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게임' 들여왔다가 공개 망신, 계속되는 저작권 논란

해외에서 개발된 모바일게임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저작권 논란에 휘말려 진퇴양난에 빠지는 사례가 2016년에도 발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작권법에서 자유로운 일부 지역과 저작권법의 잣대가 엄격한 국내 시장의 틈새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2016년 2월 게임드리머가 처음 공개한 카드배틀 모바일게임 '걸크러쉬 for Kakao'도 저작권 논란에 빠졌다. '걸크러쉬 for Kakao'는 미소녀 삽화 카드를 수집하고, 삽화의 주인공인 캐릭터를 육성하는 콘텐츠를 갖췄으며, 국내 버전에서는 한국어 음성이 수록되는 등 게임드리머가 현지화에 심혈을 기울인 게임 중 하나다. 하지만, 공개된 일부 게임 삽화가 저작권법을 어긴 '짝퉁'으로 지목됐다.

'걸크러쉬 for Kakao' 사전등록 이벤트 실시와 함께 게임 내 주요 삽화로 소개된 '조조'부터 일신사 소설의 표지 삽화를 따라 그린 표절작이라는 주장이 비교 이미지와 함께 제기됐고, '유비'의 삽화 역시 한국,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한 저작물들을 짜깁기해 완성됐다는 주장이 표절 피해자로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퍼져나갔다. 게임드리머는 저작권에 대해 주의가 부족했음을 인정하면서 성공적인 출시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지난 2월 24일 출시 연기 공지를 끝으로 감감무소식이다.

게임드리머는 대만, 홍콩, 광저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약 2천만 명의 회원과 동시접속자 수 약 20만 명 등을 자랑하는 플랫폼 '이펀이펀'을 운영 중인 대만 게임업체로, 지난 2015년에도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리듬게임 '댄스업'과 관련해 저작권 논란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댄스업'은 출시 직후부터 한빛소프트에서 서비스 중인 리듬 온라인게임 '오디션'과 흡사한 시스템, 콘텐츠를 갖췄다는 비판을 들었으며, 이후 MMORPG '블레이드앤소울' 의상 디자인을 표절한 의혹, 공모전에서 탈락시킨 의상 디자인을 무단으로 상품화한 혐의 등에 시달렸다.

이처럼 중국 업체가 개발한 게임이 국내에서 문제시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5년 11월에는 중국 업체 플레이800에서 서비스 중인 롤플레잉 모바일게임 'COS대난투'가 '코믹X배틀'이란 이름으로 국내에 출시된다는 홍보 영상이 공개되면서 저작권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COS대난투'에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소드 아트 온라인' 등 일본의 여러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캐릭터와 매우 흡사한 삽화가 다수 수록됐으며, 국내 출시 예고와 함께 공개된 홍보 영상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코믹X배틀'의 국내 운영 측은 공식 카페의 공지를 통해 출시 과정에서 저작권과 관련해 이미 개발사 측에서 해당 조치를 취하여 마무리됐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의 각 저작권자가 관련 계약을 맺은 사실이 없다는 사실을 밝힌 뒤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저작권 위반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결국, 출시 전 사내 테스트에서 발생한 충전 시스템 오류에 따른 출시 연기, 사전등록 이벤트 조기 종료 및 국내 출시 포기 등으로 이어지면서 '코믹X배틀' 국내 출시를 둘러싼 논란이 마무리됐다. 한편, 'COS대난투'는 지난 2016년 1월에도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등 중국 현지에서 계속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5년 6월 중국의 CTO가 개발한 롤플레잉 모바일게임 '도봉전기'의 경우, '영웅본색'이란 이름으로 국내에 들어와 사전등록 이벤트가 실시될 때 '마비노기 영웅전'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삽화를 표절한 이미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지탄을 받았다. 모바일게임뿐만이 아니라 웹게임 부문에서도 '아이온'의 삽화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짙어져 논란을 일으킨 '가덴히어로'를 비롯해 중국 업체가 개발한 게임 중 상당수가 저작권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한, 중, 일 삼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콘텐츠 중 하나인 '삼국지' 관련 게임의 저작권 논란은 가히 '악연'이라고 부를 만하다. 일본 코에이의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삼국지' 시리즈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지목당한 '웹삼국지: 병림성하'나 '전략영웅전', '던전앤파이터'의 표절작으로 악명을 얻은 '명장온라인'처럼 표절 의혹을 낳은 게임들이 국내에도 들어온 사례가 상당수 존재한다.

넥슨 역시 웹게임 '열혈삼국'을 출시하기 직전에야 삽화의 표절 사실을 확인해 이를 수정할 때까지 서비스를 미루는 등 곤혹을 치러야 했다. 이처럼 중국에서 개발된 게임의 저작권 논란과 이를 막기 위한 사전 검증은 국내 업체 전반에 걸친 난제라 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정식으로 지적재산권(IP)을 구입해 게임을 개발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저작권에 나 몰라라 하는 게임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중국에서 게임을 가져와 서비스를 진행하기에 앞서 국내 퍼블리셔들이 더욱 철저히 저작권 침해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