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깊은 바다 속에서 느끼는 힐링 여행.. '압주'(ABZU)
게임명: 압주 (ABZU)
개발사: 자이언트 스쿼드
유통사: 소니인터랙티트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 505게임즈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4(PS4), PC, Xbox ONE
현지화: 영문
필자명: 구석지기
게임 '저니'는 필자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대사가 없는 그 게임은 한 명의 방랑자가 무언가의 진실을 찾기 위해 고난을 거쳐 미지의 그곳에 간다는 여정을 아름다운 그래픽과 담담하면서도 편안한 음악으로 안내하며 필자에게 큰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대사 하나 없는 무속 영화나 자신의 신념을 믿고 전진하는 돈키호테처럼 저니는 게이머가 느끼고 싶고 알고 싶던 나만의 결말을 주는 그런 게임이었다. 그래서 PS3 버전과 PS4 버전 모두를 끝까지 즐긴 후에도 주변 지인들에게 그 게임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런 느낌이 드는 게임을 최근 만날 수 있었다. 자이언트 스쿼드에서 개발한 '압주'(ABZU)다. 이 게임은 저니의 그래픽 팀과 음향 팀이 참가해서 제작된 어드벤처 스타일의 인디 게임이다. 현재는 PS4와 PC, 그리고 Xbox ONE 등 3개의 플랫폼으로 모두 출시돼 있다.
게임은 저니와 흡사하다. 다만 주된 배경은 바다, 해양 속 탐험으로 잡았으며, 여정이라는 주제 속 방랑자가 원하는 결말을 향해 가던 저니와 달리 바다 속에서 오염된 물질이나 생태계 파괴 요소로 인해 갇혀버린 바다 생물을 구하는 내용으로 전개 된다.
어느 정도 목적이 명확하고 1회차 이후에는 더 많은 요소들이 개방돼 더 큰 모험을 할 수 있다. 시간 제한이나 산소 제한 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물 밖으로 나올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게이머는 제한 없이 자유롭게 바다 속을 탐험하고 그곳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이 게임의 그래픽은 그야말로 아름답다. 눈이 정화된다는 그런 느낌이 들 정도다. 시작 시에 만나는 푸른 하늘과 구름, 그리고 잠수와 함께 아름답게 펼쳐지는 바다 속 진풍경은 그 어떤 게임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다.
특히 심해, 바다 속 깊은 곳,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수 많은 해저 공간 등은 게임의 목적을 잃어 버리게 만들 정도다. 필자도 게임을 시작 한 지 30분 이상 여러 곳을 반복적으로 다니며 바다 속 구석구석을 바라봤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그냥 단순히 해양 속 탐험만 제공하는 건 아니다. 목적에 맞춰 바다 속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그 동안 만날 수 없던 신비로운 바다 생물들을 방생해야 한다. 진행에 따라 수십 종의 독특한 어종을 만날 수 있고, 그 중에서 거대한 존재(스포일러)도 있다.
게이머가 조작하는 이 주인공은 바다 속에서 다양한 액션을 취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직접적으로 사물을 움직이거나 특정 물체를 드는 일 등을 하지만 '돌고래'처럼 음파를 보내 사물을 파악, 획득하거나 특정 공간, 문 등을 움직이게 만든다.
이 음파 기능으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 바로 미니 '탐사정'이다. 게임 내에는 동작을 멈춘 채 바다 속에 방치돼 있는 탐사정이 여럿 존재하며 이를 이용해 평소에는 갈 수 없는 공간이나 거대 오염 지역 등에 방문해 오염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이렇게 전개되는 동안 몰입도를 높여주는 건 '사운드'다. 게임 내 배경 음악과 간간히 물리는 효과음은 분위기와 상황 등을 잘 표현해주며 평화로운 수중 탐험을 더욱 만족스럽게 해준다. 실제 저니에서 음향을 담당한 팀의 지원으로 인해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매우 풍성하고 뛰어나다.
하지만 이런 걸 넘어 가장 만족스러운 건 조작에 있다. 바다 속 모험을 다채롭게 해주는 조작 부분은 어드벤처 느낌이 강했던 저니보다 훨씬 편하고 사용하기 좋게 돼 있다. 어떤 공간이든 자유롭게 카메라를 옮길 수 있고 자유롭게 유영하듯 물 속에서 헤엄치는 것도 가능하다.
조작이 처음에는 화면과 이동 자체가 분리된 느낌처럼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2~3분 정도 움직여보면 개발사가 바다 속에서 만끽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극대화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특히, 많은 바다 생물들이 가득한 멋진 공간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다. 그만큼 게임은 물 속에 있을 때 공간감, 느낌, 그리고 실제 바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풍경들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게이머에게 전달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저니보다 좀 더 명확한 전개와 선악의 구분을 주는 이야기 구성에 만족감을 느꼈다. 다양한 조작 체계 역시 기대보다 뛰어났으며, 다채로운 비밀 요소들은 구석구석을 탐험하게 만들어줬다. 이런 게임을 이제 만나나 싶을 정도로 멋진 게임이었다.
하지만 저니처럼 1회차 이후에는 게임의 재미가 많이 반감돼 버리며 3~4시간 정도의 짧은 분량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바다 속에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부족하고 엔딩 이후에도 명확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벽화나 특정 요소를 놓치면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 느낌도 든다.
그러나 압주는 꼭 결말을 놓고 즐길 필요가 있는 게임은 아니다. 그냥 바다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에 맞춰 모험을 즐겨도 되고 피로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무료한 시간을 써도 좋다. 거창한 목적이 아닌 소소한 경험만을 위해서라도 한 번쯤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