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리즈 역대 최고의 레이싱 종합 선물 세트 '더트4'
게임명: 더트4(Dirt 4)
개발사: 코드마스터즈
유통사: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코리아(BNEK)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4(PS4)
현지화: 영문
필자명: 구석지기
당시 시대를 풍미하던 '콜린 맥레이'는 잠시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와 2005~2006년 시즌 반짝 활약한 후 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87년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에 데뷔하며 랠리 우승만 25회를 기록하고 146회의 랠리 참가라는 기록을 세운 그는 그렇게 전설로 남게 됐다.
사실 필자는 당시 차량, 특히 랠리라는 장르 자체에 대해서도 무지했고 2000년대 초반에서야 WRC가 어떤 스포츠이며, 관련된 게임들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일반적인 트랙 레이싱은 많이 볼 수 있었지만 랠리는 '세가'의 이름으로 나온 게임 정도만 알고 있었다.
랠리 레이싱 게임들은 당시 '트랙' 기반 레이싱과는 확실히 다른 재미를 주고 있었다. 거친 환경의 코스와 미끄러지듯 돌아가는 드래프트 기술은 필자에겐 신선하면서도 요란해 보였다. 그때 만난 게임이 '콜린 맥레이 랠리'다. 이렇게 코드마스터즈와 인연도 시작됐다.
코드마스터즈는 콜린 맥레이 랠리 시리즈와 레이싱 게임 '그리드' 시리즈, 그리고 오늘 리뷰로 다룰 '더트' 시리즈로 잘 알려진 개발사다. 최근에는 F1 정식 게임 개발 등을 진행, 출시하면서 국내 레이싱 마니아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내기도 했다.
이 개발사의 특징은 철저하게 '현실적'인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콜린 맥레이 랠리 시리즈도 그런 부분에선 꽤나 어렵고 골치 아픈 게임이었다. 하지만 사실적인 걸 추구하는 레이싱 마니아들에겐 이만한 게임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이런 재미 때문에 코드마스터즈의 게임들을 즐기곤 하지만 가끔은 그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사실감'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다. 멀리도 아니고 작년에 나온 '더트 랠리'만 봐도 그렇다. 오죽하면 별명이 레이싱 게임의 '다크 소울'일까.
이 게임은 기존 자신들이 출시해오던 더트 시리즈보다 '더' 높은 사실감을 추구했다. 시간을 되돌려주는 플래시백 기능도 제거했고 지형, 사물, 환경 등에 따라 조작의 변동폭이 커져서 조작이 조금만 잘못 되도 차가 '휙!' 돌아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가뜩이나 미니 맵도 없는 이 시리즈는 코드드라이버의 코스 정보 음성과 간단한 마크 정도로 의존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조작의 신세계까지 겹치니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였다. 그때 처음으로 레이싱 마니아들이 왜 핸들을 그렇게 사고 싶어하는지도 덤으로 알게 됐다.
그래서 이번에 출시된 신작 게임 '더트4'는 구매 여부가 많이 망설여졌다. 가뜩이나 코드마스터즈 개발사가 궁극의 사실감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전작보다 얼마나 더 사실감이 더해졌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인연을 쉽게 버릴 수 없어 타이틀을 다시 집어 들게 됐다.
다소 서론이 길었지만 더트4는 궁극의 사실감을 추구하는 코드마스터즈의 신작 랠리 레이싱 게임이다. 정식 넘버링 시리즈로 치면 전작에서 약 6년 만에 나온 신작이기도 하다. 뛰어난 그래픽은 물론 더욱 좋아진 물리엔진과 각종 효과, 환상적인 환경 변화 효과 등이 장착됐다.
아마 그래픽만 보면 현존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외관과 환경, 그리고 각종 효과들은 실제 랠리 레이싱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랠리 게임의 백미인 '웨더링'과 차량 파손도 기존 시리즈보다 더욱 강화돼 즐기는 재미가 더욱 강화됐다.
