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야구만 하면 지겹잖아. 다른 것들을 찾아봐!
[게임동아 김남규 기자] 전세계적으로 보면 축구 게임 시장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피파, 위닝 시리즈, 데이터 축구의 진수 풋볼 매니저 시리즈, 야구 게임 시장을 석권한 MLB 더 쇼, 농구 게임의 지존 NBA2K 시리즈 등이 있고, 국내 시장만 봐도 피파온라인3, 마구마구, 슬러거 등 다양한 스포츠 게임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죠. 스포츠 팬이라는 한정적인 타겟을 노리는 게임인 만큼 보편적인 인기를 얻기는 힘들지만, 아마 게임 시장이 전부 망할 때까지도 스포츠 장르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한번 스포츠 팬은 영원한 스포츠 팬이니까요!
하지만, 굉장히 종류가 다양한 실제 스포츠에 비해 스포츠 게임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스포츠의 인기가 축구, 야구, 농구 등 몇 개 종목으로 집중되면서 이 외의 다른 스포츠를 소재로 한 게임들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과연 축구, 야구, 농구 게임 외에 재미있는 스포츠 게임이 아예 없을까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시대를 풍미했던 스포츠 게임들을 찾아봤습니다. 상당히 오래된 게임들도, 마니아만 아는 희귀한 게임들도 있으니, 이 기회에 추억을 되살려보시죠.
축구, 야구, 농구 외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 게임을 꼽자면 단연 프로레슬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포츠라고 분류되면서 격투, 그리고 화려한 쇼이기도 한 묘한 정체성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장한 육체파 남성들이 선보이는 화끈한 대결은 게임을 주로 즐기는 한창 때의 남성들이 대부분 좋아하는 소재이니까요. 그리고 게임 개발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일본에서 프로레슬링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도 프로레슬링 게임이 많이 등장하는데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로레슬링을 대표하는 게임이라고 하면 대부분 스맥다운 시리즈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일본 개발사 유크스와 지금은 사라진 글로벌 게임기업 THQ가 손을 잡고 선보인 이 시리즈는 2000년에 등장한 첫 작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한 팬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된 시리즈인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2005년까지는 WWE 스맥다운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나왔지만, 2006년에는 THQ 프로레슬링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던 RAW 시리즈를 통합하면서 WWE 스맥다운 VS RAW 시리즈로 변경됐고, 2011년을 마지막으로 THQ가 사라지면서 2K 스포츠가 IP를 인수해 지금은 WWE 2K 시리즈로 제목을 변경해 출시되고 있습니다(개발은 여전히 유크스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사라진 THQ코리아에서 온라인 버전을 준비하다가 사라진 아쉬운 일도 있었네요. 매년 출시될 때마다 조금씩 게임성을 변화시켰기 때문에 팬들마다 약간씩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최고 전성기는 바로 스맥다운5 히어 컴스 페인. 그래픽이야 당연히 최신작인 WWE 2K16이 가장 좋지만, 아직도 아케이드성이 강한 스맥다운5의 호쾌한 플레이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승모근이 돋보이는 브룩 레스너의 파워풀한 표지도 인상적이고요!
비교적 나이가 있으신 분이라면 스맥다운 시리즈도 좋지만 WWF 시절을 더 그리워하실 것 같습니다. 헐크 호건과 얼티밋 워리어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바로 그 시절 말이에요.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 프로레슬링 게임이라면 오락실에서 많은 이들의 동전을 앗아가던 WWF 슈퍼스타를 잊을 수 없습니다. 1989년에 테크노 재팬이 선보인 이 게임은 당시 AFKN을 통해서 방영되던 WWF 방송의 인기에 힘입어 최고 인기를 자랑했습니다. 각 선수들의 필살기를 잘 재현했기 때문에 없는 오락실이 없을 정도였죠. 빅보스맨이 워낙 사기라서 밸런스는 엉망이었지만. 이 게임의 후속작인 WWF 레슬피스트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1991년에 발매된 이 게임은 전작에는 없었던 로얄 럼블 모드를 새롭게 추가됐고, 어스퀘이크, 미스터 퍼펙트 등 몇몇 선수들이 추가돼 전작에 버금가는 많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필자처럼 로열 럼블 선택했다가 시작하자마자 링 밖으로 던져져서 허망하게 돈을 날린 기억을 가지신 분들이 제법 있을 것 같네요.
