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서울대 교수 "게임중독, 의사들에게 장사의 수단이 될 수도"
"우리는 과잉 의료화를 경계해야한다. 이유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없이 의료가 장사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게임과학포럼 주최로 제 2회 태그톡(T.A.talk) '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 심포지엄은 WHO의 게임장애 질병 등재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하고 학술적 측면에서 게임 과몰입과 중독에 대해 균형있는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진행된 행사로, 4명의 전문 교수들이 각 주제에 맞춰 발표를 진행했다.
단상에 오른 이경민 서울대학교 교수는 '게임에 대한 과잉의료화의 한계와 위험'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게임의 과잉 의료화를 경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교수는 "의학적 이유를 찾기위해 게임을 코드로 분류하는 건 긍정적지만, 과잉의료화가 되면 많은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교수가 말하는 악영향이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경민 교수는 과잉의료화를 통해 개인의 합리적 해결 노력이 방해되고, 사회의 다양성이 근절되며, 문제 해결의 자생력이 상실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적으로 압축하면 사람의 다양성을 비정상으로 치부하여 통제를 받게할 수 있으며, 비정상적인 통제와 함께 악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관리하면 결과적으로 개인의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간은 태어나면서 각 단계마다 필요한 과제가 있다. 과제를 습득하기 위해 무언가에 몰입을 해야 뇌가 발달한다. 친구들이 하니까 따라하기도 하고, 경쟁 압박을 받기도 하고. 복합적이고 중추적인 몰입을 해야하는데, 과잉 의료화가 이를 원천 차단해 발달할 기회를 배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의 자연스러운 발달과정 중에 게임에 몰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는데, 이를 질병이라고 하여 무조건 통제 시키면 오히려 뇌 발달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것.
또 이 교수는 편리성에 의한 질병코드에 대한 과용이나 의료진의 상업주의에 의한 질병코드의 남용도 경계 요소로 지목했다.
일례로 아이가 사춘기때 자기 통제력이 약한 건 당연한 건데 환자로 판단하는 일도 생길 수 있으며, 아이가 부모와의 갈등, 학업의 압박 등 사회적으로 원인이 있는 것을 '게임중독 때문'이라고 진단해버리면 부모는 책임이 회피되고 의사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 서로 편해질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이같은 경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없고 의사가 병을 팔아 약 장사만 하는 셈이 된다. 특히 게임 질병은 향후 몇 년간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의료수가가 높을 것이고, 때문에 의사들이 질병코드를 남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며, "게임의 과용은 질병의 관점이 아니라 자기 통제력 발달의 과제로 바라보는 것이 옳다."며 게임에 대한 과잉의료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했다.