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복고열풍..2019년 게임업계엔 '아재 감성'이 넘친다
'재믹스, 리니지, 뮤, 플레이스테이션..'
지난해에 이어 현재에도 게임업계에서 꾸준히 화제를 몰고오는 단어들이다.
콘텐츠 업계에 복고 열풍이 불어온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게임 분야에서는 이같은 복고 열풍이 특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폭발적인 매출을 내는 게임 중에 상당수가 80년대부터 2000년대 시절의 추억들과 맞물려 '아재 감성'을 어필한 게임들이며, 올해에도 그러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과거의 추억이 서려진 게임, 소환하면 '승승장구'>
20년된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모바일로 컨버팅한 '리니지M'은 지난해에 단 한 번도 구글 플레이 마켓의 매출 1위를 빼앗기지 않았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게임업계에서 '어차피 1위는 '리니지M''이라는 얘기가 속담처럼 나돌 정도다. 이렇게 '리니지M'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린저씨'(리니지 + 아저씨)라고 하는 '아재'들의 힘이 컸다.
'리니지M'의 흥행에 성공한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PC버전 '리니지'에도 대대적인 변혁을 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27일에 테스트 서버에 '리니지 리마스터' 업데이트를 적용한 엔씨소프트는 올해 1분기부터 또 다시 '아재'들을 끌어들일 준비에 한창이며, 2분기 중에는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2M'을 출시해 또 한 번 '아재 효과'를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리니지' 외에 웹젠의 '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등의 게임들도 '아재'들을 타겟으로 2018년을 화려하게 보냈으며 올해의 전략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최고의 PC 게임으로 손꼽혔던 스마일게이트RPG(대표 지원길)의 '로스트아크' 또한 쿼터뷰 시점으로 아재들이 즐기기 좋게 개발되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콘솔 게임 분야에도 '아재' 감성은 넘쳐난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진영 상관없이 다운로드 콘텐츠에는 80년대부터 2000년대 레트로 게임들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아예 '캡콤 벨트액션 콜렉션' 등 90년대 오락실 게임을 묶은 패키지 게임들도 예상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며 시장을 견인했다.
세가의 신작 '저지아이즈' 등에도 레트로 게임들이 탑재되어 화제를 모았고, 인디 게임 분야에서도 각종 도트 감성을 어필한 게임들이 높은 비중으로 출시되는 등 '아재 감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게임 분야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가 됐다.
< 유통 쪽에도 변화의 바람..강력한 '아재' 효과>
지난해 이마트와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등에서 최고의 히트 상품 중 하나는 '쌍문동 오락실'같은 작은 복고 게임기들이었다. 조그만 게임 화면에 수십 개의 레트로 게임들을 탑재한 이런 기기들은 3~4만원의 저렴한 가격과 함께 아재들의 취향저격 상품으로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신세계 그룹은 이러한 아재 감성을 보다 강조하기 위해 지난해에 삐에로 쇼핑을 런칭했고, 현재의 30~50대들이 어렸을때 즐겼던 물품들을 대거 내놓기 시작했다.
여기에 롯데그룹 또한 올해 1분기부터 아예 아재들을 타겟으로 피규어와 게임, 드론, 악기, 스마트모빌리티 등 5개 분야 상품을 취급하는 '오덕(五德)숍'이라는 성인 취미 전문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레트로 게임과 오락실까지 포함해 롯데마트 몰 안에 '아재'들을 위한 특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흥미롭다.
또 아재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기들도 게임 유통가에 새로운 비즈니스 상품들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에 네오지오 미니, 플레이스테이션 미니와 같은 복각 게임기들이 인기를 얻은데 이어, 올해는 80년대 국산 게임기인 '재믹스'를 복각한 '재믹스 미니'와 일본 세가의 16비트 게임기 '메가드라이브'를 복각한 '메가드라이브 미니' 등이 유통될 예정이다.
이외에 '문라이트' 등 TV에 연결해서 즐기는 스틱 모양의 게임기, 옛날 오락실 모양의 블록 제품들, 게임IP(지적재산권)를 테마로 한 피규어 등도 높은 매출을 내는 품목으로 영향력을 확보해나가고 있으며, 전국 주요 도시에 레트로 게임을 테마로 하는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아재 감성이 강화되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 '아재' 광풍이 불어오는 이유와 전망>
이렇게 게임업계에 아재 광풍이 부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저출산 현상으로 아이들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현재, 30대부터 50대는 한국 인구 구성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세대이다.
때문에 게임업체 입장에서도 '아재' 감성을 자극해 이 세대를 자사의 게임으로 끌어들이고 나면 10대~20대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매출을 이끌어낼 수 있다. 때문에 더욱 아재 성향대로 게임과 운영을 집중시키게 되는 것이다.
특히 아재 세대는 경제적으로는 여력이 있지만 시간이 없는 세대이기 때문에 '자동전투'와 '확률형 아이템' 등에 최적화된 세대라는 평가도 받는다. 역설적으로 아재들 대상으로 게임시장이 개편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모바일 게임시장처럼 자동화와 확률형 아이템 형태의 게임들이 발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같은 복고 열풍과 아재 감성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갈 것이라 예측한다. 시장은 경제 논리대로 흐르기 때문에 돈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고 그런 기류를 뒤틀어줄 제3의 요소가 거의 없다는 계산이다.
윤장원 동명대 애니메이션 학과 교수는 "저출산 현상이 극심하게 이어지는 현재, 30대부터 50대의 아재들이 문화 콘텐츠 권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라며 "이들이 선호하는 게임과 상품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더욱 시장에서 이들을 위한 상품이 개발되고 발전되는 순환구조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게임업계의 아재효과는 갈수록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