조금 마니악하긴 하지만 일본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한 게임들도 제법 많습니다. 저는 그쪽은 잘 모르는 관계로 게임들도 해보지는 못했지만,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파이어프로레슬링 시리즈 얘기가 많이 나오더군요. 2D이지만 제법 찰진 손맛이 있고, 선수 에디터 기능도 충실해서 선수 시뮬레이션 용도로 즐기시는 분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굉장히 오래된 시리즈이지만 엑스박스 라이브 용으로 최신작이 나왔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시죠.
프로레슬링과 마찬가지로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스포츠인 권투도 게임으로 많이 등장했습니다. 지금이야 UFC 등 이종격투기에 밀려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예전에는 지상 최강의 사나이를 뽑는 격렬한 스포츠였으니까요. 초창기에 등장했던 권투 게임은 기술력이 부족해서 호쾌함보다는 아기자기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고전 PC 게임을 좀 아시는 분이라면 4D복싱이라는 게임을 기억하실 거에요. 각진 폴리곤 덩어리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이 어린 시절에는 참 박진감 있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참 귀엽네요.
이 보다 본격적인 복싱 게임이라면 제가 지금도 최고의 복싱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코나미의 파이널 라운드 하드펀처가 있습니다. 쿼터뷰 시점에 굉장히 빠른 속도감을 자랑하고, 상단 공격, 복부 공격, 방어 개념까지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는 게임인데요, 1988년에 나온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해봐도 재미있습니다. 캐릭터는 하나이지만 시작할 때 스피드, 파워, 스태미너를 플레이어의 취향대로 조절할 수 있게 했고, 그것이 실제 게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지금 봐도 대단해 보이네요.
만화에 관심이 없다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동명의 만화를 게임으로 만든 하지메의 일보 시리즈도 꽤 완성도가 높은 권투 게임입니다. 일보, 미야타(일랑), 마모루 등 만화에 등장했던 선수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필살기까지 완벽하게 구현돼 많은 인기를 끌었죠. 국내에도 윈디소프트를 통해 2004년에 2편이 정식 발매된 적이 있고, 원작처럼 선수를 키워가는 복서스 로드라는 모드가 호평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이라 원작과 같은 명장면을 연출하려면 상당히 많은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만화는 됐고, 실제 권투와 가장 비슷한 경험을 원한다면 EA의 파이트 나이트 시리즈가 있습니다. 파이트 나이트 시리즈는 최신 게임답게 화려한 그래픽과 실제 선수 라이선스로 복싱 게임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를 받는 게임입니다. 아날로그 스틱을 활용해 실제 주먹을 뻗는 듯한 느낌을 살렸고, 시합 도중에 맞으면 상처가 찢어지는 모습까지 연출해 언뜻 보면 실제 경기 장면과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한 골프와 아이들의 주로 즐기는 게임의 만남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골프 게임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는 장르입니다. 골프의 규칙상 한 명의 플레이어만 조작하고, 한 명의 턴이 끝나야만 다른 선수에게 순서가 돌아가기 때문에 게임 개발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과거에도 꽤 완성도 높은 게임들을 선보일 수 있었나 봅니다. 국내에서도 팡야, 샷온라인, 당신은 골프왕, 온그린, 위닝펏 등 다양한 게임들이 등장해 꾸준한 인기를 자랑했지요.
