 규모이며, 오는 2016년에는 북미 시장을 넘어 글로벌 No.1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중국 게임 시장의 발전의 중심에는 한국 게임들이 있었다. 1세대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부터 웹젠의 ‘뮤 온라인’과 ‘라그나로크’ 그리고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한국 온라인게임의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며, 현재 중국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텐센트, 샨다, 공중망 등 게임사들 역시 모두 한국 게임의 퍼블리싱을 통해 성장한 회사들이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2015년 지금. 한국의 게임은 너무나도 급속히 중국 게임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일 막을 내린 중국 최대의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 2015’에서 확인한 한국 게임의 위상은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낮아져 있었다.
차이나조이 현장에서는 몇몇 온라인게임만 간간이 보일 뿐 이전해 보다 한국 게임들의 비중이 현저히 낮아졌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더욱 심각해 BTB, BTC관 모두 ‘도탑전기’나 ‘웹게임’ 스타일의 MORPG 장르만 등장할 뿐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국의 게임을 찾을 수 없었다. 모바일 게임 강국으로 평가 받던 한국의 게임들이 이제는 중국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개발사들. 한국과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아이리서치의 보고에 따르면 2014년 이전까지 한국을 중심으로 외국 게임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이전과는 달리 중국 자체 개발 게임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2014년 중국의 자체 개발 게임 매출은 726억 6,000만 위안(한화 13조 7,123억 원)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도에 비해 52.5% 높아진 수준이다. 특히, 2015년 상반기 중국 게임의 비중은 이전보다 늘어난 60%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모습은 중국 개발사들의 성장과 큰 관련이 있다. 현지 전문가에 따르면 2014년 4:33의 액션 모바일게임 ‘블레이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중국에서는 “아직은 한국 게임이 위”라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올해 넷마블게임즈의 ‘레이븐’이 발매되었을 때는 “저 정도는 만들 수 있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중국 개발사들의 능력이 그 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이나조이 2015' 기간 동안 만난 중국 모바일게임 개발사들 중 상당수는 한국 개발사들보다 기획, 디자인, 시스템, 서버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앞서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국 개발사들의 자신감의 원천으로 대형 게임사와 개발사 간의 관계를 꼽았다.
일정 부분 개발을 마친 게임을 퍼블리셔 혹은 게임사들이 서비스를 맡는 한국의 시스템과는 달리 중국은 대형 게임사가 소규모 게임 스튜디오의 지분을 매입하여 자체 개발사로 두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는 중이다. 이를 통해 부족한 인력과 자금을 지원하여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조성한 후 개발에 착수하는 것이 최근 중국 대형 게임사들의 대세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에는 중국의 대형 게임사들의 개발사 인수 합병이 활발히 이루어져 대형 게임사에서 출시한 게임 89,9%가 인수 합병된 개발사를 통해 등장했으며, 이들 게임 중 상당수가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된 환경에서 개발에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분야까지 모두 지원해 주는 것은 물론, 자체 개발사 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중국 게임사들의 정책을 통해 더욱 다양하고 뛰어난 퀄리티의 게임이 계속해서 만들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정된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 점차 실력을 높여가는 중국 게임사와 미들코어 RPG에 목을 매고 있는 한국의 게임사들. 앞으로 1년 뒤 과연 중국의 개발력을 한국보다 아래로 평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정글과도 같은 중국의 게임시장. 중국을 위한 게임이 아니면 흥행도 없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몇몇 게임사들의 선점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자 많은 게임사들은 글로벌 진출을 외치며, 앞다투어 해외 진출에 대한 의도를 드러냈다. 이 중에서도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그 어느 국가보다 높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의 성공 소식은 지금까지 들려오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에서 흥행을 거둔 게임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만 늘어날 뿐 중국 진출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 이러한 현상에 대해 부족한 유료 콘텐츠 모델과 중국 현지에 최적화되지 못한 한국 게임들의 시스템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게이머들은 유료 콘텐츠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 결제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국가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중국 모바일게임은 VIP 시스템, 아이템 강화 및 무기 소환, 점술, 별자리 등 수 많은 즐길 거리를 통해 유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심지어 퀘스트에 결제 요소가 등장하는 등 매 게임마다 독창적인 형태의 유료 콘텐츠가 등장해 게이머들을 유혹하는 것이 특징.
이러한 이유로 중국 게임사들은 먼저 유료 콘텐츠 모델과 즐길 거리 요소를 게임 개발의 뼈대로 삼으며, 이를 바탕으로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 게임의 경우 기획 과정 중 그래픽이 큰 비중을 차지고 있으며, 던전과 레이드 등 비슷비슷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어 중국 게이머들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또한,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지 못한 중국에서 용량은 게임의 흥행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중국 모바일게임 흥행작들은 200MB를 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며, 이 작은 용량 안에 게임의 콘텐츠와 그래픽을 구현하고, 즐길거리를 선보이고, 서버 또한 원활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고퀄리티를 추구하면서 점점 용량이 커지고 있는 한국 게임들과는 완전히 다른 풍토다.
중국의 독특한 마켓 환경 역시 한국 게임이 연이은 실패를 겪은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최대 오픈마켓인 구글플레이스토어가 적용되지 않고, 오히려 각각의 로컬 마켓이 활성화 된 편이며 각각의 로컬마켓은 각기 다른 서비스 환경과 이용자 층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중국에서의 서비스는 사실상 여러 개의 국가에 대응하듯이 다양한 빌드를 준비해야 하지만 한국의 게임들은 한국에나 최적화된 게임을 들고 중국 진출을 시도하니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현지 게임산업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 너무도 커진 중국. 이제는 도전자의 자세로 나설 때
그 동안 한 수 아래로 봤던 중국. 하지만 중국은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 이미 세계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으며, 한국은 주연에서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다. . '온라인게임 종주국', '모바일게임 강국' 이라는 이름에 취했던 한국의 게임업계. 이제는 중국을 인정하고, 도전자의 자세로 5조에 이르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다시 한번 뛰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