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격만큼 돈 값하는 마성의 매력" 문명6 확장팩 '몰려드는 폭풍'
문명6의 새로운 확장팩 몰려드는 폭풍이 정식 출시됐다. "문명하셨습니다"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전작에 비해 국내 게임시장에 큰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문명6'는 지난해 발매된 확장팩 '흥망성쇠'에서 한국 문명인 신라의 선덕여왕이 등장하는 등 꾸준한 관리로 왜 이 문명이 '세계 3대 악마의 게임' 중 하나로 불리는지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던 지난 2월 16일 문명6의 두 번째 확장팩 '몰려드는 폭풍'이 정식으로 출시되어 다시 문명의 악명을 다시 떨칠 모양새다.
이번 '몰려드는 폭풍' 확장팩에서는 9명의 새로운 지도자와 8개의 새로운 문명과 총 9개의 특유 유닛과 4개의 특유 건물, 3개의 특유 시설, 2개의 특유 특수지구, 1명의 특유 총독이 추가되며, 싱글플레이 미션 2종과 세계 의회 시스템과 자연재해의 등장 등 높은 가격에 걸맞은 엄청난 분량의 콘텐츠가 추가된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자연재해의 등장이다. 사실 문명4 이전까지 하더라도 자연재해나 이웃 국가의 배신 혹은 단합 같은 변수가 꾸준히 등장해 상당한 복잡한 시스템을 지니고 있었지만, 문명5에서 이러한 부분이 대부분 삭제되어 보다 간편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확장팩에서는 과거 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었던 자연재해 등이 등장해 게이머의 긴장을 더 한다. 지나친 개발로 발생한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대기 오염 혹은 방사능 누출 등 전세계에서 대두되고 있는 환경문제가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문명4에서 도입되었던 요소로, 시스템의 상당수를 간소화하면서 인기를 얻었던 전작의 흐름에서 다시 문명 고유의 시스템으로 회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단순히 타일이 파괴되는 것에 지나지 않았던 전작에 비해 이번 몰려드는 폭풍의 자연재해는 더욱 직관적으로 나타난다.
일례로 석탄이나 석유 등의 화석 연료를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해수면이 상승해 지대가 낮은 도시가 침수되기도 하며, 무작위로 생성되는 허리케인으로, 건물이 파괴되거나 원자력 발전소를 지은 곳이 지진 등의 자연재해 등으로 폭발하는 대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한마디로 자연의 무서움 앞에 무력해지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이러한 자연파괴를 막기위해 이번 확장팩에서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수력 발전용 댐, 지열 에너지, 풍력 발전 단지, 태양광 발전 단지 등의 새로운 전력 생산 건물이 추가되었으며, 방파제와 같은 신기술이 등장해 재해를 막을 수 있다.
자연보호나 군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가 나서 듯이 새로운 확장팩에서는 세계 의회 시스템이 새롭게 등장한다. 게이머의 국가는 동맹을 맺고, 도시 국가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세계 경기 출전하여 외교적 호감도를 쌓을 수 있고, 이는 곧 환심 포인트로 전환된다.
이 환심 포인트는 세계 의회가 열렸을 때 안건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통화로 사용할 수 있어 안건에 대해 본인에게 유리한 정책을 통과시키도록 할 수 있고, 사치 자원이나 돈으로 구매할 수 있다.
세계 의회의 안건은 매우 다양해서 다른 국가를 침공했을 경우 다른 문명이 합의하여 일정기간 동안 이를 막을 수 있으며, 사치 자원 거래 금지 및 국가 원조 등 방대한 사안을 결정할 수 있다. 더욱이 문명6의 외교 승리가 후반부 세계 지도자 산출로 끝나는 것에 비해 이 세계 의회는 빠르면 부족국가 시대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자신이 가진 투표권의 영향력을 높여 새로운 외교 승리를 추구할 수 있는 등 승리 조건이 더욱 방대해잔 것도 이번 확장팩의 즐거움 중 하나다.
이 환심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커서 여느 때처럼 몬테수마에게 탈탈 털리고 있어 "리트라이를 할 까?" 생각하던 도중 세계 의회에서 몬테수마의 제재가 긴급 안건으로 결정되어 병력이 후퇴하는 등 의외의 결과가 벌어져 한숨을 돌리는 상황이 발생했을 정도다.