현재까지 출시된 골프 게임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라면 당연히 EA가 출시한 타이거 우즈 PGA 투어 시리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성추문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 슬램 기록을 달성한 천재 골퍼 타이거 우즈와 스포츠 게임의 명가 EA의 만남은 마음은 골프장에 가 있지만 몸은 집 컴퓨터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실제 골프장에 가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기 충분합니다. 마니아 게임이다보니 국내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들지만 타이거 우즈 PGA 투어 14까지 출시됐더군요. 이 다음 버전은 타이거 우즈가 하차하고 로리 맥길로이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변경됐습니다.
과거로 눈을 돌리면 엑세스사의 링크스 시리즈와 어콜레이드의 잭 니콜라우스 시리즈가 있습니다. 링크스 시리즈는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의 해안 골프장을 지칭하는 용어에서 따온 제목으로, 굉장히 사실적인 현존하는 모든 골프 게임의 교과서 역할을 한 게임입니다. 링크스 386 프로는 지난 1993년에 동서게임채널을 통해 국내 발매됐는데,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패키지와 비싼 가격을 자랑했다고 하더군요. 어콜레이드사가 출시한 잭 니클라우스 시리즈는 타이거 우즈 이전에 최고의 골퍼로 꼽혔던 잭 니클라우스 선수의 이름을 딴 골프 게임입니다. 당시 최강자의 이름을 단 게임답게 사실적인 게임 플레이와 세밀한 골프 코스 디자인 툴로 유명했습니다.
좀 더 가벼운 골프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국내 온라인 게임도 좋지만 일본 소니에서 개발한 모두의 골프 시리즈가 있습니다. 제목 답게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누구나 쉽게 골프 규칙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든 게임 플레이가 인상적인 게임이지요. 골프를 잘 모르지만 골프 게임을 즐겨보고 싶다면 모두의 골프 시리즈가 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때 겨울이면 농구와 더불어 최강의 인기를 자랑했던 배구는 게임으로 만들기 참 어려운 장르입니다. 넓은 코드를 무대로 6명의 선수를 동시에 조작해야 하고, 공격과 수비가 순식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한 명의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비디오 시스템사가 1989년에 선보인 슈퍼 발리볼이라는 게임은 경기장을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선수들의 전후 움직임만을 컨트롤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배구를 게임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국내에서는 1991년에 발매된 후속작인 슈퍼 발리볼91이 파워 스파이크라는 이름으로 출시돼 이 제목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네요.
게임 플레이는 지금 봐도 참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실제 배구 중계 화면과 달리 측면에서만 바라보도록 되어 있지만, 스파이크 서브, 퀵어택, 백어택, 블로킹 등 실제 배구 기술들을 완벽하게 재현했으니까요. 특히 매 스테이지마다 배구 경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듀스 상황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항상 플레이어의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묘미가 있었습니다.
정식 배구를 소재로 한 게임은 파워 스파이크 시리즈 외에 유명한 것을 찾기 힘들지만 배구의 자매품이라고 할 수 있는 비치 발리볼은 게임이 꽤 많습니다. 배구와 달리 2명만 등장하기 때문에 조작이 쉽다는 장점 덕분인 것 같네요.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코에이테크모사의 DOAX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입니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매력적인 처자들이 해변에서 배구를 즐기는 장면을 즐기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일이니까요. 다만, 제목과 달리 도박이랑 수영복 수집의 비중이 더 커서 비치 발리볼 게임이라고 봐야 하는지는 약간 의문이긴 합니다. 비치 발리볼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EA가 출시한 킹오브비치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해변의 배구라는 제목이 더 유명할거에요. 무려 1988년도 게임이라 유치할 것 같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는 꽤 훌륭합니다. 게다가 심판 판정이 마음에 안 들면 항의하는 요소까지 꽤 충실하게 재현했기 때문에 그 당시 접대 게임으로 인기가 있었죠.
