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주역이 한자리에, PS4 죠죠의 기묘한 모험: 아이즈 오브 헤븐
게임명: 죠죠의 기묘한 모험: 아이즈 오브 헤븐
개발사: 사이버커넥트2
유통사: 반다이남코텐터테인먼트코리아
사용기기: 플레이스테이션4(PS4)
필자명: 구석지기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등 원작을 소재로 한 게임들은 매년 꾸준히 출시된다. 원작의 인기를 활용, 빠르게 게임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는 점과 원작의 팬들의 구매 등을 기대해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신규 게임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단점도 많다. 한정된 시간 내 원작을 재현해야 하는 과정은 개발사 입장에서도 곤욕이다. 정해진 세계관과 이야기 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적재산권의 틀 역시 난제 중 하나다. 이런 과정들을 맞추다 보면 십중팔구 현재의 게임과는 거리가 먼 밋밋한 게임이 나온다.
이러다 보니 원작을 소재로 한 게임들은 대부분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는 선택받지 못한다. 위의 단점들로 생긴 뿌리 깊은 고정관념 탓이 크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괜찮은 게임을 놓치는 상황도 더러 생긴다. 이 부분은 오늘 만날 게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만화가 '아라키 히로히코'가 1986년 첫 연재를 시작,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재 중인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JoJo's Bizarre Adventure)는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명제 속에 독특한 캐릭터와 이야기가 결합돼 전 세계 약 9천만 부가 팔린 명작 중 하나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제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죠스타 가문'의 인물들의 모험과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현재는 파트8 '죠죠리온'이 연재 중에 있다. 워낙 방대한 세계와 시간대를 다루고 있고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활약으로 파트마다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매 작품마다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가 펼쳐지기 때문에 시리즈 전체가 각각의 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서사적인 느낌의 파트부터 능력자 배틀과 같은 파트,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시리즈 물이 가진 매력을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파문'이나 '스탠드' 등 시대를 앞서간 독특함도 존재한다. 이 요소는 워낙 시각적으로 특이하고 왠지 그럴싸한 느낌 덕분에 일명 '죠죠러'를 양산 시킨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여기에 엄청난 '명대사'들의 등장 덕분에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패러디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소재로 한 게임은 거의 전무하다. 캡콤의 격투 게임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손에 꼽을 수의 타이틀만 존재하며 그나마도 원작의 느낌을 거의 살리지 못해 팬과 게이머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때 등장한 개발사가 바로 원작 재현으로 손에 꼽히는 개발사 '사이버커넥트2'(CyberConnect2)다. 1996년 설립되고 2001년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한 이 회사는 원작 재현 및 연출력에 강점을 가진 개발사로 유명하다. 대표 게임으로는 '닷핵' 시리즈, 나루티밋 시리즈가 있다.
사이버커넥트2는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게임화 하면서 극찬을 이끌어낸다. 이 게임이 바로 2013년 8월 PS3 플랫폼으로 출시된 '죠죠의 기묘한 모험 올스타 배틀'(All Star Battle)이다. 이 게임은 시리즈를 대표하는 주역들이 모여 자웅을 겨룬다는 콘셉트의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다.
다만 출시 직후 예상치 못한 무한 콤보나 스테미너 충전이 필요했던 트라이얼 모드, 그리고 방대한 세계관을 담지 못하고 일부 파트만 담는 스토리 모드 등으로 인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물론 이 문제는 2013년 11월 말 패치로 거의 대부분 해소가 됐다.
그리고 난 후 이 개발사가 다시 선보인 작품이 오늘 소개할 '죠죠의 기묘한 모험 아이즈 오브 헤븐'이다. 이 게임은 원작의 주역들이 천국으로 간 '디오'를 막기 위해 힘을 합친다는 내용의 오리지널 스토리로 진행되는 신작으로 PS4, PS3로 출시됐다. (국내는 PS4용만 출시된다)
아이즈 오브 헤븐은 전작 개념의 올스타 배틀과 달리 2대2 팀 배틀로 진행된다. 전작의 꿈의 대결을 넘어선 꿈의 협동을 구현, 부자 간의 듀얼 히트 어택이나 과거, 미래의 친구 콤보 등 팬들의 기대감을 가득 채워줄 다양한 협력기가 등장, 기대 이상의 재미를 재현했다.
