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안리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열기와 설레는 3050 세대
전화가 빗발쳤다. 광안리에 설치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사를 정리하고 있는데, 과거부터 함께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관람하던 친구들이 연이어 전화를 해댔다.
2003년부터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따라다니며 e스포츠를 취재하던 필자에게는 e스포츠를 즐기는 열성적인 친구들이 몇 있었다. 기자인 필자를 따라 MBC 게임이며 온게임넷(현 OGN)이며 WCG 등을 따라다니며 함께 스포츠로써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던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전화로 물었다. 광안리 현장 분위기가 어떠냐고. 필자는 대답했다. "그때 그 열기가 아득하게 느껴진다."고.
아득하다는 표현. 그만큼 적당한 표현은 없는 것 같다. 사실 '스타크래프트'의 맛을 이미 느껴버린 탓인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나 '오버워치' 리그 등은 한 번씩 보긴 했지만 매번 시간을 내서 챙겨보기엔 성이 차지 않았다.
하물며 최근 e스포츠를 표방하는 모바일 게임들, '서머너즈워'나 '펜타스톰', '베인글로리' 등도 도저히 관심이 가지 않았다. 스스로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린 것인가..라는 씁쓸한 생각도 하던 즈음이었다.
그런 가운데 7월30일 광안리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이하 리마스터) 시범 경기는 오랜만에 지난 15년여 e스포츠 시절을 떠올리도록 해주었다.
임요환과 홍진호, 이윤열과 박정석, 이제동이나 이영호 선수가 출전해 경기하는 그 모습은 그 자체로도 추억이었고 역사의 산증인들이 남기는 e스포츠의 증거 같아 보였다.
최전성기 현역시절처럼 너무 날카로워서 손 끝에 닿기만 해도 핏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예리함은 없어졌다고 해도, 졌을때 심장에 핏물이 스며들 것 같은 좌절감 등은 없어졌다고 해도. 지난 15년이 주마등처럼 한꺼번에 스쳐지나가 모처럼 설레기까지 했던 것이다.
현재의 모바일 게임 시장이 '리니지'의 추억으로 물드는 것이 결코 이상 현상이 아니라고 분석되는 것처럼, 젊은 시절을 e스포츠의 후끈거리는 열기에 심취해있던 세대라면 3050 세대가 된 지금에도 기꺼이 여가시간을 '리마스터' 경기에 할애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인터넷 포털 검색 1위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인 것도, 이영호와 이제동 등의 유명 선수들이 검색 상위권을 도배한 것도 이같은 심증을 굳혀주게 한다.
'리마스터'가 e스포츠로써 어느정도의 위용은 갖출 것임에 틀림없어 보이고, 다만 여기에 유일한 변수라면 현재의 1020 세대들이 '리마스터'의 경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다.
'리그오브레전드'에 빠져 그 매력에 취한 그들이, 5대5의 수많은 변수에 익숙해있던 그들이, 20년전 시스템을 가진 1대1 게임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이들 중에 20대가 많다고 설명하는 블리자드 이지만, 사실 e스포츠란 최초에 빠져드는 경험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당장 중국만 봐도 '스타크래프트' 보다 '워크래프트'가 훨씬 인기가 있는 이유는, e스포츠라는 것을 '워크래프트'로 처음 경험한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런 선점효과를 보면, e스포츠를 '리그오브레전드'로 접하고, '배틀그라운드'로 열광하는 1020세대들이 순순히 아버지를 따라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게 될지는 이제부터 지켜봐야할 일이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발표와 함께 "향후 20년을 더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던 블리자드의 부사장. 그의 바램처럼 '리마스터'가 국내의 새로운 e스포츠 종목으로 붐을 타게 될지, 또 바둑과 장기같은 위치로 격상되어 꾸준히 사랑을 받게 될지 새삼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