배구와 마찬가지로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격을 주고받는 테니스는 등장 선수가 적기 때문인지 배구보다는 많이 게임화 됐습니다. 국내 개발사들도 온라인, 혹은 모바일로 자주 선보였으니 대부분 한 번쯤은 플레이해본 경험이 있을 것 같습니다. 테니스 게임의 최고봉을 꼽자면 당연히 두 개의 게임 제목이 나옵니다. 세가의 버추어 테니스(파워 스매쉬) 시리즈와 원래 마이크로소프트가 유통했지만 지금은 2K 스포츠로 넘어간 탑스핀 시리즈. 이 둘은 테니스계의 피파와 위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라이벌 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버추어 테니스 혹은 파워스매쉬 시리즈로 불리는 이 게임 시리즈는 세가의 최고 전성기 시절에 등장한 게임으로 테니스의 박진감을 잘 살려 오락실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물론 줄을 서서 즐길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항상 오락실 구석에서 아저씨들이 돈을 쌓아놓고 즐기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지금도 콘솔로 무대를 옮겨서 꾸준히 발매되고 있고, 아케이드 성격이 강한 테니스 게임의 대표작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 성향을 가진 탑스핀은 마이크로스프트의 첫 게임기인 XBOX와 함께 등장해 단숨에 최고의 테니스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실제 테니스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플레이와 실제 정상급 테니스 선수들을 등장시켜 테니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버추어 테니스가 약간 과장된 호쾌함이었다면, 탑스핀은 사실적인 시뮬레이션 같은 느낌으로 유명합니다. 이 외에도 소니의 모두의 테니스, 닌텐도의 마리오 테니스 같은 게임들도 있긴 하지만, 캐주얼성이 강한 게임들이다보니 위에서 언급한 두 게임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던 것 같네요.
테니스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탁구는 게임이 별로 없습니다. 최초의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는 핑퐁이 탁구 게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의외의 결과입니다. 이전에 액토즈소프트(현 아이덴티티모바일)이 선보인 엑스핀이라는 온라인 게임이 있었지만 서비스를 종료했고, 모바일로는 이엔피게임즈가 선보인 역전 맞짱 탁구라는 게임이 있긴 합니다. 콘솔로는 락스타게임즈가 선보인 테이블 테니스라는 게임이 유명합니다.
정식 스포츠라기 보다는 동네 아이들을 위한 놀이 성격이 강한 피구는 의외로 게임 쪽에서 꽤 인기 장르입니다. 사실 한 작품 때문에 인기 장르가 됐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네요. 1992년에 SBS에서 방영돼 아이들 사이에서 피구 열풍을 불게 한 피구왕 통키 기억하시죠? 당시 아이들이 들고 다니던 공에 불꽃 마크가 붙어있는 것이 참 흔한 광경이었습니다. 얼마나 인기가 있었으면 "피구왕 통키 아버지가 죽은 이유는? 금 밟아서"라는 아재 개그가 요즘도 통할까요. 아무리 봐도 도저히 초등학생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아이들을 초등학생이라고 우기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썬소프트가 개발한 동명의 게임은 원작의 필살기들을 충실히 재현해서 오락실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피구왕 통키에 비하면 인지도가 부족하지만 사실 원조는 테크노스 재팬의 열혈고교 피구부입니다. 다양한 스포츠 장르를 선보인 열혈고교 시리즈의 피구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피구왕 통키 이전에 피구 게임의 기본을 완성시킨 게임입니다. 이 외에도 국내에 남자훈련소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만화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더 돗지볼이라는 게임도 있다는데, 저는 플레이해보지 못했습니다.
