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바일 2D RPG의 새로운 가능성 '에픽세븐'
스마일게이트의 신작 모바일게임 에픽세븐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30일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에픽세븐은 2D 그래픽 기반의 독특한 스타일로 출시 전부터 많은 화제에 오른 작품으로, 처음 정보가 공개된 이후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영원한 7일의 도시', 페이트/그랜드 오더' 등 일본풍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두며, 한국 시장에서도 이러한 스타일이 통한다는 것이 증명된 상황에서 뛰어난 퀄리티의 2D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컷신 등을 선보인 에픽세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것이 사실.
이러한 관심 끝에 지난 30일 출시된 에픽세븐은 출시 4일만에 매출 순위 5위를 기록한 것을 물론, 현재(4일 기준) 역시 한단계 높아진 4위를 기록하며, 한동안 정체되어 있던 모바일 매출 상위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중이다.
에픽세븐의 가장 큰 특징은 자체 개발 엔진인 유나 엔진으로 개발된 2D 그래픽과 이를 뒷받침하는 스토리라인이다. 일본 풍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게임인 만큼 에픽세븐은 게이머들의 눈을 휘어잡을 만한 다양한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이 등장한다. 첫 튜토리얼을 진행했을 때 중간 애니메이션이나 챕터 1을 완료한 뒤 등장하는 영상 등은 여느 유명 작품 못 지 않은 수준을 자랑해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을 스토리로 유도한다.
전체 시나리오의 경우 단순히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시나리오를 통해 알 수 있는 캐릭터들의 고유 성향과 캐릭터 간의 관계를 잘 파악해 이를 위주로 파티 혹은 성장을 시켜야 하므로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메인 스토리 이외에도 여러 서브 스토리가 준비되어 있는 것은 물론, 특정 요구 조건을 충족하거나 클리어 정도에 따라 추가되는 새로운 스토리도 존재하며, 스토리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능력치가 주어져 이를 공략하는 재미 역시 갖췄다.
스킬과 그래픽도 인상적이다. 초당 30프레임 이상으로 구현해 놓은 ‘풀 프레임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스킬과 필살기 이펙트 역시 수준 급이며, 이전까지 일러스트와 실제 캐릭터의 괴리감이 심했던 3D 기반의 게임들과는 차별화를 두었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유나엔진'의 경우 저사양 스마트폰 모델에서도 스테이지 및 콘텐츠로 넘어갈 때 발생하는 로딩 구간을 크게 줄여 놓은 것은 물론, 게임 전반에 부드러운 플레이를 제공해 향후 유사한 장르의 게임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남기기도 했다.
에픽세븐의 전투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턴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캐릭터의 능력치에 따라 공격할 수 있는 순서가 실시간으로 표시되며, 일반, 스킬 그리고 궁극기 등 총 3가지 방식의 공격을 펼칠 수 있다.
물론, 턴제 방식이라고 해서 무작정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단순한 전투 스타일은 아니다. 캐릭터 마다 일정 확률로 다른 캐릭터가 공격을 보조해주는 원호공격이나 궁극기 혹은 캐릭터 마다 지닌 ‘화,수,목’ 등의 속성을 활용해 조합을 구성할 수 있으며, 무작정 몇몇 캐릭터만 성장시켜 전투력을 올리는 것이 아닌 조합에 따라 전투를 유연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등 전투 시스템은 매우 탄력적인 모습이다.
특히, 에픽세븐은 타 게임과는 달리 속성이 매우 중요하게 적용되어 아무리 강력한 캐릭터라도 속성이 맞지 않으면 스테이지를 돌파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여러 속성을 지닌 캐릭터를 전략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턴제 RPG인 만큼 에픽세븐에도 자동 전투를 지원하지만, 직접 조작하는 비중이 상당히 필요한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일반적인 스테이지는 자동전투로 해결할 수 있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적 대부분이 보스로 이뤄져 있고, 이 보스 또한, 방어벽이나 전체공격 등 여러 패턴의 공격을 진행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스킬과 필살기를 잘 분배해야 한다.