새롭게 등장한 문명과 지도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시리즈 최초로 등장한 캐나다, 말리, 마오리 등의 지도자는 물론, 잉글랜드와 프랑스 문명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아키텐의 엘레오노르 등 기존에 만나지 못한 국가들과 지도자가 새롭게 등장한다.
다만 한 지역에서 시대별로 지도자를 등장시킨 것이나 난생처음 들어본 마오리의 쿠페와 같이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이상 알아보기 힘든 비주류 국가나 지도자의 경우 이전에 등장한 문명보다 매력이 떨어져 왜 굳이 추가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차라리 살라딘의 숙적 '사자심왕 리처드'나 표트르와 국가의 운명을 두고 대결을 벌였던 스웨덴의 '칼 12세' 등 기존에 등장한 지도자들과 역사적인 라이벌이었던 이들을 등장시키는 것이 더 낫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후반부 콘텐츠가 다소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문명6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을 신규 유닛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거대 전투 로봇으로, 이 미래 시대 유닛을 구축하려면 막대한 생산력 및 우라늄 투자가 필요하지만 일단 생산만 한다면, 원거리, 근접 공격과 지형을 무시한 이동 등 밸런스 붕괴의 전쟁병기로 거듭난다.
아울러 문화 승리를 도울 록밴드의 등장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원자시대에서 생산할 수 있는 록밴드는 선교사나 사제처럼 신앙으로 구매할 수 있는 독특한 유닛으로, 국가와 상관없이 명소나 불가사의 등에서 공연을 할 수 있으며, 별점에 따라 관광의 엄청난 상승을 발생시킨다.
다만 별점이 낮으면 인기 없는 가수가 사라지듯 유닛이 삭제되기는 하지만, 문화나 산업, 금융 등에 비해 매력이 없었던 종교에 대한 투자가 돈이나 문화력으로 보답되기 때문에 문화 승리를 노렸지만, 의외로 종교승리를 하게 되는 등의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던 승리 조건의 간격이 좁아진 모습이었다.
문명 간의 경쟁을 벗어나 시간 제한과 목표가 주어지는 '몰려드는 폭풍' 만의 오리지널 미션도 추가되었다. 사실 문명6의 경우 재미는 있지만, 한번 게임 플레이를 시작하면 짧으면 3시간 길면 몇 주 이상 걸릴 정도로, 플레이 타임이 너무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것이 오리지널 미션으로, 이번 '몰려드는 폭풍' 확장팩에서는 유럽의 대 재앙이었던 흑사병을 소재로한 '흑사병'과 제1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 제국과 세계 각국의 복잡한 관게를 다룬 '전쟁 기계'가 추가되었다.
흑사병의 경우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을 무대로 진행된다.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병인 흑사병을 막기 위해 지역 격리 혹은 병을 치료하는 의사를 생산하는 등의 노력으로 인구를 지키고, 경제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다.
멀티플레이 시나리오인 '전쟁 기계'는 보다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바로 직전 불안했던 세계 정세를 다루고 있으며, 중립국 벨기에를 점령하고, 프랑스의 수도 파리로 쾌속 진격하려는 독일과 수도 점령을 막기 위한 프랑스 두 국가를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강조 표시되면 문명의 국경은 물론, 게이머의 특수지구 및 도심부의 생산량과 인접지를 보여주는 기존 지도 옵션의 기능의 장점 만을 모아 놓은 '제국렌즈'나 일일이 도시를 클릭해 선택해야 했던 생산 품목을 대기열로 편하게 결정할 수 있는 '생산 품목 선택' 등의 기능이 추가된 것도 새롭게 변한 부분이다.
이처럼 문명6의 두 번째 확장팩 '몰려드는 폭풍'은 여느 게임 본편의 금액인 4만원대를 호가하는 높은 가격을 지니고 있지만, 방대한 볼륨과 흥미로운 콘텐츠 그리고 더욱 편리해진 시스템을 통해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알찬 구성을 지니고 있다.
만약 문명6를 플레이했던 게이머나 평소 문명에 관심이 있었던 게이머라면, 이 몰려드는 폭풍을 통해 다시 한번 정신 차려보니 3~4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는 문명의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