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 천억 대작의 여유.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어봤어!
스마일게이트의 야심작 로스트아크가 기대만큼 화려한 성적으로 PC MMORPG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초반에는 서버 문제로 인해 엄청난 대기열이 발생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았으나, 지난 24일 대대적인 서버 증설을 하면서 이제는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PC방에서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에 이은 3위를 달리고 있으나, 2위와의 차이가 3%에 불과해 조만간 2위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로스트아크의 이런 흥행은 간만에 등장한 PC MMORPG 대작이라는 점 뿐만 아니라, 무엇을 먼저 즐겨야할지 고민이 될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 덕분이다. 특히, 여러 대륙을 오가면서 아크를 모으는 방대한 세계관과 스토리는 여러 블록버스터 영화를 합쳐놓은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치,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어봤어”라고 말하는 듯한 천억 대작의 여유가 느껴진다.
각 클래스마다 각기 다른 대륙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선택하는 클래스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즐기게 되지만, 튜토리얼을 끝내고 나면 재상에게 왕위를 빼앗긴 비운의 왕자 실리안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초반에는 너무 상투적인 스토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좀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만, 초중반부가 지나면 로스트아크의 진가가 드러난다. 많은 이용자들이 로스트아크에 빠지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말하는 영광의 벽이다.
실리안이 루테란 성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영광의 벽은 엄청난 대부대와 공성탑, 공성추가 등장하는 본격적인 공성전으로, 단지 이벤트 영상으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가 직접 전투의 중심에 참여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또한, 루테란 성을 되찾은 뒤 전쟁이 악마와의 대결로 확대되면, 여러 종족이 힘을 합쳐 악마와 싸우는 모습이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의 한장면을 보는 듯 하다. 특히, 전투 막바지에 여러 종족이 한 곳으로 모이는 장면은 영화 반지의 제왕 헬름협곡 전투를 완벽하게 오마주한 느낌이다.
악마와의 혈투가 끝난 다음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코에이테크모의 유명 시리즈 대항해시대가 떠오른다. 유령선을 만날 때는 영화 캐리비언 해적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테고, 다양한 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해결하는 모습에서 젤다의 전설 : 바람의 택트를 떠올릴 수도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각 클래스별 튜토리얼에서 나왔던 것처럼 각 대륙마다 각기 다른 컨셉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바다로 나가서 처음 도달하게 되는 토토이크섬에서는 소인국 이야기를 즐길 수 있고, 격투가의 대륙인 애니츠 대륙은 한편의 무협 영화가 펼쳐진다. 특히 토토이크섬에서 해적 선장 방을 무대로 한 던전은 로스트아크에 나온 모든 던전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던전 중에 하나다.
또한, 헌터의 대륙인 아르데타인은 기계와 마법이 공존하는 스팀펑크 분위기가 파이널판타지7을 연상시키며, 마지막에 도달하게 되는 슈샤이어 대륙에서는 얼음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메인 퀘스트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재미있는게 많다. 모코코 씨앗을 모으는 것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에서 코로그 열매를 모으는 것을 연상시키며, 너무 많아서 하나 하나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모험의 서를 완성하다보면, 서브 퀘스트에서 아프니까 영웅이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 황희 정승을 연상시키는 왕실 마법사 로나운의 안타까운 스토리 등 여러가지를 패러디한 장면들을 감상할 수 있다. 대륙마다 각기 다른 컨셉으로 등장하는 로스트아크의 특성상 앞으로 추가될 대륙에서는 또 어떤 색다른 컨셉의 모험을 즐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이것이 로스트아크 모험의 서를 빼먹지 말고 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