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세계 게임시장을 움직이는 게임 공룡 EA -2부
해당기사는 [조영준의 게임히스토리] 세계 게임시장을 움직이는 게임 공룡 EA -1부와 이어집니다.
북미 게임시장 위기(아타리쇼크)를 넘어 북미 최고의 퍼블리셔이자 개발스튜디오로 거듭난 일렉트로닉 아츠(이하 EA).
세계 최대의 스포츠시장이라고 불리는 미국 인기 종목의 게임들을 매년 성공시키는 것은 물론,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선보이며, 세계 게임시장에서 그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던 EA는 2000년대를 맞이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바로 유명 프렌차이즈 게임을 보유한 개발사를 사들여 게임과 인력을 통째로 EA로 편입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EA의 전략은 단순했다. 자금난에 허덕이거나 자금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를 찾아가 현금과 지분을 사들여 개발사를 산하 EA 스튜디오로 편입시킨 후 EA에서 유통을 맡아 이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이는 자금을 가진 EA는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게임 타이틀을 늘려갈 수 있고, 개발사는 자금 상황이 여유로운 상황에서 개발을 진행해 더욱 양질의 게임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긍정적인 전략이었다.
문제는 EA의 이러한 전략이 게이머들의 생각과 정반대의 상황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EA에서 인수한 대다수의 게임 프렌차이즈는 이전과는 달리 심각할 정도로 버그로 점철된 상황에서 출시되기 일쑤였으며, 완전히 게임 출시가 중지된 게임도 속출하기 시작한다. 자금 많은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만남이 시너지가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한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오리진과 웨스트우드다.
울티마시리즈와 윙커맨더로 유명세를 떨친 오리진은 EA에 편입된 후 울티마8과 울티마9을 출시했는데 이 두 작품 모두 역대 울티마 시리즈 중 가장 평가가 낮은 작품들이며, 울티마 온라인 역시 방만한 운영으로 급격히 게이머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웨스트우드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 RTS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이하 C&C)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나름의 성공을 거둔 'C&C 3' 이후 등장한 4편은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았고, 이후 신작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의 내면에는 짧은 개발 기간, 부족한 인력 배치 등 EA 수뇌부의 안일한 개발사 관리가 큰 역할을 했다. 부족한 시간과 인력 속에서 개발된 게임이 좋은 평가를 받을 리가 없었고, 게임의 재미를 주는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 기간에 맞춰 출시하는데 주력하다 보니 날림으로 개발한 게임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이전까지 큰 호평을 받던 프렌차이즈 시리즈가 실패에 가까운 성적을 거두자 EA는 이 프렌차이즈의 출시 계획을 철회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이들 게임을 볼 수 없게 된 게이머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현재 EA가 보유한 게임 중 출시 소식이 들리지 않는 과거의 유명 게임들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이때부터 EA는 일렉트로닉 아츠가 아닌 'Eat All', ‘악의 제국’ 등의 악명으로 불리기 시작하며, 게이머가 선정하는 최악의 게임회사 1위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명 프렌차이즈 게임이 졸작으로 변신하고, 이마저도 출시가 되지 않는 상황. 더욱이 매년 속편 출시에 집중하며, ‘게임 공장’이라는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자 EA는 새로운 전략을 펼치기 시작한다. 바로,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속편들의 판매 방식을 다각화하고, 실력 있는 개발사를 통해 수준 높은 게임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개발사보다 퍼블리셔로 영향력을 높인 EA는 PC와 콘솔 그리고 휴대용 기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에 대응한 게임을 선보이기로 유명했다. 더욱이 피파, 매든, NFL 등 자사의 유명 스포츠게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 조금씩 발전하는 게임을 선보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콘솔, PC 그리고 휴대용 기기 버전으로 출시된 게임들은 버전 마다 독특한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어 단순히 하나의 게임을 나누는 것이 아닌 해당 플랫폼에 최적화 된 모습으로 출시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울러 새로운 프렌차이즈 게임이 쏟아진 것도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였다. 데드스페이스, 미러스엣지, 메스이펙트 등의 게임이 흥행과 평가 두 마리 모두 토끼를 잡으며 EA를 바라보는 시선을 달라지게 했으며, 배틀필드, 번아웃 등의 게임 역시 EA에 품에 안긴 뒤 더욱 뛰어난 모습으로 등장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둬 명작 게임 시리즈로 거듭나기도 했다.
물론, 2010년 들어 새롭게 선보인 게임들 역시 연이은 속편을 선보여 ‘똑 같은 게임의 재탕’이라는 평가가 다시 고개를 들게 만들었고, 이전부터 지적된 프렌차이즈 게임 죽이기 역시 이어지고 있으며, 신작 게임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다시 2000년대 초반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말이다.
현재 EA는 발전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눈길을 돌려 다수의 모바일게임사들을 인수하고 있는 상황이며, 2015년 들어 인디 개발사를 비롯한 소규모 게임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밝혀 모바일 및 인디 게임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세계 최악의 부진을 넘어 북미 최대로 퍼블리셔로 그리고 매년 30억 달러(3조4,911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EA. 비록 몇 년간 이어온 운영 탓에 게이머들에게 무수히 많은 비난을 받는 회사로 오르내리고 있지만, 철저한 프렌차이즈 관리와 전세계 20여 곳이 넘는 자사를 보유한 회사임에도 매년 급변하는 게임 시장의 흐름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모습 등 EA는 게임을 상품화시켜 판매하는 게임사의 원칙을 잊지 않은 몇 안 되는 게임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2015년 중국 시장의 규모가 날로 커져 이제는 세계 유수의 게임사들의 위치를 넘보고 있는 이때. 과연 EA는 앞으로 자신들의 위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