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투자로 돌아선 카카오, 시장 판도 바꿀 수 있을까?
예전의 카카오가 아니다. 하는 일 없이 수수료만 받아간다는 비판을 받던 카카오가 엔진 남궁훈 대표를 게임 사업 총괄로 영입한 이후 적극적인 투자로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4월 22일 파트너스데이를 개최하면서 시작된 카카오 사업 전략 변화의 핵심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에서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것으로의 변화다.
카카오가 게임하기 플랫폼을 처음 내놓을 당시에는 카카오의 폭넓은 사용자층과 메시지 기능 등이 다른 어떤 마케팅 수단보다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찾아오는 게임들을 걸러서 받을 수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 구글 등 카카오톡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플랫폼이 많아졌으며, 게임사들도 충분히 자체 회원DB를 확보하게된 지금은 카카오가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들어갈만큼 매력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즉, 예전처럼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점점 말라죽어갈 수 밖에 없으니, 게임하기 플랫폼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는 괜찮은 게임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야할 상황이 닥친 것이다.
현재 카카오의 정책을 살펴보면 단순히 혜택을 늘려서 회원사를 늘리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캐주얼 게임만 강하다는 예전 이미지를 탈피하고 모든 장르를 탄탄하게 갖추기 위해 치밀하게 작전을 짰다.
먼저, 카카오 플랫폼에 가장 잘 어울리지만 RPG 장르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져 개발사들이 외면하고 있는 캐주얼 게임은 광고 상품인 애드플러스 서비스로 해결했다. RPG만큼 치열한 경쟁이 없는 캐주얼 게임의 특성상 사용자 결제가 많지 않으니 전세계적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모바일 광고를 도입해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카카오의 폭넓은 사용자 층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수수료가 부담돼 포기하고 있던 인디, 중소 게임사들은 애드플러스를 적용하면 월 매출 1억원 이하일 경우 수수료를 인하해줘 카카오에 도전해볼 여지가 생겼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캐주얼 게임의 수를 늘리고, 높은 수수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줄일 수 있는 신의 한수라고 볼 수 있는 해결책이다.
물론 모바일 광고 노출로 인한 수익이 게임사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긴 하다. 하지만, 첫 적용 모델인 엔진의 농장밖은 위험해 for Kakao가 애드플러스 적용 후 가입자가 1만7000명에서 14만명으로 대폭 늘었으며, 출시 후 1주일간 평균 사용자 5만명, 평균 광고 클릭율 15%라는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볼 때, 7월에 정식으로 애드플러스 서비스가 시작되고 대상 게임들이 늘어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광고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카카오가 가진 가장 강력한 IP인 카카오 프렌즈를 적용한 게임들을 늘려 게이머들이 다시 캐주얼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겠다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작년에 출시된 프렌즈팝이 증명했듯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의 힘은 대단히 강력하며,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의 특성상 RPG 보다는 캐주얼 게임에 훨씬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넥스트플로어의 프렌즈런은 출시되자마자 매출 10위권 내에 입성하면서 쿠키런 이후 게이머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런게임 장르를 다시 부활시킬 기세다. 카카오는 올해 내로 카카오 프렌즈를 적용시킨 게임을 2~3종 더 선보일 예정이니, 모두 시장에 안착한다면 카카오의 든든한 지지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게임사들이 카카오를 외면하면서 약점이 된 RPG 장르는 카카오가 직접 콘텐츠 공급자가 되는 방법을 선택했다. 수수료 인하가 바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는 카카오의 입장상 대형 게임사들이 만족할 수 있을만큼 수수료를 인하해줄 수 없으니, 괜찮은 게임을 직접 퍼블리싱해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심사를 봐서 입점을 시켰던 과거에는 플랫폼 홀더의 입장 때문에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카카오 입점의 공정성을 논할 상황도 아니고, 이를 대신해줄 수 있는 자회사 엔진의 등장으로 인해 눈치보지 않고 퍼블리싱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모든 것을 카카오톡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던 예전과 달리 외부 마케팅툴도 활용하고, 남궁훈이 영입한 퍼블리싱 전문가들이 게임에 적극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른 대형 게임사 못지 않게 매력적인 퍼블리셔가 됐다.
실제로 이번에 출시한 원 for Kakao의 경우 게임 브랜드, 마케팅, BM 등 많은 부분을 카카오가 관여했으며, 모비, 겜셔틀 등 사전예약 전문 업체와 모바일 디스플레이 광고 등 외부마케팅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서 사전 예약자수 110만명을 기록했다. 사전 예약자가 많은 것이 게임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카카오의 퍼블리싱 능력은 충분히 증명해줄 수 있는 결과다. 또한, 출시 기념 이벤트로 카카오드라이버 1만원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등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 마케팅도 선보였다. 다른 퍼블리셔들은 따라하기 어려운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이다. 카카오가 다른 대형 퍼블리셔처럼 TV 광고를 도배하면서 적극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미 확보되어 있는 자체 마케팅 인프라를 모두 활용하면서 외부 인프라까지 더한다면 충분히 강력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자금 투자로 가능성 있는 게임사를 발굴하는 것도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예전에는 돈은 게임으로 벌면서 O2O 서비스에만 돈을 쏟아 붓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신생 개발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라인업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초 조성한 성장나눔게임펀드를 통해 코코모와 V8에 자금을 투자했으며, 엔진은 레프트라이트와 룽투코리아에 자금을 투자했다. 예전과 달리 벤처캐피탈들이 모바일 게임 개발사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카카오의 자금 투자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은 변화의 시작 단계인 만큼 카카오의 변화가 당장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나, 프렌즈런의 10위권 내 진입으로 인해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이다. 또한 모두의 마블 재계약을 통해 큰 출혈을 막았으며, 첫 퍼블리싱 게임인 원 for Kakao에 이어 룽투코리아의 검과 마법까지 손에 넣으면서 부족했던 RPG 라인업도 확보됐다. 이후에도 슈퍼악당 대작전, 촉산, 시프트 등이 뒤를 잇는다. 매출 상승은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적어도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의 경쟁력 있는 라인업을 늘린다는 1차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봐도 될 상황이다. 지금은 조금 잠잠하지만 여름 시장을 기점으로 기대작들이 쏟아지기 시작할텐데, 카카오가 그들과의 경쟁에 밀리지 않고 다시 매출 순위를 for Kakao로 도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