가장 눈에 띄는 매력은 뛰어난 그래픽과 연출, 방대한 볼륨의 스토리 모드다. 원작을 완벽하게 구현한 연출 부분은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요동친다 히트!”를 비롯한 명대사들이 남발과 듀얼 히트 어택 발동 시 나오는 오리지널 음성을 듣는 재미도 뛰어나다.
특히 연출 부분에서는 100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캐릭터의 특징을 살린 '히트 어택'의 경우는 애니메이션 또는 OVA를 능가할 정도로 세세하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박진감 넘치는 연출신과 압도적인 타격감은 게임의 몰입감을 극대화 시키는 요소다.
위에서 언급한 듀얼 히트 어택은 아이즈 오브 헤븐만의 특징이다. 2명의 캐릭터가 히트 어택 급의 강력한 기술을 조합, 한 명의 캐릭터에게 압도적인 대미지를 선사하는 형태로 사이버커넥트2 개발사의 특징은 압도적 연출의 극대화를 만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2대2 대전 게임으로써의 특징도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간단한 조작 체계는 협력 콤보를 만들어내기 용이한 구조이며 주변 사물이나 스테이지의 특징을 활용해 전투를 펼칠 수도 있다. 쓰러진 적을 일순간에 제거하는 '고고고 피니쉬'나 버프를 주는 발끈 부스트 등도 재미있는 기능이다.
특정 공간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싸우는 형태이다 보니 레버의 커맨드를 입력하는 방식이 아닌 2개의 버튼을 조합해 만들어내는 연계기 방식이다. 게임 속에는 총 3개의 타입이 존재하는데 이 타입에 따라 콤보 리스트가 조금씩 틀리다.
기술 자체는 동일하지만 특정 상황에서 상대방을 띄우거나 적은 히트 수에 상대방을 날리는 형태 등으로 파생된다. 특히 쓰러진 상대방은 특정 시간 동안 강제적으로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협동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 적을 밀어내고 띄워 강력한 공격을 넣는지가 관건이 된다.
또한, 지형에 따라 전략 전술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나이트메어 월드의 경우는 데스13 기믹을 활용, 적에게 스테이지 함정에 빠뜨리면 죽음이 발동돼 체력 게이지가 한 줄이 사라진다. 파트3의 카이로 시내 옥상의 경우는 물탱크로 적을 날려 한 번에 제거할 수도 있다.
파트1 죠스타 가문의 저택의 경우는 그 유명한 자애의 여신상의 창 피니쉬가 있다. 이렇게 지형마다 구성이 틀리고 함정이나 낭떠러지, 그리고 시츄에이션 피니쉬 등이 재현돼 있기 때문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상대방을 유인, 공략하는지가 전투의 승패를 가른다.
원작과 다른 오리지널로 펼쳐지는 이야기 구성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원작자인 아라키 히로히코가 감수한 이 이야기는 파트3 '스타더스트 크루세이더즈' 편을 시작으로 여러 시대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차례대로 펼쳐진다. 원작의 파트와 시간대와는 무관한 전개다.
총 12개의 파트로 나눠 진행되는 스토리 모드는 전작과 달리 연출 부분이 강화됐고 풀 보이스로 진행돼 보는 재미가 한층 깊어졌다. 오리지널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원작과의 연계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전개가 다수 도입돼 원작 특유의 긴장감도 잘 표현됐다.
이 외에도 아이즈 오브 헤븐의 장점은 더 있다. 전작 개념 올스타 배틀보다 13명 늘어난 플레이어블 캐릭터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마니아 중에서도 극소수의 마니아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세세한 재현 등은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만큼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필자 입장에서는 트레이닝 모드가 없다는 점과 스토리랑 상관없이 대전을 즐기는 아케이드 모드가 없다는 점이 제일 컸다. 격투 게임에서 트레이닝 모드와 아케이드 모드의 비중은 꽤나 크다고 본다.
또한 53명의 캐릭터가 등장해서 생기는 밸런스 문제나 록온 카메라 전환 이슈로 인해 벽에 갇혀 자신의 움직임을 볼 수 없는 벽 시점 버그, 일부 맵의 교차에서 생기는 추락 버그 등 덜 다듬어진 문제들도 눈에 띈다. 오프라인 2인 협력 모드 미지원도 아쉬운 부분이다.
총평을 한다면 원작 재현이라는 사명은 달성했으나 격투 게임으로써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정도로 볼 수 있다. 팬 게임이라는 입장으로 보면 아이즈 오브 헤븐은 100점에 가깝다. 그러나 격투 게임이라는 느낌에서 본다면 절반의 성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