특히 차량의 외관과 내관의 모습은 시리즈 최고 수준이다. 아름답게 디자인된 차량들의 모습은 실제 차량과 완벽하게 일치하며, 내관 내에 있는 세밀한 공간 표현도 부족함 없이 채워놨다. 덩달아 옆에 앉아 있는 코드드라이버도 꽤 신경 쓴 느낌을 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그래픽도 제대로 즐길 줄 알아야 제 맛 아닐까. 덜컥 난이도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더트4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마 더트4를 만나지 않았다면 코드마스터즈 개발자들은 전부 로봇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더트4의 게임성은 철저하게 '펀'(FUN)에 맞춰져 있다. 단순히 랠리 코스를 완벽하게 마스터하는 경험을 넘어 누구나 모터 스포츠가 주는 재미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경험하게 해놨기 때문이다. 설치가 끝난 후 이 게임이 더트 시리즈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우선 조작 부분은 정말 세밀하게 구성돼 있다. 큰 골자로 아케이드성 조작과 시뮬레이션 조작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직접 조작해 보며 차이점을 경험해볼 수 있고 해당 선택 이후에도 코스 시작 전 조작 난이도를 20가지 이상 항목을 수정해 자신만의 난이도로 만들어 즐길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아케이드 조작 자체를 매우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해뒀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조작을 바꿀 수 있고 이에 대한 패널티나 부수적인 번거로움도 없다. 그래서 난이도 때문에 시리즈를 기피해온 게이머들도 충분히 랠리 레이싱의 재미를 경험하게 해준다.
재미를 강조한 게임 요소는 또 있다. 바로 '더트 아카데미'와 '조이라이드'다. 그 동안 랠리 게임들, 특히 더트 시리즈는 철저하게 깨지면서 배우는 과정을 요구했다. 대 부분의 레이싱 게임이 초반 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하게 해주는 것과 달리 이 시리즈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더트4는 이런 과정은 좀 더 쉽고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모드를 준비했다. 더트 아카데미는 남들이 잘 안 알려주는 랠리의 각종 기술들을 실제 조작 방식까지 확인하며 배울 수 있는 모드다. 꽤나 쉽고 친절하며, 매우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 점이 특징.
특히 그 동안 어렵게 느껴졌던 드래프트를 비롯해 시간 단축을 위한 아웃-인 코스 진입 방법, 효과적인 핸드 브레이크와 일반 브레이크의 조합법 등 실제로 시리즈를 하면서 게시판이나 타 게이머에게 물어봤던 여러 의문점 및 스킬 요소들을 손쉽게 배울 수 있게 해준다.
새로운 요소 조이라이드도 매력적이다.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가진 특유의 딱딱함을 벗어나 레이싱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미니 게임들을 모아 기록을 내고 타 게이머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모드도 은근 너무 재미있어서 본 게임보다 더 많이 하게 될 정도다.
조이라이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차량을 활용해 코스마다 정해진 목적을 달성하는 미니 게임 모드다. 코스 내에 스폰지처럼 보이는 물체를 모두 제한된 시간 내 충돌을 통해 파괴하거나 보너스 아이템을 먹으며 최소 시간 내 트랙을 도는 그런 방식들이다.
워낙 다양한 모드가 준비 돼 있고 예상을 뛰어넘는 개그 수준의 요소도 있어서 더 설명드리는 것보다 직접 해보길 추천한다. 결과에 따라 골드, 실버, 브론즈 메달을 받을 수 있고 랭킹 결과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을 추구하는 게이머라면 재미있게 빠져들 수 있다.
차량의 등장 개수나 라이선스 등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초회판 구매자에겐 최근 다시 모터 스포츠 시장에 진입해 활동하고 있는 국내 브랜드의 차량을 초반부터 받아서 사용할 수 있고 게임 플레이로 얻은 보상으로 더 많은 브랜드와 차량을 언락 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랠리 코스 수도 방대하고 선택 가능한 차량부터 커스텀 기능 등도 탄탄하게 구성돼 있어 기존 시리즈 팬들 역시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전작 더트 랠리가 추구하는 궁극의 사실감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숨을 돌릴 수 있게 해준 그런 느낌이 든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더트4는 상반기 레이싱 게임 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 누구나 진입할 수 있고 개성 넘치는 다양한 부가 요소로 기대 이상의 만족감도 느끼게 해준다. 새로운 방식의 게임 모드는 경쟁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정말 충실하고 멋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