겨울 스포츠 쪽으로 눈을 돌리면 올림픽 게임은 제법 있지만, 단일 종목만으로 인기를 끌었던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인지도 높은 것이 있다면 스노우보드 게임 정도. 나머지 종목은 국내 정식으로 소개된 경우가 드물어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역시 기억이 잘 안나네요. 스노우보드 게임의 최고봉은 스포츠 게임 시장을 꽉 잡고 있는 EA의 SSX 시리즈가 유명합니다. 높은 산 위에서 내려오면서 실제로 하면 죽을 것 같은 동작들을 연속으로 하면 고득점을 얻을 수 있었던 게임입니다. 국내에서는 2편인 SSX 트리키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고, 특히 실제 스노우보드 마니아들은 겨울 시즌이 오기 전까지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아쉬움을 달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EA가 1990년에도 이것과 비슷한 게임을 출시했다는 것입니다. 스키 오어 다이. 국내에는 죽음의 스키로 알려진 게임입니다(자매품으로 해변의 배구와 스케이트 오어 다이라는 게임도 있죠). 도스 게임이다보니 지금보면 못 봐줄 그래픽이긴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당시에도 이런 게임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정식 스포츠는 아니지만 게임의 상상력이 가미된 스포츠 게임도 있습니다. 1993년에 데이터 이스트사가 선보인 헤비 스매쉬는 공을 잡고 달리다가 패스를 해서 상대편 골대에 슛을 하는 방식의 미래형 스포츠 게임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핸드볼과 유사해 보이지만 조금 다릅니다. 슛을 날리면 용이 날아가는 등 굉장히 화려한 연출이 가미되어 있고, 격투가 허용되기 때문에 굉장히 살벌하게 쟁탈전이 펼쳐집니다. 특이하게 한국팀이 존재했기 때문에 한국팀을 선택해서 플레이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말만 한국팀이지 복색이 일본 사무라이여서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 있네요.
1993년에 남코(현 반다이남코)가 발매한 뉴먼 어슬레틱이라는 게임도 꽤 주목을 받았던 게임입니다. 경기 내용을 보면 미사일 던지기, 달려오는 열차를 멈춰서 다시 튕겨내기,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삼단 뛰기 등 말이 안 되는 설정이지만 버튼만 연타하면 되는 간단한 게임성과 독특한 게임 내용 때문에 관심을 끌었습니다. 1994년에 출시된 2편은 마하 브레이커즈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는데, 둘 다 어려운 이름이라 그런지 게임 제목을 제대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별로 없더군요.
코나미가 1999년에 첫 작품을 내놓은 머슬 랭킹 시리즈는 아시는 분이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출발 드림팀은 본 적 있으시죠? 조성모, 이상인 등이 활약했던 그 예능 프로그램 말이에요. 머슬 랭킹은 출발 드림팀과 유사한 성격의 일본 예능 프로그램 스포츠맨 넘버원 결정전이라는 프로그램을 게임화 한 것입니다. 당시 표절 논란이 조금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머슬 랭킹 시리즈는 상당히 기상천외한 장애물들을 피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그대로 게임화했기 때문에 접대용으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조작도 상당히 독특한 방식이었기 때문에 이 게임 때문에 게임패드를 박살낸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고 하네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유튜브 스타 퓨디파이가 소개해 화제가 된 재패니즈 월드컵이라는 게임도 있습니다. 종목은 경마인데 원래 게임 제목보다 병맛 경마 게임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합니다. 처음에는 정상적인 경마 게임인 척하다가 게임이 시작되면 말이 서서 달리고, 목이 늘어나는 등 황당한 장면이 계속 연출되는 것으로 유명하죠. 유튜브 검색에서한번 보시면 배꼽을 잡고 웃게 됩니다.
이 외에도 축구, 야구, 농구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을 소재로 한 스포츠 게임은 많습니다. 주제가 너무 방대해지는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룬 올림픽 게임이나 미국 지역 한정 스포츠라 제외한 미식 축구 등 여기서 다루지 못한 종목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여기서 다루지 못한 게임들은 다음 기회가 있겠죠. 이 기회에 추억의 스포츠 게임들을 다시 한번 꺼내 보는 게 어떨까요? 게임 불감증이 한번에 치료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