이처럼 전투의 조작에 대한 개발사의 의도는 알겠지만, 이에 따른 피로감도 무시못할 수준이다. 에픽세븐은 전투가 벌어진 이후 일정 거리를 이동하며 다음 전투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구간의 시간이 의외로 길게 느껴지며, 결정적으로 스테이지 반복 기능이 없기 때문에 게이머가 반복적으로 전투를 진행해야 하는 현상이 펼쳐지기 일수다. 여기에 스토리 애니메이션이나 궁극기, 신수 등의 연출에 ‘넘기기’ 즉 ‘스킵’이 없는 것도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 중 하나다.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에픽세븐에서 육성은 그 어느 콘텐츠 보다 중요하다. 캐릭터를 육성하는 방법은 레벨을 올리는 것 이외에도 매우 다양하게 등장한다. 게임 내 직업은 기사, 사수, 마도사, 정령사, 전사, 도적 등 총 6종으로 이들은 모두 같은 장비를 공유할 수 있으며, 레벨 역시 동일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
이중 아티팩트는 각 직업별로 나뉘어 등장하는데, 아티팩트는 모든 캐릭터에 하나씩만 장착할 수 있으며, 단순히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여 주는 것을 넘어 패시브 스킬 및 여러 효과를 주기 때문에 캐릭터의 고유 스킬과 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등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캐릭터를 강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 각성의 경우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룬과 촉매재를 소모해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콘텐츠로, 튜토리얼에서 별도의 소개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하며, 스킬 역시 ‘머라고라’를 소모해야 한다.
이부분은 에픽세븐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 승급 혹은 강화에 사용되는 소모품을 획득할 수 있는 스테이지가 표시되는 기존 게임들과는 달리 게이머가 직접 확인해야 해 이를 얻기 쉽지 않으며, 앞서 소개한 각성 같이 캐릭터 육성에 필요한 시스템이 세부적으로 소개되어 있지 않아 정보를 제대로 전달 못하는 부분은 이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픽세븐은 단순히 하나의 맵을 일직선으로 공략하는 것이 아닌 스테이지 마다 다양한 분기를 접할 수 있다. 이 분기에서 강력한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으며, 자유 탐험 지역의 경우 일반 시나리오에서 얻을 수 없는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특히, 던전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미궁은 미로 형태의 대형 맵으로 조각을 맞추듯 여러 번에 걸쳐 클리어할 수 있고, 여러 지역을 탐색해 보물상자 등을 획득할 수 있다. 다만 전투를 계속 이어나갈 경우 파티의 ‘사기’가 계속 하락하며, 일정 수치 이상 하락하면 능력치가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이를 잘 파악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 레벨이상 성장을 시킨 게이머는 토벌에 나서는 것이 좋다. 토벌은 강력한 보스가 등장한 일종의 레이드와 유사한 콘텐츠로, 보스 마다 속성 및 전투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조합을 짜고, 공격을 펼치는 것을 추천한다.
에픽세븐의 논란거리 중 하나인 과금 요소는 기존 RPG와 비교해도 조금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영웅 소환에 아티펙트가 같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과 여타 다른 게임과 달리 일정 과금을 진행했을 때 4성 혹은 5성 캐릭터가 확정되어 등장하는 보상이 없어 원하는 캐릭터를 얻으려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물론, 1-10 스테이지 이상 진행했을 때 등장하는 ‘선별 소환’은 캐릭터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금의 난이도를 낮춰 놓았지만, 월광 소환의 경우 4~5성 캐릭터를 전승해야 등장하는 전승석(금색/푸른색)을 사용하는데, 3성 캐릭터가 등장할 확률이 70%나 되어 4성, 5성 캐릭터를 소모시켜 3성 캐릭터를 얻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해 이에 대한 설전이 오가는 중이다.
이처럼 에픽세븐은 수준급의 그래픽과 잘짜여진 전투 콘텐츠 그리고 다양한 육성 요소 등 분명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게임이다. 특히, 이러한 방대한 세계관의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게임을 선호하는 일본 시장에 최적화된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 게임의 가진 잠재력은 매우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비록 과금 시스템을 필두로 느릿한 게임 진행이나 다소 불편한 UI등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는 향후 패치 혹은 업데이트를 통해 충분히 가다듬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출시와 함께 매출 순위 5위 이상을 기록하며, 순항 중인 에픽세븐이 과연 국내를 넘어 해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