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는 그녀들이 아름답다!" 스포츠 게임 속 여성 종목들은?
[게임동아 조영준 기자] 전국을 들썩이게 하며 잠 못 드는 밤을 선사했던 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그 화려한 막을 내린지도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치안 문제와 부실한 경기장 등 온갖 우려 속에 진행된 올림픽이었지만, 각 분야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는 여전히 전 세계인들을 올림픽에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죠.
한국 선수들의 선전도 돋보였습니다. 이제는 세계에서 적수가 없는 양궁과 태권도 그리고 극적인 드라마를 쓴 펜싱과 사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에서 선수들이 활약하며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 등 총 21개 메달을 따내며 한여름 밤을 즐겁게 해줬습니다.
수많은 선수들이 활약을 펼친 이번 리우 올림픽 경기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종목은 바로 여자 배구였습니다. 여자 배구계의 메시+호날두라고 평가받는 ‘우리 언니’ 김연경 선수가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팀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멋진 경기를 펼쳐 많은 박수를 받았는데요, 예선전에서 일본 팀을 상대로 김연경 선수가 호쾌한 스파이크를 메다꽂는 모습은 정말 더운 여름 더위를 싹 잊게 만들 정도였죠.
이처럼 스포츠에는 인기 스타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여자 종목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인기 스포츠=게임 출시’라는 공식 아닌 공식을 지니고 있는 게임 업계 역시 이러한 여성 종목을 오래전부터 게임으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스포츠 게임 중 여성 종목이 등장하는 게임은 어떤 게임이 있을까요?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는 바로 일본의 비디오 시스템이 1991년 발매한 배구 게임 ‘파워 스파이크’ 입니다. 이 ‘파워 스파이크’는 1988년 발매한 ‘슈퍼 발리볼’의 후속작인데요,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소련(!) 등 당시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국가 대항전을 벌이는 내용의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운데, 평면으로 구성된 2D 화면에서 공을 받는 리시브, 공을 올려주는 서브, 상대 코트에 공을 때려 넣는 스파이크까지 배구의 핵심 포인트를 모두 구현한 게임이었죠. 실제로 지금 해봐도 상당히 재미가 있어서 많은 게임 BJ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기도 했습니다.
이 ‘파워 스파이크’에는 여성팀도 구현되어 있는데요, 복장이나 머리 길이만 조금 달라졌을 뿐 플레이 방식이나 선수들의 기량이 남자팀과 정말 똑같습니다. 어찌 보면 남녀 평등을 구현한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ㅎㅎ.
재미있는 것은 이 ‘파워 스파이크’는 각 국가별로 현지화되어 출시됐다는 것인데,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발매되었고, 일본 선수들의 이름이 한국 선수들로 바뀌어 등장했죠.
남자팀의 경우 1987년 배구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 우승을 이끈 마낙길 선수와 한정석, 장윤창 등의 선수들이 출전했고, 여자대표로는 김경희, 강주희 등 국내 여자 배구의 전설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그때 그 시절을 풍미했던 레전드 선수들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셈이죠.(물론 그래 봤자 소련이 최종 보스이기는 하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테니스 역시 여성 종목이 일찌감치 게임 속에 구현된 스포츠 중 하나죠. 특히, 테니스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여자 스포츠를 대표할 정도의 인지도와 실력을 갖춘 인물들이 많은데요, 특유의 괴성으로 유명한 마리아 샤라포바, 현재까지 세계 여자 테니스 계를 호령하고 있는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가 그 대표적인 선수들이죠.
이렇듯 유난히 여자 선수들의 비중이 크다 테니스 게임에는 초창기부터 여자 선수들이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1999년 세가에서 발매한 테니스 게임의 대표 시리즈 ‘버추어 테니스’(일본명 파워 스매시)에서는 2편부터 세레나 윌리엄스, 린제이 데이븐포트 등의 여자 선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2000년대 마리아 샤라포바와 윌리엄스 자매가 라이벌 구도를 이루던 때에는 이들 여자 선수들이 메인 이미지를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하기도 했죠. 실제로 이들 선수들은 기술은 샤라포바가, 파워나 스매싱은 세레나 윌리엄스가 앞서는 등 서로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 아기자기한 플레이가 일품인 ‘버추어 테니스’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축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응? 축구 게임에 여자가 나와?"하실 수도 있는데요. 여자 축구는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종목 중 하나인데요. 지난 2015년 9월 발매된 피파시리즈의 16번째 작품 피파16에 드디어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추가됐습니다.
여자 월드컵인 만큼 출전하는 국가도 화려한데요 미국, 잉글랜드, 스웨덴, 프랑스 브라질, 캐나다 등 총 12개 국가의 선수들이 총출동합니다. 여기에 EA 캐나다에서 직접 캐나다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을 초청해 모션 캡처를 진행하는 등 사실적인 움직임을 더했죠.
국내에서는 여자 축구의 인기가 부족하다 보니 생각보다 관심이 없지만, 실제 여자 축구를 보면 "이게 진짜 여자들이 하는 경기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칠고, 화려한 기술이 다수 등장하고는 하죠.
재미있는 것은 피파16에 구현된 여자 축구 플레인데요, 능력치가 여성이다 보니 조금 답답할 수는 있지만, 피파 시리즈의 재미는 그대로 담겨 있어서 세트 플레이, 개인기, 패스까지 그냥 피파 리그를 즐기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피파16의 여자 축구 대표팀 중 한국은 빠져 있다는 것인데요, 중국, 일본이 여자 축구 국가 중 상위권에 있는지라 제외되었다고 합니다. 다만 2015년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16강을 기록하는 등 좋은 기량을 보인 만큼 다음 시리즈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남자의 전유물로 알려진 이종격투기에도 서서히 여자 리그가 활성화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세계 이종격투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UFC의 데이나 화이트는 "절대 여성부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공공연하게 밝혔지만 이내 여성 파이터를 위한 리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UFC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여성 파이터가 바로 린다 로우지였죠. UFC 초대 여자 챔피언이기도 한 론다 로우지는 유도로 다져진 그라운드 기술과 화끈한 타격 그리고 주먹 못지않게 매서운(?) 입담으로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습니다.
이 론다 로우지가 메인 모델로 등장한 게임이 바로 2016년 3월 발매된 ‘EA스포츠 UFC2’(이하 UFC2)였습니다. 이 UFC2에는 린다 로우지와 함께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코너 맥그리거가 함께 모델로 발탁이 됐는데요. 문제는 이 두 선수 모두 게임 발매와 엇비슷하게 패배를 했다는 것…
코너 맥그리거는 2016년 3월 5일 엄청난 설전을 펼치며 링에 오른 네이트 디아즈와 경기에서 ‘2라운드 백초크’ 패를 하며 연승 기록이 끊겼고, 론다 로우지는 "한 방에 부셔 버리겠다"고 한 홀리 홈과 7차 방어전에서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고 패배하며 챔피언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죠. 그것도 게임 출시 전에 말입니다.(EA 표지모델의 저주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ㄷㄷ)
이처럼 게임에는 뛰어난 여자 선수들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간격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시대인 지금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앞으로 더욱 많은 여자 스포츠 스타들을 게임 속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스포츠 홀릭은 여기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다음 스포츠 홀릭을 기대해 주세요~
PS. "왜 그 게임은 안나와?"라고 생각하시는 독자들도 있으실 듯하지만 스포츠를 메인 콘텐츠로 다룬 게임이 아닌 작품은 제외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DOAX라던가, DOAX라던가, DOAX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